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 시절의 명관인 소질은 부인 가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딸 약란의 미모와 재주가 빼어났다. 약란은 두연패와 혼인하였는데, 두연패는 기생 조양대를 첩으로 삼아 소씨 몰래 숨겨둔다.
소씨가 우연히 조양대의 거처를 발견하고 조양대를 불렀으나 그녀는 오만하여 응하지 않는다. 이에 소씨가 매로 다스리니 조양대는 원한을 품고 두연패에게 소씨를 모함한다. 소씨는 두연패가 자기를 속인 것에 분노하여, 두연패가 안남으로 부임하는데도 따라가지 않는다.
두연패는 조양대와 지내던 중 소씨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소씨에게 마음이 기운다. 조양대는 두연패의 마음을 돌이키고자 관가의 노비 녹운의 아들을 사서 자기가 낳은 것으로 꾸민다. 소씨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여 비단에 수를 놓아 직금회문(織錦回文)을 써 보내는데 이를 본 두연패는 그 간절함에 감격하여 노여운 마음을 푼다. 마침 두연패는 조양대와 관가의 노비가 아들을 사고 판 것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되어 조양대를 내쫓는다.
소씨와 두연패가 재회하여 화목하게 지내다가 두연패가 다시 변방으로 떠나게 된다. 두연패가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을 안 소씨는 천자에게 상소문을 올려 청원한다. 천자가 그 재주와 문장에 감탄하여 두연패를 상경하게 한다. 부부가 상봉한 지 수년 뒤에 천태산으로 들어가니 그 종적은 알 수 없으나 직금회문이 남아 널리 알려졌다.
이 작품은 중국의 실존 인물 소씨와 실제로 전해지고 있는 직금회문을 소설화한 것이다. 고전 소설의 전형적인 유형인 처첩담(妻妾譚)의 하나로서 그 이본의 수를 볼 때 널리 애독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중국에서도 매우 유명했던 「소약란 고사」는 조선 남성 문인들의 문집에서 자주 언급되었으며, 아내가 남편을 그리워하여 회문시(回文詩)를 보낸 것에 주목하여 문예물로 활용되었다. 또한 여성의 재주를 평가할 때 관용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처첩 갈등을 다룬 가정 소설에서 보면 독특한 면모를 가진 작품이다. 문제 해결에 초현실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고, 인물의 현실적인 능력, 즉 비단에 수놓은 편지로써 갈등의 해결에 이른다는 점, 부인이 투기를 하는 점, 남주인공이 첩을 숨기는 행위 등은 처첩담의 전형성을 벗어난 것이다. 이는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까닭이기도 하겠으나, 처첩담의 변이 과정에서 채택, 수용된 한 형태로서 새로이 전환된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성 인물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점은 여성 영웅소설과 직결되는 측면이므로, 이 작품은 고전 소설사를 이해하는 데 주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하기 때문에 남편에 대한 소약란의 배신감과 분노가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으며, 주변 인물들을 통해 처첩 문제를 바라보는 여성의 심리가 섬세하게 드러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