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본 · 한문본. 목판본 · 활자본 · 필사본이 다 있다. 목판본에는 경판본과 완판본의 두 종이 있는데, 완판본은 「 용문전(龍文傳)」과 합책되어 있다. 활자본은 7회 출간되었다. 이본들간의 내용은 거의 같지만, 경판본은 완판본의 반 정도로 축약되어 있다. 출간 횟수로 볼 때, 널리 읽힌 인기있는 작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한문 필사본 2종이 있다. 서강대학교 도서관에 「대봉기(大鳳記)」라는 제명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신용하 개인 소장본으로 「소대성전(蘇大成傳)」이 있다. 한문본 2종은 내용상 차이가 있다. 영웅소설 유형에 속하는 작품이다.
명나라 때 병부상서를 지낸 소양은 늦도록 자식이 없어 근심하다가 영보산 청룡사 노승에게 시주를 하고 외아들 대성을 얻는다. 대성은 동해 용자의 적강으로, 어려서부터 비범했다. 부모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자, 고아가 된 대성은 집을 떠나 품팔이와 걸식으로 연명한다.
청주 땅에 사는 이 상서는 한 기이한 꿈을 꾸고, 월영산에서 소대성을 발견하여 집으로 데려온다. 이 상서는 대성의 인물됨이 비범한 것을 보고 딸 채봉과 약혼하도록 한다. 부인과 세 아들은 대성의 신분이 미천함을 들어 혼인을 반대하다가, 성례 전에 이 승상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대성을 박해하고 자객을 보내 죽이려 한다. 대성은 자다가 자객의 침입을 도술로 피하고 집을 떠난다. 방황하던 대성은 영보산 청룡사로 가, 노승의 도움으로 병법과 무술을 공부한다.
한편, 채봉은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라는 어머니의 권고를 물리치고 대성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청룡사에서 공부한 지 5년이 되는 해에 대성은 천문을 보고 호국이 중원을 침공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노승에게서 보검을 받고, 이 상서가 꿈 속에서 지시한 대로 갑주를 얻고, 한 노옹으로부터 용마를 얻어 중원으로 떠난다.
대성은 중원에 이르러 적군을 격파하고 위태로운 지경에 있는 황제를 구한다. 황제가 크게 기뻐하고 대성을 대원수로 임명하니 대성은 호국 왕을 항복시키고 개선한다. 황제는 대성을 노국왕에 봉한다. 노왕이 된 대성은 청주로 가서 채봉을 맞아 인연을 성취하고, 노국에 부임하여 선정을 베푼다.
이 작품은 영웅소설의 보편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한 점이 있어서 주목된다. 주인공 대성이 초년에 걸식하고, 이 상서 집에서 밥먹고 잠만 자는 위인으로 나오는 대목에는 겉보기로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흉중에 큰 뜻을 품었을 수 있으니, 지체나 처지에 따라서 사람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 있다. 미천한 처지의 독자는 이 작품을 읽었을 때에 이런 주장에 특히 공감을 했을 것이다.
또 전생에서부터 이어진 ‘용자와 용녀의 천정 인연’에서 당시 독자가 지녔던 ‘연분관’, 즉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읽어낼 수 있으며, 불우한 처지의 고아 소년이 일국의 왕이 되는 ‘영웅 일대기’ 구조에서 당시 독자의 ‘정성관’인 ‘치성과 지극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
한편, 이 상서 부인과 아들들이 보낸 자객을 죽이고 집을 나선 소대성은 홍길동의 전례를 되풀이해 보여주는데, 이 점도 고찰할 만하다. 주인공은 용력이 뛰어난 자객을 도술로 물리친다. 이러한 전개는 「 홍길동전」과 「소대성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서 「소대성전」이 「홍길동전」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홍길동은 스스로 도술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도승을 만나 수업을 받아야만 했던 후대 영웅소설의 주인공들과는 구별된다. 그런데 소대성은 홍길동과 같은 능력을 지녔으면서도 다시 도승을 만났다. 도승을 만났다는 점에서 소대성은 영웅소설의 주인공인 조웅이나 유충렬과 같지만, 스스로의 도술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산사에서 수업을 하기 전이라 할지라도 조웅이나 유충렬처럼 무력하지는 않았다. 이 점은 영웅소설의 변모 과정에서 「소대성전」이 차지하는 위치를 알 수 있게 한다. 「소대성전」은 「홍길동전」보다는 뒤에 창작된 작품이지만, 「조웅전」이나 「유충렬전」보다는 먼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소대성전」에는 「홍길동전」에 보이지 않던 천상계와 지상계의 이원성이 나타난다. 소대성은 용왕의 아들이 하강하면서 태어난 것이며, 용왕의 도움을 받고, 다시 청룡사 노승을 만나 공부를 한다. 여기에는 지상에서의 고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상과의 관련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나타나 있다. 중원 천자와 호국 왕과의 싸움도 자미성과 익성의 싸움이라고 했다. 이 싸움은 천상에 보고되고, 천상 상제가 익성에게 죄를 주어 인간에 두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익성인 호국 왕의 패배는 예정된 것이다. 이러한 이원적인 설정은 「홍길동전」에서는 볼 수 없었으며, 후대 귀족적 영웅소설에서는 공식화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