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海蚓)이라고도 한다. 세계적으로 약 9,000여 종, 우리나라에는 약 352종이 알려져 있다. 진화적으로 갯지렁이가 속하는 다모류(多毛類)가 육상으로 이동해 지렁이 등의 빈모류(貧毛類)가 되고, 이들 중 일부가 민물로 들어가 거머리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환형동물문 다모강에 속하는 갯지렁이들은 몸길이가 약 1∼30㎝ 정도의 종류들이 가장 흔하다.
대부분 바다에서 생활하지만 민물과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도 분포한다. 특히 기수지역 조간대의 모래, 흙, 퇴적물이 쌓인 곳에 서식하는 종들은 갯벌의 퇴적유기물을 섭식하여 갯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구멍을 파고 살며 주위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먹이활동을 하다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몸의 신축성을 활용하여 매우 빠르게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일반 지렁이들과는 털같이 보이는 마디가 없는 발이 좌우 한 쌍씩 나 있는 점이 다르다. 몸은 일반적으로 가늘고 길지만 몸 형태와 색깔은 종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몸 전체적으로 체절(體節)로 나뉘어져 많은 마디로 되어있다. 암수딴몸이고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하며 산란기는 5∼9월로 알려져 있다. 발에는 강모(剛毛) 다발이 있다.
갯지렁이는 낚시 미끼로 많이 사용되는데, 참갯지렁이, 청갯지렁이, 바위털갯지렁이, 털보집갯지렁이 등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이용되는 종류들이다. 일부 어촌마을은 갯지렁이를 양식하여 부촌으로 탈바꿈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의 분류학적 첫 기록은 1941년 『조선박물학회지』에 일본인 학자에 의해 털보집갯지렁이, 실참갯지렁이, 오뚜기갯지렁이 등 3종을 기록한 것을 최초의 기록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도 계속 새로운 신종이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에서 확인되는 무척추동물들 중 가장 다양하고 개체수가 풍부한 동물군에 속하며, 갯벌의 먹이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일부 종은 심하게 오염된 곳에서 출현하는 등 환경지표종으로 서식지의 환경을 평가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1980년 이후 일본·프랑스·이탈리아 등지로 수출되기도 하였으나 연안어장 오염과 간척사업 등으로 생산량이 격감하여 수출은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기도 하는데, 최근 육상양식에 성공하였다. 부산광역시, 신안군 등 지자체들은 어린 갯지렁이들을 바다 연안에 방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