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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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창작된 소설을 가리키는 국문학 용어.
이칭
이칭
고전소설, 고담, 언패, 언서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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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고소설은 조선시대에 창작된 소설을 가리키는 국문학 용어이다. 고전소설이라고도 한다. 옛것이라는 의미로 ‘고’ 혹은 ‘고전’을 붙여서, 새롭게 출현한 신소설·현대소설과 구분한다. 고소설은 필사본과 방각본 형태로 유통되었고 일제강점기에 구활자본으로 간행되었다. 이본마다 내용 차이가 있다. 패설·고담·이야기책 등 다양한 이칭이 있었으며, 망실된 작품까지 감안하면 1,500여 종이 창작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고소설의 시초는 통일신라 말에 창작된 「최치원」으로 보는 시각과 조선 초기에 김시습이 쓴 「금오신화」로 보는 시각이 있다.

목차
정의
조선시대에, 창작된 소설을 가리키는 국문학 용어.
내용

조선시대에는 소설을 패설(稗說)·고담(古談) 등으로도 일컬었으며, 국문으로 된 것은 언패(諺稗)·언서고담(諺書古談) 등으로 지칭하였다. 우리말 명칭은 고담과 같은 뜻인 이야기책이었다.

근대에 신소설이 나오게 되자, 이와 구별하기 위하여 그 이전 시대의 소설을 고소설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학술적인 용어로 고대소설·고소설·고전소설·이조 소설 등도 함께 쓰이는데, 그 가운데 고소설·고전소설을 많이 사용한다. 고소설은 시대를 기준으로 근대 이전에 창작된 소설 일체를 일컬으며, 고전소설은 가치나 의의를 부여할 소설을 일컫는다.

소설사의 단계가 고소설 - 신소설 - 현대소설로 전개되어 왔다고 보면, 고소설은 첫 단계의 소설이다. 고소설은 산문으로 기록된 서사문학이라는 점에서 설화나 서사무가와 구별된다. 또 주인공이 상대역이나 주위 상황과의 관계에서 상호 우위에 입각하여 심각하게 대결을 벌이는 구체적인 경험을 복잡한 구조에 입각해 비교적 길게 이야기하므로 문헌설화와도 다르다.

현실 생활에서 생겨나는 갈등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와 교훈을 찾을 수 있는 서사문학의 읽을거리를 요구하게 되며, 아울러 기존 서사 양식으로는 작가의 표현 욕구를 충족하기 어려워지자 이전에 없던 소설이 형성되었다. 고소설은 신소설 이후의 소설과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고소설은 한문본, 국문본, 한문 현토본 등 다양한 형태로 표기되었으며 방각본, 필사본 등으로 유통되었다. 필사본으로 유통되며 필사자의 생각이 반영되며 내용 변개가 일어나 많은 이본이 생성되었다.

최초 고소설에 관한 관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통일신라 말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치원」을 최초 소설로 보는 관점이 있다. 둘째, 15세기 후반 김시습(金時習)이 쓴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최초 소설로 보는 관점이 있다.

첫째 관점은 「최치원」을 전기와 소설의 면모를 모두 갖춘 전기소설(傳奇小說)로 본다. 또 문면 서술을 통해 주인공 최치원의 소외감과 고독감이 자세히 드러났으며 한시를 섞어 서술함으로써 여러 등장인물의 심리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최치원」의 특징은 전기 혹은 설화와 변별되며, 소설에 근접했다는 것이 첫째 관점의 요지이다. 둘째 관점은 「금오신화」를 최초의 소설로 본다. 「최치원」 속의 기이한 경험은 일회성이며, 경험한 뒤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입산하는 등 ‘인물과 세계의 대립’이 연속적이지 않다고 본다. 반면 「금오신화」 속 주인공이 세상에 동화되지 못하는 점은 「최치원」과 비슷하지만, 하룻밤의 기이한 체험을 통해 더 큰 고독감에 휩싸이며 삶의 향방이 즉각적으로 바뀐다. 따라서 「금오신화」는 자아와 세계의 대립을 첨예하게 연속적으로 제시한다.

「금오신화」는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죽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꿈에서 소원을 이루는 것 같은 초경험적인 요소를 지닌 이야기를 한문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고독하고 불우한 주인공이 삶의 보람을 찾기 위한 노력과 그 결과를 심각하게 그리고 있어 비슷한 유형의 설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의미를 지녔다. 또한 대단히 아름다운 한시를 적절히 활용해 단순한 서술로는 표현하기 힘든 인물의 심리를 자세히 표현하고 있다.

국문소설은 허균(許筠)이 17세기 초에 지었을 것으로 보이는 「홍길동전」에서 시작되었다. 서자로서 받는 설움에 불만을 품고 출가한 홍길동이 도둑 무리를 이끌고 나라에 반역하다가 섬나라 왕이 된다는 이 작품은 영웅소설의 연원을 이루었다. 그 뒤 국내를 무대로 한 영웅소설로는 「임진록(壬辰錄)」 등이, 중국을 무대로 한 영웅소설로는 「조웅전(趙雄傳)」· 「유충렬전」 등이 다수 나타나 널리 읽혔다.

우리 고소설 가운데 중국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도 있다. 영웅소설 「조웅전」·「유충렬전」 등은 중국을 배경으로 삼는다. 하지만 우리 고소설은 중국을 배경으로 삼았더라도,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은 조선 사람과 같다. 「조웅전」·「유충렬전」 등이 중국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국을 배경으로 삼아 흥미를 더할 수 있다. 둘째, 조선과 지리가 다른 곳을 배경으로 삼아 허구의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용이하다. 셋째, 조선의 현실을 풍자할 수 있다. 넷째, 중국 역사를 교육하는 교재로 쓰일 수 있다.

17세기 후반 김만중(金萬重)「구운몽(九雲夢)」「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를 내놓아 소설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이 두 작품은 내용에서나 문체에서나 사대부 취향의 고급문화가 소설과 접합될 수 있게 하고, 소설은 허황되고 난잡하므로 금해야 한다는 주장을 누그러뜨리는 논거를 제공하였다. 「사씨남정기」는 김춘택에 의해 한역(漢譯)되면서 사대부 사이에서 더욱 널리 읽히게 되었다.

이 두 작품을 비롯한 중국 무대, 사대부 취향의 작품들 중의 상당수는 국문본과 한문본이 함께 있어 두 층의 독자를 가깝게 하는 구실을 하였다.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 · 「옥린몽(玉麟夢)」 · 「옥루몽(玉樓夢)」 등 국문본도 있으면서 작자를 알 수 있는 것들이 그런 계열을 이룬다.

그런데 「숙향전(淑香傳)」 · 「운영전(雲英傳)」 같은 것들은 국문본과 한문본이 공존하지만, 사대부 가문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고독한 여주인공의 운명을 다루었으며, 작자를 알 수 없다. 국문본과 한문본이 서로 번역되어 함께 읽힌 작품군이 고소설의 중심을 이루었다 하겠으나,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았다.

한문소설이기만 한 것은 실제 인물의 행적을 다룬 전(傳)과 내용뿐만 아니라 서술 방법에서도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아 범위를 정하기 어렵다. 그런 작품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가운데 18세기 후반 박지원(朴趾源)의 작품이 독특하여 높이 평가된다.

「허생전(許生傳)」에서는 남산골 샌님이 장사꾼으로 나서서 나라의 형편을 진단하였다 하고, 「양반전(兩班傳)」에서는 시골 양반의 몰락을 그리면서 양반의 허실을 문제삼았다. 그 밖의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당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풍자하였는데, 김려(金鑢)이옥(李鈺)도 이와 상통하는 작품을 다수 남겼다.

전이나 야담에 의거한 한문소설은 세태를 풍자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으며, 중국을 무대로 하지 않고, 유교 도덕을 표방할 필요가 없던 점이 국문소설과 달랐다. 「오유란전(烏有蘭傳)」 같은 것은 작자를 알 수 없는 필사본으로만 전해지는데, 그런 작품의 풍을 이은 세태 풍자소설이다.

그런가 하면, 한문소설 고유의 성격에서 벗어나 국문소설이라야 어울릴 수 있는 복잡한 사건을 초경험적인 요소를 곁들여 다룬 한문소설도 있다. 「구운기(九雲記)」는 「구운몽」을 개작하면서 분량을 갑절이나 늘리고, 도가적인 내용을 갖추었다.

19세기 초 김소행(金紹行)이 지은 「삼한습유(三韓拾遺)」는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하여 자결한 여인의 사건을 신라시대에 있었던 일이라고 꾸미고, 초경험적인 상상을 동원하여 사건을 구성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서유영(徐有英)「육미당기(六美堂記)」에서 신라의 태자가 일본에 원정하여 왜왕의 항복을 받는 해외 원정 영웅소설을 만들어내었다. 이런 작품은 작자의 지식과 상상력을 과시하는 데 머무르고 널리 읽히지 않았으며, 소설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하기 어렵다.

국문소설이기만 한 작품은 분량에 따라서 두 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다. 주인공의 일대기를 다루기만 하고 한 책으로 끝나는 것은 ‘―전’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어서 전책(傳冊)이라 하였다. 한 인물의 생애에 주목한 전책과 달리, 한 대 또는 여러 대에 걸쳐 가문의 흥망을 다룬 작품은 분량이 길어지고, ‘○○○록(錄)’으로 된 제목이 흔하여 녹책(錄冊)이라 하였다.

전책에는 영웅소설이 많고,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것도 적지 않았다. 「옥단춘전(玉丹春傳)」 같은 애정소설, 「진대방전(陳大房傳)」 같은 교훈 소설도 흔히 볼 수 있었으며, 비교적 하층 독자들에게 읽혔다.

녹책은 전책보다 격조가 더 높다고 인정되었다. 그래서 녹책은 사대부 부녀자들이 애독했으며 국문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 한문본과 공존하는 것보다 분량이 더 늘어나 대장편으로 발전하였다. 중국을 무대로 하는 관례는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무척 흥미롭고 복잡한 사건을 전개하면서도 흥미 차원에서 초경험적인 설정을 계속 활용하였다. 복잡한 사건 속에서 충효와 열절을 설파했고 이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초경험적인 설정을 가미하였다.

이렇게 해서 생긴 대장편 가운데 「완월회맹연(玩月會盟宴)」은 180책이나 되어 고소설 중에서 가장 길다. 「명주보월빙(明珠寶月聘)」은 100책이며, 연쇄적인 관계에 있는 「윤하정삼문취록(尹河鄭三門聚錄)」「엄씨효문청행록(嚴氏孝門淸行錄)」까지 합치면 전체 분량이 235책에 이른다. 이와 비슷한 분량을 가진 작품이 몇 가지 더 있어서, 19세기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사대부 부녀자들이 길고 흥미로운 작품을 열망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이처럼 긴 분량의 작품은 대장편·대장편소설· 대하소설이라고 일컬어진다. 대장편소설 가운데 다수 작품이 창덕궁 낙선재에 소장되어 있었던 까닭에 ‘낙선재본 고소설’이라고 일컫는다. 낙선재본 고소설은 왕실의 소설 향유 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에 문화사적 의의가 크다. 아울러, 낙선재본 고소설은 호대한 분량 속에 다양한 사건을 다루며 인간 삶을 총체적으로 전개해 그 문학적 성취가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내용에 있어서는 높은 지체를 자랑하는 몇 가문의 남녀가 여러 대에 걸쳐서 벼슬하고, 혼인하며, 자손을 두고 하면서 겪는 시련을 자세하게 다루는 데 그친 부분이 없지 않다. 보수적인 가치관도 전과 다름없이 드러내고 있으나, 동시에 여성의 삶과 생각을 자세히 표현하고 있다.

그 비슷한 계열인 것 같으면서도 10책 전후의 분량인 「천수석(泉水石)」 · 「보은기우록(報恩奇遇錄)」 등은 가문의 질서가 무너지고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이 대두하여 새로운 갈등이 벌어지는 양상을 거짓 없이 다루어 주목된다. 「보은기우록」에서 위지덕은 가문이 몰락하자 장사와 고리대금업을 시작해 큰 부를 얻는다. 늦게야 얻은 아들 위연청은 아버지와 달리 공부에 매달리고 이로 인하여 부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천수석」에서는 서술적 역전, 인과관계의 다각적 추적, 내면 심리의 표출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 여러 인물이 관여해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을 다루는 수법은 양 계열에서 모두 크게 발전되었다.

판소리계 소설은 이와 같은 대장편류와 대조적인 위치에 섰다. 두 계열 모두 19세기에 이르러서 본격적인 발전을 보였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유래와 성격이 판이하다. 판소리계 소설은 판소리 사설이 정착되어 이루어졌으며, 판소리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판소리와의 관련 때문에 생동하는 구어문체를 지니고 있으며, 하층의 광대가 경험을 통하여 인식한 당대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러면서도 상층 취향의 표현과 사고방식도 아울러 지녀서, 작품 속에서 대립을 일으키게 하였기에 폭이 더 넓어졌다. 여러 작품이 판소리를 통해서나 소설로 읽히면서 여러 작품이 전국에 널리 알려진 것도 특기할 만한 일이다. 판소리계 소설은 위에서 전책이라 한 저급소설을 쇄신하여, 국내를 무대로 한 사실적 작품의 발전을 가속화하였다는 의의를 가진다.

판소리는 모두 열두마당이었다고 하는데, 그중 일부는 소설만으로 전해지고 일부는 판소리와 소설이 공존하여 전해진다. 「옹고집전(雍固執傳)」「배비장전(裵裨將傳)」이 판소리는 없어지고 소설만 남은 대표적인 예인데, 탐욕과 허세를 풍자한 작품이다.

판소리와 소설이 공존하는 것들인 「춘향전」 · 「심청전」 · 「흥부전」 · 「토끼전」은 주제와 수법이 더욱 흥미롭다. 각기 정절 · 효성 · 우애 · 충성 등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표면에 내세우고서, 그런 것들로 해결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여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게다가 생동하는 구어에 의한 문체가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춘향전」은 고소설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기생의 딸 춘향이 신분적인 제약을 벗어나 사랑을 성취하고 인간적인 해방을 이룩한다는 내용이다. 「흥부전」에서는 농촌 사회의 변화를 자세히 다루어 전통적 가치관에 매달리는 아우와 돈을 모으기에 수단을 가리지 않는 형을 대립시켜 문제삼았다.

세태 풍자의 한문소설, 대장편인 국문소설, 판소리계 소설이 고소설에서 이룩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주제 의식 · 전개 방식 · 현실 감각에서 각기 두드러진 장점을 가지고 독자적인 세계를 이룩하였으며, 서로 교류하고 융합될 기회가 없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그런 단계에 이르러서 새로운 단계의 발전이 요망될 때 나타난 신소설은 고소설의 전통을 협소하고 왜곡되게 계승하였다. 신소설과 현대소설이 외래적인 영향에 민감해 있는 동안 고소설의 소중한 유산은 대부분 잊혀졌다가, 근래의 연구에 힘입어 재발견, 재인식되고 있다.

고소설은 현재까지 약 1,000여 종이 확인되었다. 완전히 망실된 작품까지 감안하면 우리 고소설은 1,500여 종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작자를 알 수 있는 작품은 한문소설 대부분과 국문본과 한문본이 공존하는 소설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국문소설 중에는 작자가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특히, 국문소설의 경우 소설을 짓는 일이 명예롭지 않다고 여겨 이름을 숨겼기 때문이다. 돈을 받고 영리적으로 유통될 작품을 제공해도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름이 남아 있지 않은 작가는 사대부일 수도 있고 그 이하 신분일 수도 있는데, 소설의 영리적 유통이 확대되면서 시민층 출신의 직업적 작가가 많아졌으리라고 짐작된다. 또 여성 우위를 주장하는 여성 영웅소설이나 여성끼리 혼인하는 「방한림전」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 여성 작가의 작품도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소설 유통의 일반적인 방법은 필사본으로 전달되어 읽히는 것이었다. 독자가 늘어나면서 필사본은 거듭 필사되었는데, 필사자가 내용을 개작할 수 있어서 인기의 정도에 비례해서 이본(異本)이 늘어났다. 읽을 때 소리내어서 낭독하면 여러 사람이 듣는 경우가 흔하였다. 장터 등 행인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 자리를 잡고 돈을 버는 직업적인 낭독자도 있었다. 서울에서 영업하는 직업적 낭독자인 전기수(傳奇叟)는 흥미로운 대목에 이르면 소리를 멈추고 청중이 돈을 던져 주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조수삼이 쓴 『추재기이』에 전기수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필사본 소설, 그 중에서도 특히 대장편류를 많이 모아놓고 빌려주면서 돈을 버는 세책가(貰冊家)의 영업도 서울에서 번창했다. 이는 새로운 작품이 많이 창작되게 하는 구실을 하였다.

18세기에는 민간 출판업자가 목판으로 책을 출판하는 이른바 방각본(坊刻本)으로 소설이 출판되기 시작하였으며, 19세기에 이르러서 그 영업이 크게 발전하였다. 방각본 소설은 서울의 경판본(京板本), 전주의 완판본(完板本), 그리고 안성판본(安城板本)의 세 가지로 출판되었다. 종수가 60여 종에 이르렀는데, 분량이 얼마 되지 않고, 특히 인기가 있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였다.

1910년대에 이르러서는 신활자본에 의한 고소설 출판이 시작되어 200여 종이 나왔다. 그 가운데는 활자본으로 출판하기 위해서 창작한 신작 고소설도 있어, 고소설 시대가 끝난 다음에 신소설이나 현대소설이 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참고문헌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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