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전 ()

고전산문
작품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이칭
이칭
숙향전(熟香傳), 요조슉향젼, 이화정기(梨花亭記), 이화정기우기(梨花亭奇遇記), 이화정기적(梨花亭奇跡)
내용 요약

「숙향전」은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이 작품은 숙향과 이선이란 천상의 인물이 천상에서 맺은 연분을 지상에서 이루기 위해 적강한 후 고난을 겪고 결연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숙향전」에는 초현실적 세계관이 강하게 드러나며 천상의 인물들이 개입하여 숙향을 돕는 내용과 보은(報恩)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등 윤리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조수삼(趙秀三)은 조선 후기 전기수가 구송했던 작품들을 열거하면서 「숙향전」을 먼저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숙향전」이 당대 널리 향유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정의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서지사항 및 이본

「숙향전」의 현전하는 이본은 국문 방각본 1종, 국문 필사본 49종, 한문 필사본 11종, 한문 현토본(구활자본) 1종으로, 국문본 · 한문본 및 목판본 · 필사본 · 활자본이 모두 전한다. 「숙향전(熟香傳)」 · 「요조슉향젼」 · 「이화정기(梨花亭記)」 · 「이화정기우기(梨花亭奇遇記)」 · 「이화정기적(梨花亭奇跡)」이라고도 한다. 판각본에는 경판 3책본과 2책본이 있다. 3책본에는 하권만 30장인 것, 중권이 22장이고 하권이 23장인 것이 있으며, 2책본에는 상권이 23장이고, 하권이 20장인 것이 있다. 필사본에는 여러 이본이 있고, 활자본은 1914년에 덕흥서림(德興書林)에서 간행한 이래 모두 네 차례 나왔다. ‘이화정기’ · ‘이화정기우기’ · ‘이화정기적’은 모두 한문본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

1754년(영조 30)에 이루어진 「만화본춘향가(晩華本春香歌)」에 이 작품이 언급되어 있는 점으로 볼 때, 그 이전에 창작되어서 당시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작품들에서 남녀 주인공 이선과 숙향의 행적이 고사처럼 인용되기도 했다. 일찍이 조수삼(趙秀三)『추재기이(秋齋紀異)』에서 전기수(傳奇叟)가 낭독한 작품으로 먼저 이 작품을 들었다.

내용

송나라 때 김전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어부들에게 잡혀 죽게 된 거북을 사서 놓아준 적이 있었는데, 어느날 홍수에 휩쓸려 가다가 그 거북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김전과 부인 장씨는 늦도록 자식이 없다가 명산대찰(名山大刹)에 기도한 후 딸 숙향을 얻는다. 숙향이 다섯 살 때 도적의 난이 일어나서 피란을 가게 되었는데, 김전 부부는 피란길에 숙향을 잃어버린다. 부모를 잃은 숙향을 도적이 구해 주고, 황새, 잔나비, 까치 등이 보호해 준다. 이후 사슴의 도움으로 장 승상의 집에 이르게 된다. 장 승상이 숙향을 신임하여 양녀로 삼고 가사를 다 맡기니 시비 사향이 숙향을 시샘하여 흉계를 꾸민다. 숙향은 도둑 누명을 쓰고 쫓겨나 물에 빠져 죽으려 하였는데, 용녀가 구출한다. 하루는 숙향이 불에 타서 죽게 되었는데 다시 주1에 의해 구출된다. 배가 고파 죽게 되었을 때는 천태산 마고할미가 구출해 주어서 같이 살게 된다.

어느 날 숙향은 인간 세상에 태어나기 전 신선들의 요지연에서 열린 잔치에 참여했다가 자신의 전생 이야기를 듣고, 태을성 이선을 만난다. 꿈에서 깨어난 숙향은 그 광경을 수로 놓는다. 할미가 숙향이 수 놓은 것을 저자에 내다 파니, 수를 산 장사꾼은 낙양의 이선이 천하 문장가라는 말을 듣고 찾아가 수에 시를 써달라고 한다. 이선은 숙향이 놓은 수가 자신이 꿈에서 본 것과 같은 것임을 알고 크게 놀라 할미를 찾아가고, 숙향이 거쳤던 곳을 지난 후 천상배필인 숙향과 가연을 맺는다.

이 상서는 이선이 숙향과 몰래 혼인한 사실을 알고는 숙향을 오해하여 김전을 시켜 죽이려 한다. 숙향이 딸인줄 모르는 김전이 이 상서의 지시에 따라 형리를 시켜 숙향에게 매를 치려고 하지만 형리의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숙향을 벌하려 하지만 할미가 신이한 술법으로 숙향을 구한다.

숙향을 죽이기로 결정한 날, 장씨가 숙향의 꿈을 꾸고는 죄수의 신원을 물어보았는데 자신의 딸과 비슷했다. 김전이 차마 죽이지 못하니 이 상서가 김전을 전출시키고 다른 태수를 부임시킨다. 이선의 숙모가 이 사실을 알고 이 상서에게 전말을 알린다.

한편 숙향은 마고할미가 세상을 떠난 후, 삽살개를 데리고 지내던 중 불량배에게 핍박을 당하고 이에 크게 통곡하며 죽으려 한다. 이때 이 상서 부부가 그 소리를 듣고 숙향을 데려와 그 비범함을 알아본다. 과거에 급제한 이선도 집으로 돌아와 숙향과 재회하고 이 상서는 숙향을 이선의 아내로 인정한다. 이후 이선은 황태후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봉래산에서 선약을 구해 오고 이러한 공으로 초왕이 된다. 이선은 숙향과 여러 부인을 거느리고 부귀를 누리다가 마침내 선계로 돌아간다.

의의와 평가

「숙향전」에서 여자 주인공 숙향이 고귀한 혈통으로 태어나 어려서 고아가 되고, 구출자를 만나 양육되었다가 다시 찾아오는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 과정은 여성 영웅소설이 갖는 특징이다. 천상의 월궁선녀와 태을성이 서로 희롱하는 죄를 짓고 각각 숙향과 이선으로 인간세상에 내려와 온갖 고난을 겪은 끝에 마침내 사랑을 성취하고 행복을 누리다가 다시 천상으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적강 소설로서의 「숙향전」은 사건 전개에 있어서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애정이 천상에서 이미 예정된 것이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숙향의 천상적 자아 회복이라는 서사 구조로 천상적 질서의 이탈에서 다시 재편입하는 과정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여자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애정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이 작품이 여성의 관심사를 다루면서 애정 성취의 욕구를 중요시하게 되는 추이와 관련이 있다. 여성 독자층의 요구나 의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러한 성향의 소설이 성행하게 하는 데 이 작품이 큰 자극제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전이 거북의 보은(報恩)을 받고, 물 속의 신이한 존재나 사슴, 화덕진군, 마고할미 등이 위기 해결에 계속 도움을 주는 구실을 하는데 이것은 천상적 질서가 작품의 서사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이러한 서사는 곧 천상적 질서에 의한 것으로 이 작품이 도교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또한 작품에서 반복되는 ‘꿈’또는 ‘예언’은 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발생과 결과를 암시해 주는 복선이 되기도 한다. 작품 후반부 이선의 구약 여행담에서 겪는 낯선 세계는 환상적 세계에서의 인간의 욕망 추구와 유희적 기능을 보여 주는데, 이는 상투적인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에게 새로움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숙향전」은 여성 수난의 상황을 깊이 의식하되, 그 이유와 해결책은 관념적이거나 초월적인 각도에서 찾으려고 한 작품이다. 숙향이 이루는 성취는 숙향의 의지와 주도적 노력이기보다는 천상적 질서로 대변되는 초월적 존재인 원조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숙향전」에서는 도교 사상이 주류를 이루고 마지막 승천 때에도 현세에 연연하지 않는 등 유교 사상이 부차적인 것으로 드러나는데,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의 세계관이 천상을 우위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숙향전」은 조선 후기에 가장 애독되었던 소설로, 여러 고전 소설에 「숙향전」과 관련된 내용이 삽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숙향이 시아버지 조복의 관대와 흉배를 이틀 만에 만드는 것은 「박씨전」의 시아버지 조복 짓는 대목과 유사하며, 거북이의 보은과 관련된 서사는 「육미당기」에서 소선이 거북을 구하고 보답 받는 화소와 같다. 그리고 숙향과 이선의 태몽이 「쌍주기연」의 남녀 주인공을 태을성과 월궁선녀로 설정한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부모의 결연담과 옥지환은 「장경전」에서 주인공 부모의 결연담과 닮았으며 옥지환이 은혜에 보답하는 상징물로 역할을 한 것은 「장경전」에서 결혼 예물과 모자지간임을 확인하는 증거물의 모티프로 활용되었다. 숙향의 일생은 「금방울전」의 장해룡의 일생과 흡사하며, 숙향이 겪는 고난과 원조는 「소대성전」의 소대성의 고난과도 닮아 있다. 그리고 「숙향전」의 선계의 형상과 세계관은 「남윤전」「적성의전」, 「김진옥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후대 소설에 「숙향전」이 겪는 고난,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인물, 사건이 나타나는데 이는 「숙향전」이 조선 후기 가장 널리 애독되었던 소설로 그 영향이 매우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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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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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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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주1

불을 맡아 다스린다는 신령. 우리말샘

관련 미디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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