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찰의 명부전(冥府殿)에 많이 봉안된다. 현존하는 시왕탱화 중에는 고려시대의 작품은 전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송나라와 원나라에서는 시왕도가 성하게 도설되었다.
그리고 시왕을 거느리는 지장보살탱화는 고려 작품이 많이 전래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고려시대에도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시왕은 명부의 십대왕을 가리키며, 시왕탱화는 중생이 죽은 뒤에 명부 시왕 앞에서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받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보통 이 시왕탱화를 명부전에 봉안할 때,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1대왕씩 10폭으로 묘사하거나 5대왕씩 2폭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시왕은 짝수 대왕의 그림인 제2·4·6·8·10대왕과 홀수 대왕의 그림인 제1·3·5·7·9대왕의 그림이 각기 좌우로 배치된다.
그림의 상단부는 각 대왕을 중심으로 시녀(侍女)·외호신장(外護神將)·판관(判官)들이 둘러 서 있다. 그림의 하단부는 구름으로 구분하여 죽은 사람과 사자(使者)·귀졸(鬼卒)·판관·지장보살 등이 그려져 있다.
상단부의 10대왕 가운데 전륜대왕(轉輪大王)만이 투구와 갑옷을 입은 장군 모습일 뿐이다. 나머지는 관을 쓰고 붓과 홀(笏)을 잡고 있는 왕의 모습이다. 앞에는 전부 책상을 놓았고, 그 위에는 필기 도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하단부의 그림 가운데 제1 진광대왕(秦廣大王)에는 죽은 자를 관에서 끌어내는 장면, 이미 끌려온 자들이 목에 칼을 차고 판관의 질책을 듣고 있는 광경, 지장보살이 자비심으로 지켜보는 장면들이 있다.
제2 초강대왕(初江大王)에는 관에서 나온 이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칼을 차고 고통을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3 송제대왕(宋帝大王)에는 소가 쟁기로써 밭을 갈듯이 죄인의 혀를 가는 장면, 제4 오관대왕(五官大王)에는 끓는 가마솥에 넣는 장면, 제5 염라대왕(閻羅大王)에서는 방아에 넣어서 찧는 모습과 업경대로 죄업을 비춰 보는 장면, 제6 변성대왕(變成大王)에서는 송곳에 찔리게 하는 장면, 제7 태산대왕(泰山大王)에서는 죄인을 톱으로 써는 장면, 제8 평등대왕(平等大王)에서는 바윗돌로 압사시키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제9 도시대왕(都市大王)에서는 죄를 저울에 다는 장면 및 대왕 이하 모든 권속들이 하늘에 있는 지장보살을 우러러보면서 합장하는 장면, 제10 오도전륜대왕(五都轉輪大王)에서는 법륜을 표현하여 재판이 끝나서 육도 윤회의 길로 떠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시왕탱화는 권선징악적인 성격이 강하다. 또한 시왕탱화는 사람이 죽으면 7일마다 49일까지의 일곱 번, 백일·소상·대상 때까지 10명의 대왕에게 열 번 심판을 받게 되므로 보다 많은 선근공덕을 쌓아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의미도 함께 지닌다.
그래서 이 시왕도에는 중생을 하나도 남김 없이 제도한 뒤 성불하겠다고 원을 세운 지장보살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