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의 감정적이고 다혈질인 문학청년 문호(文浩)는 사촌 누이동생인 16세의 문학소녀 난수(蘭秀)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런데 난수는 부모의 뜻에 따라 15세 되는 양가의 자제와 약혼을 한다. 문호는 이 소식을 듣고 백방으로 말렸으나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듣지 않자, 돈을 구하여 난수에게 서울로 함께 도주할 것을 권하였으나 난수는 응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2년 뒤, 동경 유학에서 돌아온 문호는 난수가 맞아주지 않아 3년 전에 느꼈던 즐거움이 사라졌음을 새삼 아쉬워한다. 이미 혼인하여 어린아이의 아버지가 된 문호는 사촌 문해(文海)와 자기의 턱에 난 수염을 보며 “흥, 우리도 벌써 아버질세그려. 소년의 천국은 영원히 지나갔네그려.” 하고 웃으면서 눈에는 눈물이 괸다. 대단원에서는 아름답고 애달픈 추억 때문에 소년시절을 못내 아쉬워하는 무상감이 깃들어 있다.
이 작품의 소재는 일본 작가 구니키다(國木田獨芳)의 「소년(少年)의 비애(悲哀)」에서 택하였다는 주장과 작가의 경험 세계에서 취하였다는 주장이 있다. 주제는 그 비애의 원인이 시적 서정과 자연관에서 오는 향수보다는 자녀 중심의 사회 개량 의식이 완고한 부모의 인습에 의하여 좌절된 것이기 때문에 비애를 느낀다는 교화적 계몽성에 있다.
이 작품은 작자의 초기 습작기의 작품이므로 성격 묘사와 심리 묘사가 미약하나 구성과 형식은 당시의 작품으로서는 발전된 것이었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단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서술시점 · 서술상황에 대한 배려는 단순하지만 선구적이고 특이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