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야담』은 조선 후기에 몽유자 이우준이 일화와 견문 등을 기록한 필기집이다. 1849년에서 1855년 사이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증조부가 지은 『약파만록(藥坡漫錄)』의 영향과 중국 연행 시 견문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상층 사대부 일화에서 하층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 및 문화에 대한 정보 및 비판 의식을 드러냈다.
이우준(李遇駿, 18011867)의 자는 경문(敬文), 호는 몽유자(夢遊子)이다. 효령대군(孝寧大君)의 후손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가 예닐곱 살 때 양주(楊州)로 옮겼다. 43세에 생원에 급제하였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과거를 단념하였다. 1831년에 봉래산(蓬萊山)을 유람하고 돌아오는 길에 연경(燕京)에 가는 꿈을 꾸고 호를 ‘몽유자’로 지었는데, 실제로 1848년부터 1849년까지 연경을 다녀온 뒤 『몽유연행록(夢遊燕行錄)』을 지었다. 학문은 증조부 약파(藥坡) 이희령(李希齡, 16971776)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저서에 『몽유야담(夢遊野談)』, 『몽유연행록』, 『봉사(蓬史)』, 『몽유시집(夢遊詩集)』, 『몽유잡저(夢遊雜著)』, 『몽유산고(夢遊散稿)』 등이 있다.
3권 3책. 한문 필사본.
현재 알려진 이본은 고려대학교본 3권 3책, 한국학중앙연구원본 2권 2책, 영남대학교본 1책, 국사편찬위원회본 2권 2책, 서강대학교본 1책, 황규현본 2책, 김상기본 2책, 후손 이남의본 3권 3책인데, 이중 황규현본, 김상기본, 이남의본은 원본을 확인할 수 없으며, 고려대본이 선본(善本)에 가깝다.
고려대본은 한문 필사본으로 표제에 ‘몽유야담’으로 되었고 천(天), 지(地), 인(人) 3책으로 되었다. 권1 처음에 ‘몽유자서(夢遊自序)’로 시작하고 권3 마지막은 ‘서전(敍傳)’으로 끝난다. 목록에는 권별로 2자 또는 4자의 목차가 제시되어 있으며, 본문은 총 79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졌다.
이우준은 서문에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자 자신의 견문과 과거의 행적, 시구(詩句)를 모아 책을 만들어 주었다고 하였다. 내용 중에 저자가 연행을 다녀온 뒤 기록한 『몽유연행록』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볼 때, 1849년 중국에 다녀온 뒤 『몽유연행록』을 짓고 이어서 1855년 사이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몽유야담』은 전체의 약 30%를 증조부가 지은 『약파만록(藥坡漫錄)』에서 가져왔다. 『약파만록』은 증조부가 사망한 뒤로 조부와 부친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작업으로, 1832년 저자 나이 32세에 완성되었다. 이우준은 부친이 만록을 저술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랐기에 『몽유야담』은 자연스럽게 만록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여 위로 임금, 사대부에서 아래로 무당, 지관(地官), 승려, 동물에 이른다. 임금의 덕이나 사대부의 비범한 능력을 예찬하거나 선악보응, 운명 예시의 초월적 섭리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하였으며 새로운 문물이나 객관적 사실에 대한 논평을 하기도 하였다. 각 권별 이야기의 내용과 주제가 차이를 보이는데, 권1은 주로 실존 인물들의 일화를 유교 이념적 관점에서 다루었고, 권2는 선악 보응, 운명 예언 등 초월적 이치를 강조하는 이야기가 많으며, 권3에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실을 고증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소설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소설」 항목에 상세하여, 김만중(金萬重)의 「남정기(南征記)」와 「 구운몽(九雲夢)」 외 「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 「 옥린몽(玉麟夢)」, 그리고 중국의 사대기서(四大奇書)와 「 서상기(西廂記)」 등의 내용과 가치에 대해 주목하였다. 또한 경사(經史)에 탐닉하고 과거에만 힘쓰는 사람은 평생 이러한 작품에는 눈 한 번 두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소설」이 여항(閭巷)의 잡스러운 이야기 같지만 내용을 잘 음미하면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아전들의 부패와 그로 인한 삼정(三政)의 문란, 과거 제도의 문란, 태학생 및 향교와 서원에 대한 비판 등 당대 사회 현상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곳곳에 드러난다. 저자는 각 권을 구성할 때 의식적 안배를 하고 있는데, 내용상으로 권학(勸學)과 임금이나 상층 계층의 이야기에서 하층민의 이야기의 순서로 구성하였고 주제상으로도 유사한 이야기들을 모아 놓았으며, 각 주제별로 예화(例話)와 후평(後評)의 형식적 측면까지 고려하였다.
이 책은 조선조 말엽까지의 잡다한 사실을 모은 야사나 잡록의 성격도 지니면서 필기서로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데, 과거 문체에 대한 설명이나 유래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였고, 한글 창제에서 연창공주(延昌公主)가 관여한 부분에 대한 내용은 국어학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중국에서 소설의 발생과 현황, 의의에 대한 분석이나 조선의 「구운몽」과 「창선감의록」 등에 대한 설명은 소설 연구에서 조선시대 소설 수용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