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金周熙)가 작자일 가능성이 있으나 보다 자세한 고증이 요구된다. 1932년경상북도 상주의 동학본부에서 국한문혼용본과 국문본 2종의 목판본으로 간행되어 『용담유사(龍潭遺詞)』 권26에 수록되어 있다. 목판본의 독립책자인 『몽중서』는 국립중앙도서관 도서에 있다.
『몽중서』는 「운산몽중서(雲山夢中書)」·「명운가(明運歌)」·「해동가(海東歌)」의 세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편 모두 그 내용이 전형적인 동학 이념을 전달하는 것이어서 주제는 같지만 표현이 다를 뿐이다.
이들 가사 세 편의 율격양식은 4음 4보격이 중심이 되지만 여느 동학가사보다 훨씬 다양한 변칙현상을 보이는 것이 특이하다. 6음보격이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5음보격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이는 이들 작품이 지닌 진술양식의 다양성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
음보 율격의 변칙현상이 많다는 점에서 작품의 구수(句數)를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우나, 세 작품 모두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300행 이상의 분량을 지니고 있다.
「운산몽중서」는 서사에서 “어화 세상 사람덜아 잠을 ᄭᆡ고 ᄭᅮᆷ을 ᄭᆡ셔 두루두루 ᄉᆞᆲ혀보소”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해가 져서 날이 다하고 다시 해가 떠서 새 날이 온다고 하면서 ‘후천개벽’의 도래를 암시했다. 꿈에서 깨어나라는 것은 이러한 시운(時運)을 깨달으라는 말이다.
「운산몽중서」의 본사에서는 수운(水雲)의 교훈을 힘써 배워 어진 마음을 수련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면 모두 요순(堯舜)과 같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본사의 특징은 수운이 유교·불교·천주교를 포용하고 조화시킨 동학을 창도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데 있다.
결사에서는 운(運)을 이루고 덕(德)을 이룰 때가 왔으니 어서 잠에서 깨어나서 좋은 운수를 받아보라고 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명운가」는 개동의 이치(開東理致 : 우리나라에 운수가 돌아와 개명된다는 이치)를 깨달으라는 것이 주 내용인데, 그 서사의 진술 방식이 독특하다. 즉, 강산을 두루 돌아다니던 마상객(馬上客)이 홀연히 잠이 들었는데, 그 꿈에 학발선관(鶴髮仙官)이 학을 타고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마상객을 부여잡고, 깨우치는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선관의 말은 머지않은 시절에 동남방에 뜨는 해가 하늘에 솟아올라 세상을 비춘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우리나라가 개명될 것이니 이는 하늘님이 정한 운수라고 했다.
또, 선관은 내 말을 잊지 말아 때를 놓치지 말라고 하면서 바른 이치를 깨달아 도탄에 든 중생들을 제도하고 나라를 돕고 백성들은 편안하게 하라고 했다. 잠에서 깨어나니 학발선관은 온데간데 없었다.
본사에서는 꿈이 일장춘몽이라 한탄하면서 28괘를 풀어보니, 개동괘(開東卦)가 나왔다. 이에 깨달음을 얻은 서술자가 이 부분부터 설득자의 역할을 맡는다. 그 주된 내용은 인의예지(仁義禮智)에 바탕을 삼아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밝히고, 원형이정(元亨利貞)을 풀어내어 후생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더불어 궁궁을을(弓弓乙乙)의 이치를 알아 세상의 뭇사람들을 널리 구제해야 한다고도 하였다. 그래야 기구한 우리나라의 운수(運數)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결사에서는 본사에서 말한 내용을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서 그 의미를 잘 되새기라고 하면서 「명운가」를 지은 뜻을 말하기도 하였다. 『주역』에 바탕을 둔 동학의 교리가 설명되어 표현이 다소 생경하다.
「해동가」는 대부분의 동학가사처럼 청자를 ‘세상 사람들’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본사에 “해동가를 전ᄒᆡ쥬니 만코만은 져 도유(道儒)들 셔루셔루 ᄭᆡ달어셔”라고 한 부분을 보면, 실제 독자가 교도(敎徒)가 된다.
즉 이 노래가 교도를 위한 설교문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준다. 주제가 설교적 주제라는 점은 앞의 두 작품과 같으며, 하원갑(下元甲)이 다 지나고 상원갑(上元甲)이 가까웠으니, 현묘(玄妙)한 동학의 이치를 깨달아 일심으로 수도하라는 내용이다.
수운에 관한 내용은 없고, 청림선생과 월경대사(月鏡大師)의 가르침과 지휘에 따라, 성심껏 ‘시운도덕(時運道德)’을 깨달아, ‘청림도각(靑林道覺)’을 이루라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 ‘청림도각’도 다른 특별한 것은 없고, 동학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며, 이것을 이루면 제도창생과 보국안민을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앞의 두 작품과 그 주제가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단지 작품 서두에 청림세계가 도래하는 것을 해동에 봄이 오는 것에 비유하며, 꽃이 필 소식(消息)이 가까워왔다고 한 점 등 동학이 내세운 하원갑 세계가 머지않았다는 희망을 신념 어린 어법으로 표현하였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하겠다.
『몽중서』의 세 작품은 대부분의 다른 동학가사처럼 교술적이거나 주제적(主題的)인 진술양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 진술 방법은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화자(話者)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독백 또는 보고양식(報告樣式)이 있는가 하면, 등장인물 상호간의 대화형식이 중심을 이루는 극적 진술양식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
혹은 허구적 인물에 대하여 화자가 보고하는 형식의 진술이 있어 서사적 진술양식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줄거리나 등장인물의 창조가 작자의 사상이나 감정표현에 필요한 하나의 도구로서 이용될 뿐이므로, 서사문학에서 볼 수 있는 등장인물이나 줄거리의 다양한 창조 또는 전개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세 노래 가운데 「명운가」가 다양한 진술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야기로서의 서사성이 획득된다기보다는 주제 전달에 목적을 둔 서술장치로 보인다. 결국, 이 작품이 진술방식에 있어서 서사적 진술양식을 빌린 것은 동학 포교라는 목적과 동학이념에 대한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모색한 결과라 하겠다.
또, 이 작품은 「서호별곡(西湖別曲)」이나 「관동별곡」의 작품 말미에 ‘우의도사(羽衣道士)’ 혹은 ‘몽중선인(夢中仙人)’ 같은 허구적 인물을 내세워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법을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최제우(崔濟愚)의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에 깊은 영향을 받아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