『삼봉선생심기리삼편(三峯先生心氣理三篇)』은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이 유교와 의리를 존숭하기 위해 지은 심기리삼편에 권근(權近, 1352~1409)이 주석을 붙여 간행한 책으로, 고려 불교사회로부터 조선조 유교사회로의 체제 전환을 위한 일련의 사상적 비판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성과물이다.
이 책은 『불씨잡변(佛氏雜辨)』과 같은 계열의 저작으로, 불교와 노장 사상의 핵심과 문제를 간략하게 비판하고 유교적 이념을 부각시켰다. 같은 해 권근이 주석을 붙여 간행했다. 1397년(태조 6)『삼봉집』의 초간본에는 실려 있지 않고, 1464년(세조 10) 안동부 간본 이후에 실렸다.
1책(15장)의 필사본으로 크기는 33×20.9㎝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이 책의 구성체제는 심난기(心難氣), 기난심(氣難心), 이유심기(理諭心氣)의 3장에 권근의 주석이 붙어 있다. 심(心)은 불교, 기(氣)는 노장, 이(理)는 유교의 토대 혹은 중심 가치를 대표하고 있다.
1장 ‘심난기’는 우선 “불교가 노장을 비판한다.” 불교에 의하면 ‘마음’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수만가지로 적응하지만 본래의 고요한 바탕은 흔들리지 않고 ‘고요〔寂靜〕’를 유지한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불교의 목표이기도 하다.
2장 ‘기난심’은 “노장이 불교를 비판한다.” 마음 이전에 자연과 우주가 있었다. 기(氣)는 태고 이전부터 존재한, 만물을 낳고 계절을 운행시키는 절대자였다. 기는 말한다. “내가 만일 없었다면 마음이 어떻게 그런 기능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문제는 인간의 불완전한 ‘지식〔知〕’이 개입하면서 생겼다. 무한한 사물을 짧은 지식으로 포섭하고자 하고, 상황을 이해관계의 측면에서 판단하려 하는 오래된 습성으로 하여 ‘정신’은 소모되고, 휴식은 멀어졌다. 기는 이 ‘망동(妄動)’을 쉬고 내적 고요를 확보하라고 권한다. “고목처럼, 식은 재처럼, 사고도 행동도 없이, 도(道)의 완전성에 머물라.”
3장 ‘이유심기’는 “유교가 불교와 노장을 훈육한다.” 유교는 이(理)의 존재를 우위에 내세운다. 노장이 기(氣)를 말하지만, “그 전에, 즉 태초에 이(理)가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교가 심(心)을 말하지만 심의 활동 안에 이미 이(理)가 ‘선험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에 이 이(理)가 없다면 인간은 이해관계로만 치달을 것이고, 기(氣)에 이(理)가 없다면 인간은 그저 꿈틀거리는 동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도전은 역설한다. “인간의 의미는 이(理)가 증현하는 가치 혹은 도덕성에 있다.” 그 가치의 중심은 인간성〔仁〕과 사회성〔義〕이다. 그런데 불교와 노장은 이 핵심가치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 노장의 기(氣)는 신체의 자연성을 숭상하고 생명의 연장을 꾀할 뿐이고, 불교의 마음〔心〕은 사물의 압도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외부의 통로를 닫고, 자기 속에 유폐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理)가 살아있어야 진정 마음〔心〕이 고요와 밝음을 유지할 것이고, 이(理)를 길러야 기(氣)가 넓고 큰 기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간행한 권근은 서문에서 몇 가지 정보를 전해준다. 1) “유가는 이(理)에 근본하여 심기(心氣)를 다스린다.”는 것이 정도전의 기본입장이라는 것. 2) 이 저작은 “삼봉(三峰) 선생이 도학(道學)을 밝히고, 이단(異端)을 물리치기 위해서 썼다.”는 것. 3) 앞의 2장의 어세와 온건함에도 불구하고 이 저작은 불교와 노장을 비판하며, 그런 점에서 ‘삼교일치(三敎一致)’를 운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노장과 불교를 단순화시키고, 유교를 호교론적으로 부각시켰다는 혐의가 있지만, 세 사유의 지향과 기본 골격을 간략하게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