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권 9책. 국문필사본. 연작(連作) 제1부로서, 『화산선계록(華山仙界錄)』 80권 80책의 전편이다. 완질본은 장서각에 있는데, 1972년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에서 영인, 교주되어 출간되었다. 이본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낙질본 ‘권디팔’이 있다.
명문거족에 태어난 위보형은 어릴 때부터 탁월하였고 자라면서 더욱 뛰어나 서모 양씨의 시기를 받는다. 외숙에게 학문을 닦은 뒤 현숙한 설 소저와 혼인하게 되자, 양씨는 시기하는 마음을 품고 방탕한 총각·처녀인 간옥지와 이초혜를 끌어들여 각기 설 소저와 위보형에게 접근하게 한다. 간옥지는 설 소저에게, 이초혜는 위보형에게 마음을 두어 이미 부부가 된 두 사람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지하려 한다.
양씨와 두 간사한 사람들로 인하여 위보형과 설 소저는 갖은 시련을 다 겪는다. 게다가 천자가 위보형을 부마로 결정하고 설 소저를 죽이려고까지 한다. 설 소저는 어려움 속에서도 아들 사원을 낳고, 공주의 도움을 얻어 풀려난다. 공주가 간신들의 음모로 죽은 뒤에 설 소저와 위보형은 다시 결합한다.
그러나 천자의 총애를 얻은 이초혜의 모해로 다시 환란이 일어나 아들 사원이 납치되고 만다. 위보형과 설 소저는 화산의 선인에게 도움을 받아, 화를 피해 선계에 들어간다. 사원은 도중에 달아나 변방의 장수 이극용에게 구출되어 양자가 된다.
황소의 난이 일어나 조정이 위기에 처하자 위보형은 도적을 토벌하는 데 참가하고는 종적을 감춘다. 간신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사원은 이극용과 함께 나서서 진압하고 도적이 되어 있던 이초혜·간옥지도 잡아 벌한다. 이후 사원은 후당의 명종이 되어 훌륭한 치적을 올리고, 아들 복성이 그 뒤를 잇는다.
이 작품은 당나라 말기 오대(五代)의 중국 역사상에 나타나는 실제 인물과 사건을 일부 차용하여, 한 시대의 질서가 붕괴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국 소설인 『잔당오대연의(殘唐五代演義)』의 인물 및 삽화가 들어 있어 이를 참고하여 쓰인 소설로 볼 수도 있다.
욕망을 성취하고 이익을 다투는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사태는 조선 후기 새로운 사회상의 간접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사건이 다양하게 전개되며 많은 인물이 복합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사건을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 다면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기법이다. 또한 80책 분량의 『화산선계록(華山仙界錄)』으로 연작되고 있어, 조선후기 대장편소설의 연작 양상을 연구하는 데도 주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