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립연대는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기원전 1세기경부터 ‘반야’의 명칭을 가진 경전들이 편찬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대정신수대장경 大正新修大藏經』에 수록되어 있는 한역본만도 42경(經)이나 되며, 이 밖에도 실본(失本)과 한역되지 않은 산스크리트본·티베트역본이 상당수에 이른다.
그 대표적인 것에는 당나라 현장(玄奘)이 번역한 『대반야바라밀다경』 600권이 있다. 16회(會) 16분(分)으로 이루어진 이 경전은 『대반야경』이라고도 하며, 그 성질상 초회(初會)에서 제5회까지와 제6회에서 제16회까지로 크게 2분된다.
전자의 5회는 초회가 400권, 제2회가 78권, 제3회가 59권, 제4회가 18권, 제5회가 10권 등 합계 565권으로 전체 600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6회 이하는 <능단금강분 能斷金剛分>·<반야이취분 般若理趣分> 등과 같은 독립된 소부경전(小部經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의 경우 크게는 400권, 작게는 10권에 이르기까지 권수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이 모두가 본래는 근본 되는 하나의 경전이 증가되고 보충,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대반야경』이 16회 16분으로 구성되기 전에 팔부반야(八部般若), 더 이전에는 오부반야(五部般若)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팔부 또는 오부가 어떠한 『반야경』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는 인도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구전뿐이며, 그에 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이 오부·팔부설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부·삼부설로부터 이부설에까지 이르게 되며, 이 대소이품(大小二品) 중 어느 것이 먼저 성립되었는가를 논의하게 된다.
이 결과 최초에는 하나의 근본 경전이었던 『반야경』이 대소이품→삼부→사부→오부→팔부로, 최후에는 16회 16분으로 발전, 집대성되어 현장 역 『대반야경』 600권으로 성립되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 현장 역 16회 16분의 각분(各分)에 해당하는 동본이역(同本異譯)의 경전이 다수 남아 있는 것은 그 좋은 증거이다.
이 600권 『대반야경』의 모체가 된 최초의 근본 경전은 대소이품 중 소품(小品)의 계통에 속한다. 1세기 전후에 성립된 이 근본 경전은 대승불교 흥기(興起)의 원점에 위치하는 가장 중요한 경전이다.
그 뒤 반야부 계통의 수많은 경전들이 ‘반야’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성립, 발전하였다는 것은, 대승불교가 언제나 그 흥기의 원점을 돌아보면서 발전했다는 것과 반야부경전이 다른 대승경전의 사상적 근거가 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반야경』에 설해진 중요 사상은 보살(菩薩)·육바라밀(六波羅蜜)·이공(二空) 등이다. 『반야경』 이전의 경우, 보살은 성도(成道)하여 불(佛)이 되기 이전의 구도자였던 석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반야경』에 이르러 석가라는 특정한 인격이 일반화되었고, 실천을 통해 성불(成佛)하겠다는 자각이 뚜렷한 사람에게는 보살이라는 칭호가 주어졌으며, 그것이 대승불교, 즉 『반야경』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보살의 무리에는 이전에 출가한 성문(聲聞)뿐만 아니라 재가수행자(在家修行者)도 포함시켰으며, 나아가 보살이라고 할 때는 출가자보다 재가자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은 『반야경』 이후 대승경전들의 일관된 자세이며, 이전의 소승불교(小乘佛敎)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대승불교의 입장이다.
『반야경』에서 설하는 보살의 실천내용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은 육바라밀, 즉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반야(般若)의 여섯 가지 해탈법이다. 바라밀(pa-ramita-)이란 피안에 도달한 상태, 즉 완성을 뜻하는 것으로, 보시바라밀이라고 할 때는 ‘보시의 완성’으로 풀이된다.
이 육바라밀 중 보시·인욕과 정진은 석가의 전생 수행시기에 재가자로서 닦았던 실천강요이며, 지계·선정과 반야는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의 역사에서 비추어 본 출가자의 실천강요가 되고 있다. 재가자와 출가자가 함께 실천해야만 할 육바라밀은 반야[智慧]에 근거하여 완성된다.
이 반야는 공(空)을 관함으로써 나타나는 지혜이며, 이 공은 아공(我空)과 법공(法空)의 2공(二空)으로 설명되고 있다. 아공은 중생을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의 다섯 가지 요소가 임시로 조합되어 이루어진 존재라고 보는 오온가화합(五蘊假和合)의 인간에게 나[我]라고 주장할 만한 영원한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공이라고 하며, 법공은 오온 등 법의 근거가 공함을 뜻한다.
일체는 인연에 의해 생겨난 것[因緣所起]이며, 연기이기 때문에 곧 공이다. 번뇌가 많은 인생을 연기에 따라 규명해 가면 그 근거가 무명(無明)·무지(無智)에 이르게 되므로, 연기의 공함을 자각하여 무명을 소멸할 때 깨달음인 증지(證智), 즉 반야가 실현됨을 설하고 있다. 이 반야를 의식인 식(識)과 구별하여 무분별지(無分別智)라고도 하며, 공성(空性)을 기초로 하고 공성에 입각하여 일체를 포함한다는 뜻에서 일체종지(一切種智)라고도 한다.
『반야경』은 중국에 소개된 후부터 진국(鎭國)의 경전, 인천(人天)의 대보(大寶)로 받들어져 천재(天災)·전쟁·질병·기아 등 국가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 경을 고승들에게 전독(轉讀), 강설하게 하거나 서사유포(書寫流布)시켜 받들어 공양함으로써 어려움을 면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경전이다.
우리 나라의 고려대장경 첫머리에 이 경전을 둔 것도 이러한 뜻에서이다. 반야에 입각하여 육바라밀을 실천할 때, 호국은 완성될 수 있다는 깊은 뜻에 따른 것이다.
우리 나라 고승의 『대반야경』에 대한 주석서로는 신라 원효(元曉)의 『대혜도경종요 大慧度經宗要』 1권, 도증(道證)의 『대반야경적목 大船若經籍目』 2권, 의적(義寂)의 『대반야경강요 大般若經綱要』 1권과 『대반야경유찬 大般若經幽贊』 1권, 둔륜(遁倫)의 『대반야경소 大般若經疏』 1권과 『대반야경약기 大般若經略記』 2권, 미수(彌授)의 『대반야경난신해품기 大般若經難信解品記』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신라시대 고승들의 저술로, 이 경에 대한 연구는 신라시대에 집중되었고, 고려시대부터 국가의 번영과 복락을 위한 사경(寫經)과 간행에 주력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반야이취분』에 대한 주석서로는 도증의 『반야이취분경소』 1권, 의적의 『반야이취분경유찬』 1권, 둔륜의 『반야이취분경소』 1권, 태현(太賢)의 『반야이취분경주』 2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