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는 편시조(編時調)ㆍ엮음시조(–時調)라고 이르던 것인데, 현대에 들어와서 그와 같은 명칭으로 이미 굳었다. 이른바 ‘사설(辭說)’이라는 용어는 ‘실속은 없이 사설만 늘어놓는다.’라고 할 때와 같이 ‘입말’을 뜻하고, 또는 ‘상간(桑間)ㆍ복상(濮上)의 음악은 사설이 음탕하다.’라고 할 때와 같이 ‘ 노랫말’을 뜻한다. 그러나 사설시조ㆍ사설방아타령 등을 일컬을 때는 그와 같이 일반적인 뜻만 지니는 것이 아니다.
요컨대 사설시조ㆍ사설방아타령 등을 일컬을 때의 이른바 ‘사설(辭說)’은 판소리 용어 ‘아니리’를 한자어로 바꾸어 놓은 말이다. 그것은 ‘창(唱)으로 하지 않고 아니리로 하는 부분에 걸치는 입말’을 뜻한다. 그러니 단순한 ‘입말’이 아니라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구연(口演)에 적합하도록 잘 엮인 입말’을 가리킨다고 하겠다.
사설시조의 ‘사설 엮음’과 판소리의 ‘사설 엮음’은 실제로 상당한 유사성을 지닌다. 양자는 물길이 굽이치듯 돌아드는 태세를 보이는 듯해도 어느덧 살 같은 속도로 비상한 분량의 발화를 한꺼번에 내질러 버린다. 이것을 눈으로 읽으면 늘어진 듯하여 매우 답답할 것이나, 들으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
사설시조가 시조라는 이름의 가곡 유형에서 독자적으로 발생했던 것은 아니다. 시조는 본디 북전(北殿)의 선율과 조성이 변형되는 과정에서 나왔고, 아울러 당시를 풍미하던 대엽(大葉)의 여러 종류를 좇아서 다양한 변용을 보였다. 대엽에 올려 부르던 가사를 그대로 습용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사설시조는 그러한 변용과 습용의 한 형태로서 특히 편삭대엽(編數大葉)의 착사(着辭) 방식을 따른 것이다. 사례를 한 가지 들어 보기로 하겠다. 다음은 김수장(金壽長)의 작품으로 전하는 편삭대엽 가사의 하나를 악구(樂句)에 따라 나누어 적은 것이다.
〈제1구〉 바독바독 뒤얼거진 놈아
〈제2구〉 졔발 비자 네게 ᄂᆡ가의란 서지마라
〈제3구〉 눈 큰 쥰치 허리 긴 갈치 두루쳐 메오기 츤츤 가물치 부리 긴 공치 넙젹ᄒᆞᆫ 가잠이 등 곱은 ᄉᆡ오 결네만ᄒᆞᆫ 곤쟝이 그물만 너겨 풀풀 ᄯᅱ여 다다라 나는 듸 열 업시 삼긴 오증어 둥긔ᄂᆞᆫ 고나
〈제4구〉 진실(眞實)노
〈제5구〉 너 곳 와셔 서량이면 고기 못 잡아 대사(大事)ㅣ러라
이혜구의 연구에 따르면, 대엽은 장가와 단가를 막론하고 제1-2구와 제4-5구의 형식과 구조를 거의 같게 가진다. 오로지 제3구를 마치 아코디언의 몸통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서로 다르게 가지니, 길이의 차이가 막대한 것도 실상은 여기서 생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여기에 예시한 제3구의 경우와 같이 가사의 분량이 비상하게 늘어난 악구를 단가의 체질에 넣어서 평상의 속도로 가창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당연히 선율과 박자를 비상하게 운용하는 가운데 마치 말을 몰아가는 듯이 가사를 처리하게 마련인 것이다.
사설시조는 곧 편시조로서 이상과 같은 편삭대엽의 특질을 모방하는 바였고, 그것을 특히 시조의 형식과 구조를 통해서 구현하는 바였다. 편삭대엽은 총5구의 구조인 만큼 제3구의 가사가 늘어난 것이 흔하다. 때로는 제5구의 가사가 늘어난 것도 적잖이 보인다. 반면에 사설시조는 총3구의 구조인 만큼 제2구를 늘이거나 또는 제3구를 아울러 늘인다. 편삭대엽의 제1-2구와 제3구는 사설시조의 제1구와 제2구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제4-5구는 제3구에 대응하는 부분으로 쓰였다.
역대의 가곡은 느리고 버성긴 것에서 빠르고 촘촘한 것으로 변천해 왔으니, 편삭대엽과 사설시조의 출현은 그러한 변천을 가장 가까이 확인할 수 있는 부류다. 이러한 변천이 언제나 달가울 것은 없으나, 편삭대엽의 제3구와 사설시조의 제2구가 그 사설에 망라하여 타격하던 바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의 대개는 허풍에 사로잡힌 각계각층의 허위의식을 골계와 해학의 창에서 문득 겨냥한 풍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