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禁忌)
시간과 방위가 상승작용을 하면서 한국인의 행위를 제약하였을 때, 거기에는 ‘우주적 시간론’과 ‘인간적 시간론’ 사이의 대응이 문제되고 있었던 것이다. 전자에는 자연의 운행, 자연의 기 또는 기운이란 개념이 포괄된다고 보면, 인간의 운세는 당연히 그에 조화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성(聖)’과 ‘속(俗)’, 즉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이라는 이원론적 대립에서 속이 곧 부정으로 간주되고, 그래서 금기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별신굿이나 당산굿을 주관하는 제주나 화주(化主)가 제수(祭需 : 제사에 쓰는 여러가지 물건이나 음식)를 장만하기 위해 장에 가서 남과 얘기를 해서는 안 되고, 흥정을 해서도 안 된다고 하여 그것이 지켜지고 있을 때, 흥정이라는 상행위가 대표하는 ‘속’의 원리가 곧 부정으로 간주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