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사 부도의 몸돌 앞면에 ‘지공정혜령조지탑(指空定慧靈照之塔)’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어 고려 말기에 활약한 중국 원나라의 선승인 지공선사(指空禪師)의 묘탑임을 알 수 있다. 지공정혜령조탑(指空定慧靈照塔)이라고도 하며, 1370년(공민왕 19)경의 유적이다. 이 부도는 신륵사 보제존자부도와 함께 우리나라 종형 부도 가운데서 만든 연대가 가장 오랜 부도에 속한다.
부도는 기단과 몸돌, 부도머리로 이루어졌다. 여러 개의 돌로 직경이 5m 넘는 8각의 넓은 단을 쌓고 그 복판에 두 개의 층단으로 된 8각 기단을 올려놓았다. 윗 기단의 윗면에는 16잎의 복련을 새겼다. 몸돌은 원형 평면의 종형으로 생겼다. 그리고 그 위에 홈을 파고 부도 머릿돌을 맞물렸다. 몸돌의 어깨 위쪽에는 9잎의 연꽃이 새겨져 있으며 연꽃무늬 아래에 7잎의 보상화 비슷한 꽃잎 장식이 있다. 부도머리는 하나의 돌로 되어 있는데 보륜을 포개어 놓은 형태이다.
이 부도는 종형 불탑을 본뜬 부도의 발생 발전과정을 연구하는 데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형태가 아름답고 무늬조각도 섬세하여 당시의 조형 예술 수준을 이해하는 데 의의가 있다.
전체적으로 이 부도는 우리나라 전통의 부도 형식과 전혀 다른 형식으로, 종형 부도의 초기 자료로 볼 수 있으며, 외국 선승의 묘탑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부도는 전통 형식을 따르지 않고, 고려 후기 라마탑 형식을 국내에 도입한 초기의 사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