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재 정종로가 공자의 수제자 안회(顔回)를 안자(顔子)로 높혀 그에 대한 경전과 선현의 글을 수집하고 편집한 책.
본서의 서문 밑에는 ‘오른편에 있는 서문은 반씨(潘氏, 생몰년 미상)가 논의한 것이다’라는 소자문구(小字文句)가 있고, 본문에 들어가기 전 부분에는 ‘진양정종로편집(晉陽鄭宗魯編輯)’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로 보아 정종노는 반씨가 『안자』를 먼저 지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 내용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반씨의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자기 방식대로 『안자』를 새로 편집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정종로는 반씨가 지은『안자(顔子)』의 서문을 먼저 밝히고 본문을 새로 편집하였으나, 간행 연도나 간기(刊記)가 빠져 있어서 발간연대는 정확하지 않다.
서문에는 안회의 가계와 공자 문하에서의 활동, 그리고 평가 등이 실려 있는데, 특히 공자의 3,000명 제자 가운데 오직 안자만이 순화(淳和)의 기상과 상지(上智)의 자질을 갖고 있으며 덕행(德行)이 최고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일찍 죽음으로써 안자의 선한 언행, 그리고 공자와 주고받은 진리가 세상에 다 전해지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안자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다고 저술의 동기를 밝히고 있다.
본문은 대부분 『논어』와 『맹자』에서 안자와 관련된 경문(經文)을 먼저 인용하고, 그 뒤에 주자의 해석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문 뒤에는 선현(先賢)이 안자에 대해 언급한 문헌을 싣고 있는데, 주돈이(周敦頤)→정명도(程明道)→정이천(程伊川)→주자(朱子) 순으로 인용하였고, 인용구의 주석에서도 주자의 주석이 처음에 나온다는 점에서 주자로 집대성되는 도학의 도통(道統)을 계승하고 있다.
조선의 도학자에게 성인 공자를 배우는 징검다리로 제자 안회가 중시되었으며, 그러한 안회를 이해하는 기준을 주자에게 찾았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