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 원래 문자 그대로 사람의 평생사적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는 것이다. 본래 사가(史家)에 의하여 채택되었다.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를 편술할 때에 백이열전(伯夷列傳) 이하 70여 편의 전을 남긴 이후에 역대의 『이십오사』 사가들이 이를 계승하였다. 따라서 정사(正史)의 필체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전은 차츰 정사뿐만 아니라 문인들에게도 보급되어 정사에 수용되지 못한 처사(處士) · 일민(逸民)의 드러나지 않은 덕행이나 서인 천민의 본받을 만한 행실을 골계(滑稽)를 섞어가며 기교적으로 서술하여 후대에 드리우려 하였다. 그 수용되는 인물의 성격과 문장의 형태가 매우 다양하였다.
『문체명변(文體明辨)』에서는 전을 ① 사전(史傳), ② 가전(家傳), ③ 탁전(托傳), ④ 가전(假傳)으로 나누었다. 설봉창(薛鳳昌)의 『문체편(文體編)』에서는 전을 ① 사전, ② 가전, ③ 소전(小傳), ④ 별전(別傳), ⑤ 외전(外傳)으로 각각 분류하였다.
사전은 정사의 열전을 뜻한다. 가전은 정사와 구별되는 사가에 간직할 목적으로 된 전을 말한다. 가전과 탁전은 가탁한 필법을 사용한 것이다. 소전은 체재가 간략한 것이다. 별전과 외전은 명칭은 비록 다르지만 모두 정사인 정전(正傳)에 누락된 것을 기록한 것이다.
전은 서술하는 방법과 태도에 따라 정체(正體)와 변체(變體)로 구분된다. 정체는 서사를 주로 하고 변체는 의론을 주로 한다. 정체는 사적을 기록하여 후대에 전시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사실 자체를 생각하여 법론을 금하게 된다. 대상도 달라서 정체는 달관귀인(達官貴人)을 많이 다룬다.
변체는 문인 · 기사(奇士) · 창부(娼婦) · 협녀(俠女)의 유가 많다. 후대에 낙척(어렵거나 불행한 환경에 빠짐.)한 선비들이 변체를 유희문(遊戱文)으로 여겨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이들의 전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자전적(自傳的)이다. 둘째는 우언적(寓言的)이다.
자전적 전은 실제로는 글쓴이 자신의 흉금과 회포를 서술하면서 객관적으로 인물화한 것이다. 사실(史實) 자체는 징실(徵實)하지 못하다. 설사 사실을 증거하였다 하더라도 종래의 정체처럼 사실위주가 아니다. 문학적인 윤색을 더하여 자기의 사상과 생활상태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었다.
우언적 전이란 주인공이 실제인물이 아니고 허구적 인물이다. 설사 실존인물이라 하더라도 많은 과장과 윤색을 더하였기 때문에, 기록을 사실적인 진면목으로 간주할 수 없다. 그러나 주인공의 용심과 처사는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로써 저자의 인생관과 이상을 영출한다.
고려시대의 가전(假傳)이나 박지원(朴趾源)의 9전은 인물의 성격이나 서술방법으로 보면 이 두 가지 전의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삼국사기』의 「온달전(溫達傳)」은 어디까지나 정사이므로 소설로 간주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