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래공정충직절기 ()

고전산문
작품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 소설.
내용 요약

「구래공정충직절기」는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 소설이다. 북송 초의 명재상이었던 역사 인물 구준(寇準, 961-1023)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는 일부만 참고하고, 대부분의 사건 전개를 허구적으로 창작하여 구씨 집안의 번영과 창달을 보여주는 가문소설이다.

키워드
정의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 소설.
서지사항 및 이본

국문 필사본. 31권 31책.

19세기에 궁중과 서울 사대부 가문에서 두루 읽었던 작품으로 추정되며, 총 21종의 이본이 있다. 21종의 이본 모두 국문 필사본이다. 이 중 완질본은 2종으로, 장서각본 31권 31책과 국립중앙도서관본 32권 32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본은 장서각본에 비해 낙자 및 낙장이 적지만, 필사자가 의도를 가지고 내용을 축소한 경향이 있다. 낙질본 중에서 서울대학교 규장각본과 성균관대학교 존경각본은 완질본에 가깝고, 나머지는 작품의 일부분만 남아 있다. 선본(善本)은 장서각본이다.

제명의 한자 표기는 ‘구래공정충직절기(寇萊公貞忠直節記)’와 같이 표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역사 인물인 구래공(寇萊公)의 신도비(神道碑) 머리에 북송(北宋)의 인종(仁宗)이 ‘정충(旌忠)’이라는 글자를 전서(篆書)로 써 주었다는 주1 열전(列傳)의 기록을 참고한다면 ‘정충(貞忠)’은 ‘旌忠’일 수도 있다.

「구래공정충직절기」의 창작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제일기언」 서문, 「책열명록」, 『한국서지』, 『매일신보』의 「조선의 가정문학」, 「 명주옥연기합록」, 『북송연의(北宋演義)』 등의 기록을 통해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중반 사이에 창작되어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유통 및 향유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

(1) 송나라 때 화주 현성촌에 사는 구영이라는 어진 선비에게 조씨, 석씨 두 부인이 있었다. 조씨는 두 딸을 낳은 뒤 나이 사십에야 아들 구준을 낳고, 구영은 서주자사로 승진한다. 석씨는 조씨를 시기하여, 구준이 문객(門客) 유한의 자식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구영은 조씨와 구준을 쫓아내고 조씨 소생의 두 딸은 석씨에게 양육하게 한다. 금능에 정착한 조씨는 방적으로 생계를 꾸려 구준을 가르치는데, 구준은 한 도사를 만나 신비한 기예를 배운다. 조씨는 구준과 함께 구영에게 가다가 위독한 병을 얻어 죽는다.

한편, 석씨에게 농락당한 구영은 가혹한 정치를 하다가 벼슬과 품계를 박탈당하고 파면되어 고향 화주로 귀양을 간다. 석씨는 조씨 소생의 두 딸 소아와 영아를 몸을 파는 기생으로 팔려 하는데, 두 딸은 도망가다가 구준을 만나 함께 구영에게로 간다. 석씨는 구준이 소아, 영아와 내통하여 창모 엄파의 삼백금을 가져갔다고 거짓으로 고하여 구준을 옥에 갇히게 한다. 이때 구준은 지니고 있던 월기탄을 옥리(獄吏)에게 빼앗긴다. 마침 예부시랑 정침이 화주자사로 부임하여 구준의 원한을 풀어 준다. 구준은 외숙 조빈의 도움으로 구영과 피를 섞어 보는 방법으로 부자지간임을 확인하고 석씨를 적소로 내친다.

참지정사 정현의 딸 정봉주는 부친이 준 명주 월기탄의 한쪽을 잊어버렸는데, 다른 한쪽을 가진 사람을 하늘이 정해 준 배필로 안다. 화주자사 최관의 아들 최차현이 옥리로부터 구준의 월기탄을 빼앗아, 자신이 정봉주의 천생배필임을 주장한다. 정봉주는 낭원도를 그려 최차현이 자신의 배필이 아님을 밝히고, 구준이 하늘이 정한 인연임을 알게 된다. 이후 최차현은 정씨와 구씨 두 가문을 짓밟고자 절치부심한다.

한편, 귀양지에 있던 석씨는 사면을 받아 풀려나고 석 장군의 중재로 구영과 다시 만난다. 구준은 최차현의 무리인 유양의 딸 유호영과 억지로 혼인을 하게 되는데, 전생이 구미호인 유호영이 정봉주를 제거하려고 한다. 또 최차현은 석씨와 짜고 요녀 요지선을 구영에게 보내 그를 현혹시킨다. 구영의 생일 잔치에 구영이 유호영의 독주를 마시고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는 사건이 생기자, 요지선은 정봉주의 짓이라고 참소한다. 정봉주는 옥에서 고초를 겪다가 풀려나 남자 옷을 입고 유하산 봉영사에 은신한다. 구준은 요지선의 구애를 뿌리치다가 오히려 겁탈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후원에 갇힌다. 정봉주는 피신 중에 유호영 일당의 추격을 받고 강물에 몸을 던지는데, 마침 어선을 타고 가던 구준이 정봉주를 구한다. 구준과 정봉주는 최차현, 유호영, 요지선의 죄를 밝혀 사형을 받게 하고, 정봉주는 석씨를 지성으로 봉양한다. 구준은 장원급제하여 시어사가 된다.

(2) 구영아의 남편 연왕이 미희 진지란에게 미혹되었으나, 진지란의 간악함을 알게 되어 그녀를 죽인다. 구준은 승문관 태학사에 승직(昇職)되었다가, 귀주 파동현에 파견되어 도적을 잡고 선정을 베푼다. 이로써 태학사 이부 시랑의 관직을 받고 상경한다. 그리고 황제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여자인 경미인의 오라비 경윤이 숙녀를 겁탈한 사실을 황제께 아뢰어 관직을 파면하게 하는데, 그 공으로 ‘정충직절’의 포장(褒章)을 받는다. 구준은 형부의 옥사를 판결하고, 황제의 명으로 하북의 백성을 구제하며, 거란군을 격퇴시켜 병부 상서의 관직을 받는다. 또 청주자사로 나가 선정을 베풀고, 평서대원수가 되어 서하왕 조덕명의 하북 침범을 막아낸다.

황제는 건강이 좋지 않자 누구에게 황위를 물려 줄 것인가를 구준에게 묻는데, 구준은 수왕으로 결정하도록 간한다. 수왕은 진종 황제로 즉위하여 연호를 함평이라고 한다. 형부 옥사에서 구준의 은혜를 입은 정위가 은혜를 잊고 구준을 모함하여 구준은 남방에 나가 난을 진압한다. 구영이 죽어 삼년상을 마친 뒤 구준은 참지정사로 다시 벼슬길에 오른다. 그리고 장남 구경린을 여옥화와 혼인시킨다.

(3) 추밀사 경윤의 딸로 여옥화의 외종자매인 경혜란이 구경린에게 반하여 경 귀비와 모의하여 여옥화를 황제의 후궁으로 보내려고 한다. 여옥화는 황제의 앞에서 자진한다. 경혜란은 소 상궁을 시켜 궤속에 여옥화를 감춰 궁밖으로 내보내 죽이려고 하는데, 소 상궁의 오라비 소양이 여옥화를 살린다. 그리고 산동의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아들과 혼인시키려 하니 여옥화가 거부한다. 이때 경혜란은 계략을 써서 구경린과 혼인하게 되나, 구경린은 그녀를 박대한다. 구경린은 산동 순무어사로 산동에 갔다가, 허주자사 장백춘이 납치하여 황제에게 바쳤으나 스스로 물에 몸을 던진 여 소저를 구해 내고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지낸다.

구준의 장녀 구숙염은 평장 이항의 막내아들인 이청과 혼인한다.

(4) 구준이 동평장사 겸 오위도총관 원수가 되어 거란왕의 침입을 격퇴하고, 거란과 평화 조약을 맺은 뒤 내국공(萊國公)의 품계를 받는다. 한편, 이청의 애첩 계월이 구숙염을 모해하여 독살하지만 구경린이 구숙염을 구하고 정봉주가 구숙염을 요양시킨다.

경혜란은 여옥화의 조카 여명혜와 정혼한 정경연(정침의 막내아들)을 진종 황제의 외동딸인 혜양공주와 혼인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노복 취운을 혜양공주의 궁녀로 들어가게 하여 여옥화의 사주로 공주를 죽이려 하였다고 거짓으로 고한다. 여옥화는 귀양을 떠나면서 구경린에게 악한 무리들의 얼굴을 그려준다. 이때 왕흠약은 구준을 시기하여 황제가 거란을 직접 정벌하게 된 것은 구준의 핍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참소한다. 구경린은 구숙염의 누명을 듣고 계월 등을 죽인다. 구준의 둘째 아들 구영린은 상서 양우의 딸 양혜림과 혼인한다.

경혜란은 양왕 세자를 따라 진국으로 가서 정비를 몰래 죽이고 세자빈에 즉위한다. 구준은 천응군에 부임하여 북방을 방어한다. 구경린은 황제에게 글을 올려 경혜란 일당의 악한 일을 밝히고, 여옥화와 다시 부부가 되는 것을 허락받는다. 그러나 진종은 방사들의 농간과 왕흠약 등 간신의 득세로 국정을 어지럽히는데, 이에 구경린은 궁궐을 떠나 집에 칩거한다. 구준도 황제가 반포한 천서의 궤를 부수었다는 죄명으로 관직을 파면당하고 집에 머문다.

(4) 구준의 둘째 딸 구화염이 병부상서 왕순의 아들 왕서와 혼인한다. 왕서의 이종사촌 형교옥이 왕서를 흠모하여 외조모 주씨와 짜고 신부는 주씨와 동침하게 하고 자신이 신부 복장으로 왕서와 동침한다. 심지어 형교옥은 구화염을 겁탈하고 독살하려 하지만 구화염은 위기를 벗어난다. 왕서가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아뢰고, 황제는 형교옥에게 참수형을 내린다. 주씨는 아버지의 첩에게서 태어난 동생인 환관 주희정을 통하여 형교옥을 구해내고, 황제에게 혼인을 허락해 줄 것을 청한다. 결국 왕서는 형교옥과 혼인한다. 형교옥은 백낭과의 밀통 현장을 붙잡혀 왕서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나, 부친의 도움으로 살아나고 향민과 몰래 재혼한다.

이 무렵 구준의 둘째 아들 구상린은 장순의 딸 장섬경과 황금 팔쇠를 정표로 교환하여 정혼하지만, 전임상서 위 공의 딸과 먼저 혼인한다. 구상린은 위 소저의 못생긴 얼굴을 보고 홀대한다. 장섬경은 남장을 하여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구상린과 동료가 된다. 구상린은 위 소저의 재능을 알게 되어 박대한 것을 사과하고 행복하게 지낸다. 구준의 아들 구경린은 이부총재 겸 병부 상서 대사마, 구영린은 예부시랑, 구상린은 추밀원직학사를 제수받는다.

(5) 경혜란은 진왕을 몰래 죽이고 세자를 즉위시켜 진왕비가 된다. 황제는 구경린에게 동평장사 동정대원수의 벼슬을 내려 진국을 평정하게 한다. 구경린과 함께 간 장섬경은 진국 도성을 급습하여 함락한다. 구경린은 진왕비의 정체가 경혜란임을 알고 그 죄상을 밝히고 경혜란의 삼족을 멸한 뒤, 진왕은 목을 매 죽인다. 구경린은 진국왕에 봉해진다. 장섬경은 청혼이 쇄도하자 정체가 탄로날까 두려워 낙향하는데, 구경린은 그녀가 구상린의 정혼녀임을 알아내어 혼사를 추진한다. 구준은 다시 벼슬길에 오르지만 조이용의 참소로 한직인 경조윤으로 가게 된다. 정섬경은 구상린과 혼인하고, 구경린의 설득으로 부부가 화해하여 아들을 낳는다.

(6) 진종 황제는 황후가 죽자 유 귀인을 황후로 세운다. 유 귀인은 이첩여의 아들 송왕을 자신의 아들로 삼았다. 구준은 이첩여를 황후로 세울 것을 아뢰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 황후 즉위식에 불참한다. 이 일로 개봉부윤으로 관직이 낮아진다.

구준의 셋째 딸 구빙염은 왕가우와 혼인하고, 구준의 다섯째 아들 구봉린은 한경의 딸 한화명과 혼인한다. 한화명은 오빠 한기와 함께 생모 화 부인을 여의고 계모 교씨의 박대를 받고 자랐다. 계모 교씨는 한회명을 자기 조카 교생의 세 번째 부인으로 보내려 하였으나, 한기가 한화명을 데리고 도망쳐 구준과의 혼사가 성사된다. 한화명은 음탕한 짓을 하고 도망쳤다는 죄로 부친과 교씨에게 모진 매를 맞고 실성하나, 구봉린이 구출하여 그 상처가 완전히 아물게 된다. 또 교생은 교씨와 함께 계략을 꾸며 한화명을 해치려 하였으나, 진왕이 그녀를 구한다. 한경은 교씨의 악한 행동을 알고 그녀를 내쫓는다. 이때 정승 왕흠약이 탐욕스럽고 포학한 정치를 일삼고 있었는데, 진종이 구준을 정승에 임명한다.

진왕 구경린의 아들 구세필이 설왕의 큰딸 명선 공주 화옥과 혼인한다. 잔치를 베푸는 자리에서 정위가 구준의 수염에 묻은 국물을 닦아 주려다가 도리어 구준의 질책을 받고 구준을 해칠 뜻을 품게 된다. 정위는 유후를 파면시킬 것을 상소하는 구준의 글을 훔쳐 구준을 대역죄로 모해한다. 유후는 구준을 도주사마로 벼슬의 품계를 깎는 가짜 문서를 내려 바로 시행하게 한다.

(6) 구준은 근무지인 도주에서 선정을 베푼다. 정위는 유후와 작당하여 구준을 다시 뇌주사호로 가도록 만든다. 서북 오랑캐가 배반하려 하자 구준에게 민심이 쏠린다. 정위는 백지 조서에 보검을 싸서 뇌주에 보내 구준에게 자결을 독촉하는데, 구준은 모르는 체한다.

진종 황제가 세상을 떠나고 인종 황제가 즉위한 후, 정위는 유환, 조이용과 함께 구준을 역모죄로 무고하려 한다. 그러나 구세필이 간사한 무리들을 먼저 제압한다. 정위와 유환, 조이용이 내분이 일어나, 유환은 유후에게 정위를 남방으로 쫓아내라고 시킨다. 구준은 다시 도주로 근무지를 옮겼다가 유배 가는 정위를 만나 사제의 의를 펴서 그의 잘못을 뉘우치게 한다. 이 무렵 구준은 병이 들어 천명이 다했음을 알고 가족과 잔치를 열고 죽는다. 도주 사람들은 ‘구공사’를 세워 제사를 지내고 구준의 장례를 치른다.

(7) 유후가 죽은 뒤 인종은 생모 이첩여를 황태후에 봉하고, 진왕의 뜻에 따라 유환, 정위, 조이용 등을 처형하려 한다. 그러나 정위는 이미 굶주림과 추위로 죽은 뒤였다. 진왕은 부친 구준을 왕으로, 모친 정봉주를 현정왕후로 추존하고 덕정을 베푼다. 진왕은 10남 5녀를 다 혼인시키고 황제의 자리를 물려준 뒤 죽는다.

의의 및 평가

장서각본 소설들은 북송의 원우(元祐) 당적(黨籍)과 관련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가공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허구적인 이야기를 꾸미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대구조와 소구조의 양면에서 낙선재본 장편소설이 공유하는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대구조는 한 가문의 맏아들 혈통인 인물의 일대기를 핵심 부분으로 하면서 자손 및 인척의 단합(團合) 과정을 중첩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그 가문이 번영하게 되는 과정의 하나로서 악인에 의한 고난을 배치시켜 둔다. 소구조 면에서는 장자를 세우는 일에 얽힌 가정의 분란, 본부인과 둘째 부인 혹은 첩 사이의 사랑 다툼, 하늘이 정해 준 배필과의 결연담(結緣談), 입신(立身)의 과정으로 설정된 군공담(軍功談), 사건 처리의 기발성을 노린 공안물(公案物) 등을 얽어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시킨다.

「구래공정충직절기」는 구준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작중 인물로 설정하면서도 그를 인간 세계로 내려온 신선이라는 영웅적 인물로 허구화하였다. 다만 이야기 전개는 『송사열전(宋史列傳)』, 『속자치통감(續資治通鑑)』, 『십팔사략(十八史略)』 등의 역사서에 나타나는 구준의 실기(實記), 언행(言行), 관변기록(官邊記錄), 일화(逸話)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구준의 실제 사적을 일부 참고하면서도 사건 전개는 완전히 허구로 하였다. 구영-구준-구경린-구세필로 이어지는 가계도 모두 허구이다. 다만 구준은 북송 때 진종(眞宗)을 임금으로 받드는 데 공을 세웠고, 경덕(景德) 원년의 거란 침공 때는 친정(親征)을 주장하여 적을 물리친 공이 있다. 젊어서 부귀하게 되어 사치를 즐겨 기름 등잔이 아니라 꼭 초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구래공촉법(寇萊公燭法)’이라는 일화가 있는데, 그러한 사실과 고사는 작품의 전개 과정 중에 적절히 삽입되어 있다.

또 『송사열전(宋史列傳)』을 보면, 구준이 섬주자사(陝州刺史)로 나갔을 때 성도(成都)에 사는 장영(張永)이 구준에게 『사기(史記)』의 「곽광전(霍光傳)」을 읽어보라고 한다. 구준은 뒤에 「곽광전」을 읽다가 ‘불학무술(不學無術)’이란 어구를 발견하고, 장영이 자신에게 하려던 말뜻을 알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이 일화도 그대로 차용한다.

이 작품은 주2도 참고하였는데, 구준이 어려서 매사냥을 나가는 대목에 그 흔적이 있다. 결국 작가는 정사(正史)나 야승에 실린 관련 일화들을 활용하지만, 실제 사실에 충실한 역사소설을 지은 것이 아니라 일화들을 흥미 요소로 삽입하여 높은 수준의 구성을 이루어 낸다.

한편 장서각본은 사건 구성에서 중국소설의 수법과 유사한 면이 많다. 권세가나 황실에 의한 탈혼(奪婚), 간사한 계획을 꾸며 상대방을 모해하는 계략, 변복(變服) 탈출하는 계략(이 소설에 말하는 ‘배암이 허물벗는’ 계략), 간적(姦賊)의 눈을 속이기 위하여 남자로 변장하는 일, 여성이 강에 몸을 던졌다가 구원을 받는 일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수법들은 장서각본 국문 대장편소설에서는 하나의 유형을 이루다시피 공통적으로 나타나므로 국문 대장편소설들 사이에서 수법의 모방과 전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중심 인물인 구준과 구경린은 대조적 인물 형상을 보인다. 구준은 충신으로서의 면모가 부각되는 반면 구경린은 처사로서의 모습을 지니는 것이다. 이는 유교적 정치관인 명철보신의 긍정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출(出)과 처(處)라는 유교적 정치관 및 가문의 창달과 확립에 대한 작자의 의식의 반영이다. 또 작중에서 작자의 언급을 통해, 작가층을 권력에서 배제되어 은거하고 있는 노론 계열의 인물로 추정할 수도 있다.

참고문헌

원전

한국학 디지털 아카이브: 구ᄅᆡ공졍츙직졀긔(http://yoksa.aks.ac.kr/main.jsp)

논문

강나래, 「『구래공정충직절기』의 음모 화소 연구」(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7)
이민정, 「<구래공정충직절기> 연구」(고려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심경호, 「낙선재본 소설 「구래공정충직절기」에 관하여」(『정신문화연구』 44, 한국학중앙연구원, 1991)
장흔, 「「寇萊公貞忠直節記」에 나타난 계후 갈등의 양상과 의미」(『돈암어문학』 30, 돈암어문학회, 2016)
장흔, 「<구래공정충직절기> 이본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17)
최길용, 「「구래공정충직절기」 연구」(『전주교육대학논문집』 27, 전주교육대학교, 1991)
최길용, 「「구래공정충직절기」의 서사구조」(『한글문화』 5, 한글학회 전라북도지회, 1991)
주석
주1

중국 이십오사의 하나. 원나라 때에 탁극탁(托克托)이 황제의 명에 따라 오대(五代)의 주(周)나라에서부터 317년간의 사실(史實)을 기전체로 기록한 역사책으로, 본기(本紀)ㆍ지(志)ㆍ표(表)ㆍ열전(列傳)으로 이루어졌다. 지정(至正) 5년(1345)에 간행되었다. 496권. 우리말샘

주2

조선 중기 선조 때부터 영조 때에 이르기까지 역사학자들의 수필, 만록(漫錄), 야사 따위를 모아 엮은 책. 30권 30책. 우리말샘

관련 미디어 (2)
집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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