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망덕사(望德寺)에 있으면서 시주를 받아 600부 『반야경』을 간행하려 하였으나, 일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지옥의 사자에게 잡혀서 지옥으로 갔다.
명사(冥司)가 인간세상에서 한 일을 묻자 만년에 『반야경』을 완성하려다가 못 마치고 잡혀 온 것을 말하였다. 이에 명사는 수명이 다하기는 하였지만 다시 인간세상에 돌아가서 경전을 완성시킬 것을 명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한 여자가 울면서 말하였다. 그녀도 신라인이었는데, 부모가 금강사(金剛寺)의 논 1묘(畝)를 몰래 빼앗은 죄로 연좌되어 지옥으로 잡혀와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율이 돌아가거든 즉시 부모에게 일러 그 논을 돌려줄 것과, 살아 생전에 몰래 상 밑에 묻어둔 참기름과 침구 사이에 간직해 둔 곱게 짠 베를 사용하여 불등(佛燈)을 켜고 경폭(經幅)을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죽은 지 10여일 만에 환생하였으나 이미 남산(南山) 동쪽 기슭에 장사지냈으므로 무덤 속에서 3일 동안 사람을 불렀는데, 지나가던 목동이 이를 듣고 망덕사 승려에게 고하여 구출되었다.
그 뒤 선율은 지옥에서 만난 여자의 집에 있는 사량부(沙梁部) 구원사(久遠寺) 서남쪽으로 가서 여자가 죽은 지 15년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기름과 베를 찾아 부탁하였던 대로 사용하며 명복을 빌었다.
이에 여자의 혼이 나타나서 은혜에 힘입어 고뇌를 벗어났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감복하여 『반야경』을 완성시키는 데 모두 보시하였다.
그 경질(經秩)은 고려 중기까지는 경주의 승사서고(僧司書庫) 중에 있었다고 하며, 해마다 봄·가을에 독경하여 재앙을 물리쳤다고 한다. 이 선율의 이야기는 현재 우리 나라의 환생설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