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都城)과 궁궐, 사찰과 서원, 주택 등은 그 영역을 담장으로 구획하고, 그 출입구에는 대문을 설치하였다. 대문은 출입을 통제하는 물리적인 시설물로서의 기능을 갖지만, 영역의 위상과 성격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시설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영역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 또는 담장의 규모와 형식에 따라 여러 가지 대문 유형이 있으며, 한 영역 안에서도 위계에 따라 여러 종류의 대문이 있다.
도성의 경우 경계에 따라 성곽으로 둘러친 후에 남대문, 동대문, 서대문과 북대문 등 방위에 대응하여 성문을 두었다. 돌로 쌓은 성벽에 아치 형태로 개구부를 두고, 성벽 위에 목조 형식으로 문무를 세우고 문의 이름을 쓴 현판을 달았다. 여닫는 성문은 판문으로 하고 그 위에 철판 등을 덧대었으며, 더러는 방어 성능을 높이기 위하여 성문 바깥쪽으로 원호 모양으로 옹성(甕城)을 세우기도 하였다. 궁궐의 경우 경계를 따라 궁장을 둘러치고, 궁궐 정문에서 정전에 이르기까지 각 영역의 경계 마다 대문을 두었다. 특별히 경복궁의 정문은 몸체를 석재로 쌓고, 세 개의 아치를 뚫었으며, 그 위에 중층 문루를 세워 법궁으로서의 권위를 표현하였다.
사찰의 경우 입구에서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일주문(一柱門)과 사천왕문(四天王門) 등 여러 가지 형식의 대문을 세움으로써,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성화되는 종교적 영역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서원의 경우도 강학(講學)과 배향(配享)의 공간을 담장으로 구분하고, 그 경계에는 문루(門樓)와 삼문(三門) 등 여러 가지 형식의 대문을 두고 있다.
주택의 경우 사랑채, 안채, 행랑채와 사당채 등 영역이 구분되는 경계에 규모와 형식에 맞게 대문을 세웠다. 사대부가의 대문은 초헌을 타고 출입할 수 있도록, 행랑채보다 대문채 지붕을 높이고 문턱을 두지 않는 소슬대문으로 하고, 안채로 들어서는 중문은 행랑채와 지붕 높이를 같이하여 문간 형식으로 구성하거나 평대문으로 하기도 한다. 또 담장에 의지해 두 개의 기둥을 세우고 맞배지붕에 외짝 혹은 두 짝 판장문을 설치한 일각문(一角門)은 주로 마당과 마당을 구획하는 담에 설치되었다. 민가의 경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싸리문과 같은 형식으로 만들거나, 제주도 민가의 정낭과도 가로지르는 막대만으로 경계를 표시하기도 한다.
20세기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문의 비중은 더욱 중요해졌다. 20세기 전반에 서울지역에 지어진 도시 한옥은 좁은 대지 위에 안마당을 중심에 두고 ‘ㄷ자’형 평면을 갖고 있다. 길에 면한 문간채에 문간이 구성되고, 이를 통해 골목길에서 안마당으로 연결된다. 현대의 집합주택에서는 공동주택의 계단실 입구와 경비실이 1차적으로 대문 역할을 하고, 각 세대로 들어가는 대문은 철문으로 만들어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편 현대의 공공건축물의 경우는 대지경계를 투시형 담장 등으로 개방적으로 구성하고, 저층의 입구 부분도 유리벽으로 처리하는 등 시각적으로 열린 공간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문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