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가 ()

고전시가
작품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사.
정의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사.
구성 및 형식

규장각본(奎章閣本) 『가집(歌集)』1과 고려대학교 소장본 『악부(樂府)』 상(上)에 실려 있다. 4음 2음보를 1구로 계산하여 총 114구로 되어 있다. 불도(佛道)를 닦는 데 전념해야 할 거사가 파계하기까지의 과정을 등장인물인 거사와 과부의 대화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 중간 중간에 서술자의 목소리도 개입되어 있다.

내용

작품을 읽고 나면 일종의 줄거리가 형성되는데, 그 줄거리는 등장 인물의 행적을 중심으로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전반부는 “어화 그 뉘신고 어대로서 오시는가 천상 백옥경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이내 산중 기픈 곳에 누를 차자 오시는가 반갑기도 무궁하고 깃브기도 칙량없다”라고 하는 거사의 말을 통해, 깊은 산중에서 홀로 수도하고 있던 거사가 과부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는 장면을 노래하고 있다.

중반부는 “거사님아 거사님아 내 사정 드러보소”라는 과부의 말로 시작된다. 이를 통해, 과부가 거사에게 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무사히 이 산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을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후반부는 각시의 하소연도 들은 체 만 체 “급격물실 제일이라 처사가 완완하면 그 사이에 좀이 난다”는 구실로 계율을 깨뜨린다. 이어서 “백팔염주 목탁쟁승 부처님께 드리리라∼부처님께 하직한 후 나는 간다 나는 간다 산 아래로 나는 간다” 하고 마침내는 과부와 하산(下山)하여 백년해로하겠다는 장면을 각각 담고 있다.

의의와 평가

작품의 특징은 대부분의 가사와는 달리 교술성을 띠지 않고 있다는 점, 두 등장인물인 거사와 과부의 의지가 서로 충돌하여 갈등을 일으키다가 해결되는 서사성을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거사의 파계행위가 풍자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현상이다. 사설시조나 민속극에서 거사의 파계행위는 흔히 보이는 모티프로서, 언제나 그 행위 자체가 풍자의 대상이 되어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핵심적인 모티프임에도 불구하고 풍자적 시각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보아 이 작품은 그 모티프를 수용하는 면에서는 민속극 같은 인접 장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 모티프를 전개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독자성을 보인다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조선 후기의 사회적 맥락과 깊이 연결된다. 계율을 엄격히 지켜야 할 거사가 여인의 고운 자태에 빠져 파계하는 행위는 당위(當爲)와 현실이 갈등을 보일 때 현실 쪽을 택한다는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선 후기 서민의식의 투영을 읽어낼 수도 있으나, 이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유형의 가사들을 향유했던 향유자층에 대한 연구가 진척될 때 좀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에 구현된 미의식은 계율이나 당위에 속박되지 않고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 본연의 자세를 긍정한다는 측면에서 우아미를 견지한다. 한편 그러한 파계의 행위는 불교의 숭고한 측면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전락시키는 것이므로 이를 통해 아울러 희극미도 드러내 보인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국문학의 탐구』(김학성, 성균관대학교출판부, 1987)
『한국고전시가의 연구』(김학성, 원광대학교출판국, 1980)
『주해가사문학전집』(김성배 외, 집문당, 1961)
집필자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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