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산수화는 녹색과 청색 안료를 주조로 그린 채색 산수화이다. 광물성 석청·석록의 청색과 녹색을 주요 색조로 한 채색 산수를 통칭한다. 채색 안료는 조선 시대에 출토되기도 했지만 중요한 수입품이었다. 청록산수화는 청색과 녹색의 채색 정도에 따라 두 가지 화법으로 나눈다. 대청록산수 화법은 행사도 등 궁중 회화에 적극 적용되었다. 소청록산수 화법은 설색과 준법에 변화를 주며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대청록산수는 「잠직도」, 소청록산수는 이징 「산수도」가 대표적이다. 청록산수화는 수묵 담채와 구별되는 산수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청록산수화(靑綠山水畵)는 고대의 벽화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청록산수화 양식은 산수화뿐만 아니라 인물화, 풍속화, 기록화, 장식화, 불화, 지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종의 산수 표현 기법으로 자유롭게 구사되었다.
한국 회화사에서는 광물성 석청(石靑), 석록〔石綠(碌)〕을 주요한 색조로 한 채색 산수(彩色山水)를 통칭하여 ‘청록산수화’라 명명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고대 벽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그린 청록산수 화법은 일찍부터 미술사에 등장하였지만 이 기법을 ‘청록산수’로 범주화하여 용어를 정립한 것은 후대의 일이다. 또한 청록의 안료에 더하여 이금(泥金)을 사용한 산수를 특히 금벽산수(金碧山水)로 칭한다.
한국측 고전 문헌을 살펴볼 때 ‘청록산수’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채색화를 의미하는 ‘착색도(著色圖)’, ‘채화(彩畵)’ 등의 용어들이 더 선호되었다. 더 세분하여 색을 칠한 정도에 따라 진채〔眞采(彩)〕와 반진채〔半眞采(彩)〕 혹은 박채〔薄采(彩)〕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진채는 준법(皴法)을 사용하지 않고 윤곽을 그어 형태를 그린 후 진한 색으로 채운 것이며, 반진채 혹은 박채는 준법으로 형상화한 기초 위에 채색을 엷게 바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청록산수 중의 ‘대청록(大靑綠)’과 ‘소청록(小靑綠)’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청록산수의 재료가 되는 청색과 녹색의 광물성 안료에 대한 기사가 문헌에 많이 보인다. 청색 안료는 석청 계열로, 외형과 산지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며 이를 얻을 수 있는 광물은 남동광〔Azurite〕이 대표적이다. 문헌에서 녹색 안료로 간주되는 것은 석록 계열로, 이를 얻을 수 있는 광물은 공작석〔Malachite〕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채색 안료는 조선시대에 출토되기도 하였지만 중요한 수입품이었다. 중국 사행 화원들에게 채색 안료를 구해 오도록 명을 내리거나 채색 안료를 국가에 바치는 이들을 포상하는 등 안료를 귀히 여겼다.
조선시대의 청록산수는 고대의 벽화로부터 시작하여 근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제작되었다. 먼저 청록산수를 청색과 녹색의 채색 정도에 따라 대청록산수와 소청록산수로 나눌 수 있다.
대청록산수의 예로는 「잠직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를 들 수 있다. 산의 외곽을 설정한 후에 그 안에 청록의 안료를 진하게 칠하였다. 산의 윤곽에 잇대어 금색 선을 그었기 때문에 금벽산수로도 칭할 수 있다. 고려 불화의 바위 표현에서도 볼 수 있는 이런 유형의 청록산수는 궁중 회화의 전통으로 연결되어 오봉병(五峰屛)을 비롯한 장식화, 행사도, 고사도 등 화려한 양식으로 발전되었다. 산의 괴량감이 강조되며 단순화 · 평면화되는 경향으로 전개되었다. 금니를 사용하지 않는 대청록산수의 예도 많다.
소청록산수는 준법 위에 청록의 채색을 가볍게 칠하기 때문에 산 위에 그은 필획이 잘 보인다. 대청록산수의 경우, 준법보다 청록 안료의 채색이 우세하였다면 소청록산수는 준법의 개별적인 필획이 채색보다 두드러진 특징을 보인다. 소청록 기법은 투명한 안료를 주조로 한 담채화의 영역과 교차하면서 재료와 기법에 있어 상호 영향을 주며 전개되었다. 이징(李澄) 필 「산수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가 대표적이다.
청록산수를 그릴 때 사용하는 안료 자체가 귀하고, 그 효과가 화려하고 장식적이기 때문에 청록산수 화법은 탈세속적인 환경, 고귀한 장소를 그리거나 고사, 신화를 표현할 때 애용되었다. 대청록산수 화법은 장식화, 행사도 등 궁중 회화에 적극 적용되었으며, 소청록산수 화법은 설색과 준법에 변화를 주며 문인, 화원에 의해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수묵, 담채와 구별되는 불투명한 재료적 특성을 지니고 산수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