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촬요(詩篇撮要)』는 구약성서에서 시편 150편 가운데 축복 편에 속하는 62편을 발췌하여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다. 본문에서 인명 오른쪽에 한 줄을, 지명 오른쪽에는 두 줄을 긋고 있으며, 또한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이 간행된 19세기에는 서양인 선교사들이 한국어로 성서를 번역하는 일이 많았다. 이수정이 번역한 성경과 로스가 번역한 성경이 널리 유포되었다. 아울러 1887년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톤이 중심이 되어 조직된 성서번역위원회가 번역한 책들이 1890년 이후 출간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신약성서는 많이 번역되고 읽혔지만, 구약성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알렉산더 피터스는 구약성서 중에 시편에 대한 번역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1898년 한국어로 시편 중에 축복 편만 번역하여『시편촬요』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였다.
신식 활자본. 크기는 17.8×10.5㎝. 책의 내지에 ‘시편촬요’라는 책 제목 오른쪽에 ‘구셰쥬 강ᄉᆡᆼ 일쳔 팔ᄇᆡᆨ 구십 팔 년’, 왼쪽에 ‘대한 광무 이년 무슐’이라 적혀 있어, 이 책이 1898년에 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맨 끝에「문ᄌᆞ쵸집」이라는 일종의 어휘집이 있는데, 어려운 어휘를 3장에 걸쳐 풀이하고 있다. 삼문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시편촬요』에 보이는 국어학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ㄷ’구개음화는 일반 어휘의 경우, 혼기 현상을 보인다. 다만 부사형 어미에서만 완전히 구개음화된 표기를 쓰고 있다. 본래 어간 말음이 /ㄷ/인 경우, ‘ㅅ’으로 표기되는데, 실제 소리는 ‘ㄷ’이었다. 목적격 조사는 ‘을, ᄅᆞᆯ’뿐만 아니라 ‘ᄋᆞᆯ’도 나타난다. 공동격 조사 ‘와, 과’가 상보적으로 나타나지만 ‘로’가 공동격의 기능을 대행하기도 한다.
문체상의 특징으로 한문식의 문장과 영어식의 문장이 나타난다. 한문식 문장은 종래 한문 문장을 언해하듯 번역한 문장이다. 그래서 우리말과는 거리가 먼 표현의 문장이다. 반면 영어식 문장은 보조용언의 오용으로 인해서 사동문을 능동문으로, 피동문을 사동문으로 사용하는 등의 비문법적인 문장이 다수 나타난다. 문장 성분의 배열이 잘못된 문장도 곳곳에 나타난다. 이것은 당시의 문헌 표기와 문체가 정리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
『시편촬요』는 비록 구약성서의 시편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리말 구약성서로는 최초의 문헌이며 그 당시 국어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