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두순이 지었다고 전하는 불학서로서,『화엄오교지관(華嚴五敎止觀)』·『화엄교분기(華嚴敎分記)』·『오교분기(五敎分記)』등의 이칭이 있다.
이 책은 본래 당나라 초기의 승려 두순이 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두순이 입적한 이후에 귀국한 현장(玄奘)이 사용하기 시작한 불경 역어(譯語)가 사용되고 있고, 측천무후(則天武后) 수공(垂拱) 원년에 해당하는 685년에 개칭된 ‘불수기사(佛授記寺)’의 명칭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두순의 저작이라고 하는 것은 후대의 가탁(假託)일 가능성이 높다. 내용적으로는 법장(法藏: 643∼712)의『화엄유심법계기(華嚴遊心法界記)』와 거의 유사하여 이 책의 초고본일 개연성이 있다.
전체 1권.『고려대장경』에는 고려 승려 균여(均如)의 주석인『석화엄교분기원통초(釋華嚴敎分記圓通鈔)』와 함께 실려 있으며, 이 외에는 일본의『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에 『화엄오교지관』이란 이름으로 수록되어 있다.
중심을 이루는 내용은 화엄 오교관문(五敎觀門)에 진입하는 순서를 밝힌 것이다. 여기에서는 수행자가 도를 닦아 사악함을 제하고 올바른 길로 들어가는 지관법문(止觀法門)에 다섯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다섯 문은 다음과 같다.
(1)법유아무문(法有我無門):소승교(小乘敎)의 지관으로서, 먼저 18계(十八界)로 구분된 관(觀)으로써 자신에 대한 집착(我執)을 고쳐야 함을 논하고 있다.
(2)생즉무생문(生卽無生門):대승교(大乘敎)의 지관으로서, 분별이 없는 공관(空觀)으로써 법에 대한 집착(法執)을 고쳐야 함을 논하고 있다.
(3)사리원융문(事理圓融門):대승종교(大乘終敎)의 지관으로서, 공관의 2문이 본래 서로 장애가 존재하지 않으며, 진여(眞如)의 이성과 생멸(生滅)의 모습이 자재원융(自在圓融)함을 논하고 있다.
(4)어관쌍절문(語觀雙絶門):대승돈교(大乘頓敎)의 지관)으로서, 여러 담론과 심행(心行)을 떠남을 보고, 오직 진여와 진여지(眞如智)를 보존해야 함을 논하고 있다.
(5)화엄삼매문(華嚴三昧門):일승원교(一乘圓敎)의 지관으로서, 개체와 전체가 대립하지 않고 융합하는 상즉상입(相卽相入)하는 상태에 이르며, 개체가 이루어지면 일체가 이루어짐을 본다면, 끝이 없는 법계연기(法界緣起)의 삼매해(三昧海)에 진입함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 오교관문은 화엄종의 소·시·종·돈·원(小·始·終·頓·圓) 오판(五判)의 선구로서 이후에도 매우 중시되었다.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의 승려 균여가『화엄경교분기』의 주석서인『석화엄교분기원통초(釋華嚴敎分記圓通鈔)』를 지은 바 있어, 이 책이 당시의 한국 불교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