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일기(定山日記)』는 충청남도 청양(靑陽) 출신의 이도기가 1797년 윤6월 8일정산에서 체포되어 관가의 심문과 혹심한 매질을 당하고 감옥에 갇혔다가 1798년 6월 12일 장살(杖殺)을 당하기까지 1년여 동안 형문(刑問) 과정과 수형자(受刑者)의 신앙고백(信仰告白)을 상세하게 기록한 천주교 순교자 전기이다.
작가와 연대 미상. 다블뤼(Daveluy, 安敦伊, 안토니오, 1818∼1866) 주교가 수집 한 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1855년 2월에 파리로 보내 1874년 편찬된 달레(Claude Charles Dallet) 신부의『한국천주교회사(Histoire de l'Eglise de Corée)』의 서술에 반영되었다.
1책 54쪽의 필사본. 크기는 18.8×12.4㎝. 한지(韓紙)에 궁체로 정갈하게 쓰여 있다. 현재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본은 내표지에 ‘블랑 1882년 성탄절’이라는 메모가 있는 것으로 보아, 1882년 말 블랑 신부가 기해·병오박해 순교자들의 시복(諡福) 재판을 추진할 때에 입수하여 보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정조 말년 충청도 일대에서 중국인 주문모(周文謨, 1752∼1801.5.31) 신부를 체포하기 위해 감사(監司)와 수령(守令)을 압박하여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정산 고을 수령이 천주교 신자들의 두목으로 고발된 이도기를 체포하여 온갖 고문과 형벌을 가하고 때로는 협박과 회유하면서 그의 배교를 유도하였다. 그러나 이도기가 항구하게 신앙을 고백하다가 1년여 만에 참혹하게 장살 당하지만 사형이 집행되던 날 커다란 광채가 시신의 둘레를 환히 비추었다는 옥사장이의 증언을 통해 순교자의 영혼이 승천하였음을 암시하고 끝을 맺는다.
『정산일기』는 1791년 진산(珍山)의 순교자 윤지충(尹持忠, 1759∼1791)의 『지충일기(持忠日記)』와 함께, 박해시기 교회 신자들에게 순교 신심(信心)을 고취시켜준 순교자 전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