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악수선가(避惡修善歌)』는 천주교 박해시기 이후 얻게 된 성숙한 신앙생활을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유교적 관점에서 토속적(土俗的) 삶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이 천주가사는 악행을 피하고 선업(善業)을 닦는 노래를 담은 책으로 작가는 이러한 ‘피악수선’을 통해 구세주 천주(天主)와 협조자 성모(聖母)를 찬양하고 천당 진복(天堂眞福)을 추구하였다.
천주교 박해로 무너진 교회조직을 재건하던 개화기에 부족했던 교리서들을 대신하여 당시 유행하던 ‘천주가사’의 형식을 빌려 교리와 계명(誡命)들을 보급하기 위해 편찬되었다.
『피악수선가』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필사된 6개의 대표적인 이본(異本)들이 존재한다. 1892년에 필사된「언양성당본」(15.5×20.0㎝, 50장), 1900년과 1902년에 필사된「남경지본」(22.0×18.0㎝), 1901년 필사되어 병인박해 때의 순교자 최천여(베드로)과 최종여(라자로)의 5대손인 최병기 씨가 소장하고 있던「고로가본」(14.2×18.2㎝), 1912년 이후에 필사되고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소장된「셩교회가」(14.2×18.5㎝), 1903년에 필사된 「홍방지거본」(15.5×18.5㎝, 15장), 1917년에 편집한 「김지완본」(21.0×16㎝, 202면) 등이 있으며, 여기에는 ‘사향가’, ‘사주구령가’, ‘피악수선가’, ‘성당가’ 등의 천주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4.4조의 율조(律調)로 이루어진 170구 내외의 장편가사이다.『피악수선가』의 작가는 젊은 시절 과거(科擧)를 위해 보낸 세월의 덧없음을 천주께 대한 신뢰심과 신앙생활의 기쁨으로 극복해낸다는 내용을 서술하였다. 이와 아울러 전통적인 수기지학(修己之學)의 방법을 통해 육신, 세속, 마귀의 삼구(三仇)와 교오(驕傲, 교만), 간린(慳吝, 인색), 미색(迷色, 음욕), 분노(忿怒), 탐도(貪饕, 탐욕[탐식]), 질투(嫉妬, 시기), 해태(懈怠, 나태) 등 칠죄종(七罪宗, 7가지 죄의 뿌리)을 극복해낼 것을 권면하는 내용을 담았다.
『피악수선가』는 박해를 넘어선 한국 가톨릭 신앙의 참된 모습과 하느님을 향한 열정을 우리 민속과 문화에 담아냄으로써 한국 가톨릭 신앙의 토착화를 성공적으로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