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십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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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엄교분기원통초(권10) /  보현십원가
석화엄교분기원통초(권10) / 보현십원가
고전시가
작품
고려 광종 연간에 균여(均如)가 지은 향가.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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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고려 광종 연간에 균여(均如)가 지은 향가.
내용

고려 광종 연간에 균여(均如)가 지은 향가. 보현십종원왕가(普賢十種願往歌)·원왕가(願往歌)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원왕가(願王歌)’만이 ≪균여전≫의 문헌 명칭이고, 나머지는 ≪균여전≫의 ‘보현십종원왕에 의거하여 노래 11장을 지었다(依普賢十種願王 著歌十一章)’는 기록에 의한 후대의 명명이다.

작품은 고려대장경 보판(補板) ≪석화엄교분기원통초 釋華嚴敎分記圓通抄≫ 권10 끝에 부록으로 실린 <대화엄수좌원통양중대사균여전병서 大華嚴首座圓通兩重大師均如傳並序>의 제7 가행화세분(歌行化世分)에 향찰로 표기되어 전한다.

창작연대는 963∼967년 사이로 여러 설이 있다. 균여는 ≪균여전≫에 인용된 글에서 ≪화엄경≫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의 어려운 종취(宗趣)를 향가를 빌려 중생을 교화하고자 한다고 창작동기를 밝히고 있다. 전체 11수로 되어 있으며, 각 수 모두가 11분절로 띄어져 있다. 10구체로 보는 것이 통설이나, 그 띄어쓰기를 존중하여 11구체라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

형식상 매우 정연한 형태를 보여 주고 있는데, 제1구는 매우 짧으며, 제9구 앞에는 감탄사를 수반하는 것이 특성이다. 각 작품 모두가 의미단위로는 세 단락이다. 이들 세 단락을 이루는 구수(句數)는 4구 또는 2구이며, 작품은 4·4·2의 구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 4·4·2의 3단위는 ≪균여전≫에서 <원왕가> 또는 향가의 형식을 말해 주는 3구육명(三句六名)의 3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며, 6명의 해석에는 서로 다른 견해들이 있지만, 3구6명의 구와 명은 불경에서 이야기하는 명구문(名句文)의 명과 구라는 데는 거의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체재는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기초하여, 그 10행원의 순서를 그대로 하고, 제목은 ‘○○○○품’을 ‘○○○○가’로 고치고 그 밖의 다른 글자는 거의 그대로 쓰면서 10수의 향가를 창작한 다음에, <총결무진가 總結无盡歌>를 더하여, 전체 11수로 짜고 있다.

전체 내용은 보현보살이 제시한 열 가지 원을 작자 스스로 행하고자 다짐하는 것이다. <보현십원가>의 각 작품별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예경제불가 禮敬諸佛歌>는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예배하겠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예경제불가>의 원문, 해독, 현대어 풀이는 다음과 같다.

① 원문

心未筆留/慕呂白乎隱佛體前衣/拜內乎隱身萬隱/法界毛叱所只至去良/塵塵馬洛佛體叱刹亦/刹刹每如邀/里白乎隱/法界滿賜隱佛體/九世盡良禮爲白齊/歎曰 身語意業无疲厭/此良夫作沙毛叱等耶

② 해독

ᄆᆞᅀᆞᄆᆡ 부드로/그리ᄉᆞᆯᄫᅩᆫ 부텨 알ᄑᆡ/저ᄂᆞ온 모마ᄂᆞᆫ/法界 업ᄃᆞ록 니르거라/塵塵마락 부텻 刹이역/刹刹마다 모리ᄉᆞᆯᄫᅩᆫ/法界 ᄎᆞ신 부텨/九世 다ᄋᆞ라 절ᄒᆞᄉᆞᆲ져/아야, 身語意業无疲厭/이렁 ᄆᆞᄅᆞ 지ᅀᅡ못ᄃᆞ야 (김완진 해독)

③ 현대어 풀이

마음의 붓으로/그리온 부처 앞에/절하는 몸은/法界 없어지도록 이르거라/티끌마다 부첫 절이며/절마다 뫼셔 놓은/法界 차신 부처/九世 내내 절하옵저/아아, 身語意業无疲厭/이리 宗旨 지어 있노라 (김완진 현대역)

<칭찬여래가 稱讚如來歌>는 여래불의 공덕을 칭송하는 노래로, 칭송자의 혀에 무한한 능력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광수공양가 廣修供養歌>는 넓게 여러 가지 공양을 모두 행하겠다는 내용으로, 그 많은 공양 중에서도 물질공양이 아닌 몸으로 하는 법공양이 으뜸임을 강조한다.

<참회업장가 懺悔業障歌>는 유일하게 보현행원품의 참제업장(懺除業障)이라는 제목을 고친 노래로, 그 내용은 오늘의 참회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수희공덕가 隨喜功德歌>는 어느 누구의 공덕이라도 이는 곧 나의 공덕이 되니, 그 모든 공덕을 따라 기뻐하겠다고 한 노래이다.

<청전법륜가 請轉法輪歌>는 법륜(중생의 악을 부수는 설법)을 굴리도록 청하는 노래로, 그 내용은 부처님의 은혜로 중생이 깨달은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 준다. <청불주세가 請佛住世歌>는 부처님이 비록 이 세상과 인연을 다하여 서방으로 가려고 할지라도 가지 말고 이 세상에 계속 머물면서 중생을 구제해 주도록 갈구하는 내용이다.

<상수불학가 常隨佛學歌>는 항상 부처님을 따라서 배우겠다는 노래로, 부처님이 닦으신 어렵고 괴로운 수행을 좇고자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짐한다. <항순중생가 恒順衆生歌>는 항상 중생을 따르겠다는 내용으로, 부처님도 중생으로 뿌리를 삼으셨으니 자신도 그렇게 중생을 따르겠다고 노래하고 있으며, <보개회향가 普皆廻向歌>는 자신이 닦은 모든 공덕의 선을 중생에게 돌려, 중생에도 미혹한 무리가 없게 하겠다고 다짐한다.

<총결무진가>는 앞의 10수를 묶어 결론짓는 노래로, 생계(生界) 다하면 자신이 바라는 바도 다할 날이 있으리니, 보현행원만을 열심히 행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이 내용들은 작품별 유형으로 보면, <예경제불가>·<칭찬여래가>·<광수공양가>·<참회업장가>·<수희공덕가> 등이 속하는 바람(1)↔바람(2)→맹서의 유형, <청전법륜가>이 내용들은 작품별 유형으로 보면, <예경제불가><칭찬여래가><광수공양가><참회업장가><수희공덕가> 등이 속하는 바람(1)↔바람(2)→맹서의 유형, <청전법륜가>·<청불주세가> 등이 속하는 맹서→바람(1)↔바람(2)의 유형, <상수불학가>·<항순중생가>·<보개회향가> 등이 속하는 바람→맹서(1)↔맹서(2)의 유형, <총결무진가>가 속하는 (바람→)맹서(1)→(바람→)맹서(2)→(바람→)맹서(3)의 유형 등으로 나뉜다.

불교가요로 사뇌가 형식의 정착에 기여하고 있으며, 향가의 전성기를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표기상 한자어가 많이 보이는데, 언어의 표기에서 의미를 나타내는 어근과 어간에는 한문을 주로 쓰고,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어미에는 향찰을 주로 쓰고 있다.

이 노래는 병든 자가 암송하여 병이 나았고, 사람들의 입으로 전파되어 담벼락에 종종 쓰였다는 ≪균여전≫의 기록으로 보아 주력과 신이한 영험을 지녔던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작품의 내용은 ≪보현행원품≫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었으나, 상당히 많은 측면에서 그 내용을 하향적으로 변개하여 조절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즉 ,≪보현행원품≫에서 발화자는 보현보살이고, 청자는 상근기(上根機)에 속하고 의근(意根)과 신근(信根) 등의 오근(五根)이 발달한 자인데, 이를 <원왕가>에서는 발화자는 균여로, 청자는 하근기(下根機)에 속하고, 낙근(樂根)·희근(喜根)·고근(苦根) 등의 오수(五受)가 발달한 자로 각각 바꾸었다. ≪보현행원품≫은 체내방편(體內方便)을 이용하는데, <원왕가>는 체외방편(體外方便)으로 바꾸었으며, ≪보현행원품≫의 원의 대상, 서원자의 위치, 서원 행위 등을 모두 <원왕가>에서는 하향조절을 하였다.

균여와 같은 시대 사람이며 그의 <원왕가>를 한문으로 번역한 최행귀(崔行歸)는 균여의 향가를 중국의 사부(詞賦)를 능가하는 작품으로 평가하였다. 송나라의 군신들에게까지 전파되어 호평을 받았으며, 그들은 균여를 일컬어 “진실로 한 부처가 세상에 오신 것(眞一佛出世)”이라고 칭송하였다고 한다.

참고문헌

『균여전(均如傳)』
『향가문학연구』(김종우, 선명문화사, 1974)
『한국상고문학연구』(김승찬, 제일문화사, 1978)
「균여대사연구」(양재연, 『중앙대학교논문집』 4, 1959)
「균여연구」(황패강, 『성봉김성배박사회갑기념논문집』, 1977)
「균여 원왕가의 방편시학」(양희철, 『어문논총』 6·7합집,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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