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기담」은 천상의 선녀와 인연을 맺었다가 헤어진 후 15년의 세월을 홀로 지내던 한 남성이 여인으로 환생한 선녀와 재회하여 부부가 되는 기이한 결연을 그린 작품이다. 1906년에 필사된 단편 고전소설집 『오옥기담(五玉奇談)』에 실려 있다.
호남 땅에 사는 우심이란 소년이 상대(湘臺)에 있는 이비(二妃)의 화상을 보고 반하여 사모하는 마음을 표현한 시 한 수를 벽 위에 적고 돌아온다. 그날 밤 천상에서 하강한 선녀가 우심을 찾아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우심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이다. 여인이 직녀로부터 받았다는 비단 주머니를 우심이 몸에 지니자, 우심은 학문이 일취월장하게 되어 과거에 급제한다.
하루는 여인이 우심에게 자신이 인간 세상에 머물 수 있는 기한이 다 찼다고 말하며, 15년 뒤에 우심과 다시 부부의 인연을 맺을 수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한 뒤 자취를 감춘다. 우심은 여인이 떠난 후 상심에 빠져 벼슬도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세월을 보낸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우심은 하씨라는 사람의 딸이 모든 혼처를 거절하고, 다만 우씨 성의 남자를 기다린다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듣는다. 우심이 그 여인을 찾아가 주1을 내보이니, 이가 바로 오랜 세월을 두고 찾던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곧 혼인하여 2남 1녀를 낳고 45년간 행복하게 지낸다. 하씨 여인의 생일날, 여인은 주2의 연분이 다하였다는 말을 남기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이어 우심의 생일날 우심 또한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아 자녀들에게 인의(仁義)를 지키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후손들의 명망이 세상에 진동한다.
「선분기담」을 포함한 『오옥기담』 수록 다섯 작품들은 동일한 필체로 면 구분 없이 연달아 필사되어 있으며, 남녀 사이에서 발생한 기이한 사건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고, 고소설의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중 「선분기담」은 선계(仙界)에서 온 여인과 인간 남성의 기이한 결연을 그린 작품이다. 우심의 아내 하씨는 천상의 선녀로, 신비한 마력을 지닌 주머니를 우심에게 주어 우심의 급제를 돕고, 그를 천상으로 이끈다. 이 작품은 현실과 선계가 융합되어 빚어진 그야말로 선분기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