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原歌)는 전하지 않으나 그 내력과 한역가(漢譯歌)가 『고려사(高麗史)』·『역옹패설(櫟翁稗說)』·『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전한다.
‘묵책’이라는 제목은 『증보문헌비고』에 실린 가사의 내용에서 따온 것이며, 『고려사』와 『역옹패설』에는 ‘흑책(黑冊)’이라 되어 있어 ‘흑책요’라고도 부른다.
『고려사』 열전 권37에 의하면, 충숙왕 16년 9월 밀직부사(密直副使) 김지경(金之鏡) 등 간신배들이 밤에 촌집에 숨어서 도목(都目: 관리 임용 대장)을 만들었는데, 임명을 함부로 하고, 임금의 비준이 있은 뒤에도 권세가들이 서로 다투어 지우고 찢고 덧써넣어 얼룩덜룩해진 것이 도저히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을 당시 사람들은 흑책정사(黑冊政事)라고 하였다. 이러한 관리 임용의 폐단과 통치 제도의 문란상을 풍자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동요가 이 노래다. 한역가는 총 5구로 되어 있으며, 우리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가는 베로써 도목을 만들었으니/정사가 정말 흑책이구나/내 기름에 절이고자 하나/올해엔 삼씨조차 적으니/아, 그것도 못하겠구나(用綜布作都目 政事眞黑冊 我欲油之 今年 麻子少 噫不得).”
첫째 구는 통치자들의 매관매직하는 추악상을 조소, 야유해 가는 베로써 도목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이는 지우고 찢고 덧써 넣고 하는 도목책이 견뎌 내려면 차라리 든든한 베천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풍자의 뜻을 담았다.
둘째 구는 은유적 표현법으로 먹칠투성이가 된 도목책이 보여 주는 것처럼, 이른바 인재를 등용한다는 집권층의 소행이 한갓 아이들의 글씨 연습 놀음에 지나지 않다고 풍유하였다.
나머지 세 구는 이런 흑책정사의 폐단이 오래되고 고질적인 것이어서 그 검고 흉악한 폐단을 모조리 씻어 없애고자 하나, 그것을 말소해내지 못하는 고뇌를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