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는 데우지 않고 찬술을 그대로 마시는데, 이것은 『경도잡지』 원일조(元日條)에 의하면 “세주불온 우영춘지의(歲酒不溫寓迎春之意)”라는 기록이 있어 봄을 맞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옛날에 세주로 마신 술은 초백주(椒柏酒)와 도소주(屠蘇酒)가 있었으며, 이들은 중국에서 유래한 세주이다.
이 술을 정초에 마시면 괴질(怪疾)을 물리치고 일년중의 사기(邪氣)를 없애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세주는 중국에서는 이미 양(梁)나라(6세기) 이전부터 있어온 것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꽤 일찍부터 상류층에서 받아들였다.
초백주는 후추알 일곱개와 측백(側柏)의 동향(東向)으로 난 잎 일곱 개를 한 병 술에 담가서 우린 술로 제석(除夕)에 담가두었다가 정초에 마시면 괴질을 물리친다고 한다.
도소주는 산초(山椒)·방풍(防風)·백출(白朮)·밀감피(蜜柑皮)·육계피(肉桂皮) 등을 조합하여 만드는데, 이를 마시면 일년간 사기를 없애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의 세주는 상류층에서 마시던 것이며 민간에서는 곡주류인 청주를 세주로 썼다.
세주를 마심으로써 봄을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계절 중 시작이 곧 봄으로서 새로운 해[年]의 열림을 뜻한다. 또한, 찬술이어야 한다는 것 역시 전혀 가공하지 않은, 즉 끓이거나 데우지 않은 가장 원초적(시작)임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시작이나 원초적이란 신화에서 우주가 개벽되던 그 신성한 순간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세주는 지금까지의 묵은 것을 폐기하고 신성한 새해(시작)의 열림을 의미한다. 또한, 세주에 측백·산초·방풍 등 약재이면서 아울러 벽사(辟邪)의 뜻을 지닌 식물을 쓰는 것은 신성력을 강화시켜 건강하고 초복(招福)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