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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임수 형태의 농촌 촌락 입지
배산임수 형태의 농촌 촌락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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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물러 살만한 장소를 가려서 정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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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오래 머물러 살만한 장소를 가려서 정하는 법.
내용

우리나라는 옛부터 동양에 뿌리 박은 풍수지리설과 그 시대의 종교가 결부된 사상이 거처를 정하는 기본 사상으로 되어왔다.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 擇里志≫ 복거총론에 보면 살 곳을 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을 크게 네 가지로 들고 있다.

곧 지리가 좋고, 생리(生利 : 그 땅에서 생산되는 이익)가 좋아야 하고, 인심이 착해야 하고,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각 세부항에 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지리(地理)

지리는 먼저 지형적인 형국을 보아야 하는데, 산맥의 흐름이 팔짱을 끼듯이 오므라진 곳은 묘지로 택할 곳이다. 그 맥이 펼쳐져 큰 자리를 만드는 곳이라야 주거지로 마땅하다. 그러한 곳에 바람의 기운이 모이고 간직함을 살펴야 하고, 땅의 앞뒤에 지세가 안온함을 택해야 오래 살 터가 된다.

(2) 산

산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맑고 아름다운 감정을 가지게 해야 하며, 기상이 흐르고 온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야 좋다. 그 형세는 조종(祖宗)이 되는 제일 높은 산이 다락집이 치솟은 듯함이 제일이다.

뒤에서 내려온 산맥이 끊어지지 아니하면서 들판을 건너다가 갑자기 높고 큰 봉우리로 솟아나고, 지맥(支脈)이 감싸 돌면서 마을을 만들어 궁궐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나는 것이 다음이다. 사방에 산이 멀리 있어 평탄하고 넓으며 산맥이 평지에 뻗어 강이나 냇가에 그쳐서 들판을 만든 것이 그 다음이다.

또 주산(主山 : 터 뒤에 높이 솟은 산)이 수려하고 단정하며, 청명하고 아담한 것이 제일 좋고, 온중하고 풍대하여 겹집이나 높은 궁전 같은 것이 다음으로 좋다. 만약 산맥이 약하고 둔하면서 생생한 기색이 없거나, 그 형상이 부서지고 비뚤어져 보이는 것은 보는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므로 좋지 않다.

식수를 구하는 샘도 산 모양과 관계가 있어, 산이 깊고 두터우며 웅대한 곳은 기운이 왕성하며, 수려한 곳에는 아름다운 샘이 있으며, 웅대하더라도 수려하지 못하면 샘이 있어도 아름답지 못하다.

(3) 물

수구(水口 : 물이 흘러 모아 나가는 어귀)를 논함은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방어하는 데 편리한 천연적인 요새를 취함인데, 수구는 꼭 닫힌 듯하고 그 안에 들판이 펼쳐져 있어야 한다. 지형적으로 보아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수구가 닫힌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으나 들판에서는 수구가 굳게 닫힌 곳을 찾기가 힘들다.

그럴 때는 물이 거슬러 흘러드는 곳을 택해야 한다. 특히 높은 산이나 그늘진 언덕이나, 역으로 흘러드는 물이 그 지역을 가로막고 있으면 좋은 곳이 된다.

또 가로막은 것이 겹겹으로 되어 있으면 더욱 좋으며, 이런 곳이라야 오래 살 터가 된다. 멀리 보이는 물길도 역으로 흘러드는 것이 좋으나, 큰 냇물이나 큰 강이 역으로 흘러드는 곳은 피해야 한다.

물길이 산맥의 위치와 음양의 이치에 합당해야 한다. 또 일직선으로 활을 쏘는듯한 곳은 피하며, 길고 멀게 굽어 흘러오는 물길이 좋다.

(4) 들

들의 형세를 논하는 것은 인간이 주거하는 활동공간에서 입고 먹는 일을 구함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기름지고 넓은 땅이 있어야 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안전하게 재물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들판은 넓을수록 주거지로 아름다운 것인데, 주위의 지형세가 긴속하게 갖추어져야 좋은 곳이며, 수로와 육로가 모두 통할 수 있어야 한다.

큰 들판에 낮은 산이 둘린 것은 산이라 하지 않고 들이라 한다. 그것은 하늘이 훤히 트이고 수기(水氣)도 멀리 통하기 때문에 습기가 차지 않고 환기가 잘 되며 햇볕을 오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중에서는 들이 펼쳐진 곳이라야 좋은데, 사방 산이 높아서 햇볕이 적고 음랭한 기운이 감돌면 산 안개와 장기(瘴氣)가 사람을 병들게 하기 쉽다.

따라서 사람이 오래 머물러 살 곳은 들판이 훤히 펼쳐지고, 산이 높지 않고 수려하며, 냇물이 크지 않고 맑은 곳이다. 높은 산과 험한 골짜기에 쏟아지는 급류 곁에는 경치가 아름다워 별장이나 절을 짓는 것은 좋으나 결코 오래 살 곳이 못된다.

(5) 생리(生利)

생리를 논하는 것은 사람은 모름지기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가족을 구성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재물이 풍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땅이 기름진 곳을 찾아야 하고, 교통이 편리하여 물자를 교역할 수 있는 곳이라야 오래 살 곳이다.

특히 지리적인 조건으로 산이 많고 들판이 적어서 수레가 다니기에 불편하면 선박으로 물자를 운반할 수 있는 물길이 통하는 곳을 찾아 살도록 한다.

(6) 인심(人心)

인심을 논하는 것은 옳은 풍속을 가리지 아니하면 자신에만 해로울 뿐 아니라 자손들도 반드시 나쁜 관습에 물들어 그르치게 될 근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로 뜻이 통하는 사람끼리 함께 모여 사는 데는 인심이 좋고 나쁨을 가릴 것이 못 된다.

(7) 산수(山水)

산수를 논하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즐겁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함이다. 만약 살고 있는 곳에 산수가 없으면 생활이 무미건조하고, 산수가 좋으면 경관에 취해서 삶을 영위할 수 없어 생리가 박할 때가 많다.

그래서 반나절쯤 걸어갈 수 있는 곳에 경치 좋고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 가끔 시름을 풀고 유숙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오래 머물러 살 곳이 된다.

이상을 종합하여볼 때 우리 선조들은 살 곳을 정하는 조건으로 우선 산이 수려하고 홍수를 막을 수 있으며 농사를 짓기에 유리한 곳으로 일조시간이 긴 장소를 택하였다. 또 의식 생활을 만족하게 해결할 수 있고 자손의 번영을 위하여 풍습을 가꾸며 정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장소를 원하였던 것이다.

참고문헌

『택리지(擇里志)』
『朝鮮の風水』(村山智順, 朝鮮總督府,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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