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2년(철종 13)작. 족자. 종이 바탕에 담채. 세로 150.5㎝, 가로 45.6㎝. 간송미술관 소장. 이색적인 화풍을 구사하였던 조선 말기의 화가 김수철의 대표적인 산수화이다.
화면 상부에 보면, “임술년 음력 8월, 보산학사를 위하여 북산(김수철)의 그림 한 폭에 제합니다. 자리에 두고 보십시오. 송료음생(壬戌中秋 題北山寫意一幅 爲寶山學士 淸座 松寮唫生)”이라는 묵서가 있다. 그래서 송료음생이라 자칭한 인물이 보산학사를 위하여 김수철의 그림에 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1862년경에 제작되었다고 생각된다. 묵서 끝에 ‘彝中(이중)’의 주문방인(朱文方印)이 1과(顆) 날인되었다. 그러나 화제를 쓴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 미상이다.
화제 시를 보면, “복숭아나무 심은 곳마다 무릉도원의 봄인데, 어찌 반드시 구름 속으로 가 나루터를 묻는가. 그때 도원 속의 나그네를 서로 보니, 본분이 응당 농사에 힘쓰는 사람이로세(種桃隨處武陵春 那必雲中去問津 相見當年源裏客 多應本分力田人).”라고 하였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년)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이상향이다. 이 시에서는 무릉도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복숭아나무 심은 곳은 어디나 낙원이라는 뜻을 읊고 있다. 화면 오른쪽 하부에 ‘北山(북산)’의 묵서와 ‘金秀哲印(김수철인)’의 백문방인(白文方印), ‘北山’의 주문방인이 각각 1과(顆)씩 날인되어 있다.
이 작품은 초옥에 앉아 자연을 관조하는 인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독필(禿筆 : 끝이 거의 닳은 붓)을 써서 인물과 주변 산수를 요점적으로 생략하여 표현하고 있다. 푸른색의 담채(淡彩 : 엷은 채색)와 담묵(淡墨 : 진하지 않은 먹물)이 주조를 이루며 청신하고 세련된 감각을 전해 주고 있다. 그래서 조선 말기 화단에 보이는 근대적인 미의식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