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탄강진하도십첩병」의 주제는 원자(元子: 순종) 탄생 며칠 후인 2월 14일(양력) 인정전에서 거행된 원자 탄생을 경하하는 진하례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경사가 있으면 궁궐의 정전(正殿)에서 왕이 친림한 가운데 진하례를 베풀었다. 19세기에는 진하례가 끝난 뒤 여기에 참여하였던 문문백관들이 이를 기념하여 그림병풍을 만들어 나누어 가졌다. 이를 계병이라고 하는데 주로 당상관의 주도 아래 관청 단위로 만들어졌다. 모든 관청에서 행해진 관행은 아니었지만 여러 관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왕세자탄강진하도십첩병」도 원자 탄생이라는 국가의 경사에 큰 공헌을 한 산실청 관원들의 기념 병풍이다.
「왕세자탄강진하도십첩병」은 10첩 병풍으로 제1첩과 제10첩에는 좌목(座目)이 쓰여 있으며 나머지 8첩에는 인정전에서 거행된 진하례가 그려져 있다. 좌목에는 도제조(都提調) 이유원(李裕元, 1814-1888: 영의정), 제조 박제인(朴齊寅, 1818-1884: 예조판서), 부제조 이회정(李會正, 1818-1883: 승정원 도승지), 무공랑(務功郞) 신일영(申一永, 1845-?: 승정원 주서), 계공랑 김영철(金永哲, 1841-1923: 예문관 검열), 수의(首醫) 이경계(李慶季, 지중추부사), 대령의관(待令醫官) 홍현보(洪顯普, 1815-?: 삭령군수)·이한경(李漢慶, 1811-?: 內醫院正)·박시영(朴時永: 음죽현감)·전동혁(全東爀: 나주감목관), 그리고 별장무관 변응익(邊應翼, 1827-?: 울산감목관) 등 11명의 관직성명이 쓰여 있다. 관직명으로 볼 때 이들은 산실청을 구성했던 내의원의 당상관, 의빈(儀賓), 그리고 우두머리 어의(御醫)인 수의와 의관(醫官)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진하는 19세기 가장 애호된 관청 계병의 주제였으며 「왕세자탄강진하십첩병」은 그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이다. 화면에 묘사된 시각의 범위는 인정전을 중심으로 서쪽의 금호문(金虎門), 진선문(進善門)과 인정문(仁政門), 이문원(摛文院)이 그려지고 동쪽에 선정전과 희정당(熙政堂)을 지나 창덕궁의 경계 부근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같은 내용의 병풍 「왕세자탄강진하계병」이 국립중앙박물관에도 한 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