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록』은 조선 후기 영조 말과 정조 연간의 각종 범죄에 대한 심리와 처리에 관해 기록한 판례집이다. 32권 16책 또는 불분권 18책이다. 좌승지 홍인호와 그의 동생 홍의호가 중심이 되어 편찬하였다. 이 책은 사건이 연도별로 배열된 것과 지역별 배열이 우선된 것 두 종류가 전해지고 있다. 연도별로 배열한 것이 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심리록』은 전통시대 범죄의 내용과 처리 과정, 공정한 옥사 처리를 위해 쏟았던 관심을 보여준다. 범죄에 반영된 18세기 사회상을 생생히 전하고 있어 사회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이다.
32권 16책 또는 불분권 18책. 필사본. 영 · 정조 연간 조선 왕조의 행정 체계가 재정리되는 시기에 고문의 금지 등이 이루어지고 형사 사건 처리도 재정비되던 시대적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책이다. 좌승지 홍인호(洪仁浩)와 동생인 의호(義浩)가 중심이 되어 편찬하였다.
홍인호는 자신이 맡은 직책상 각종 죄인의 심리와 처리에 대한 기록을 계속 엮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1798년(정조 22) 5월, 내용을 좀더 체계적이고 자세하게 보완해 간행하고 형조 · 한성부 · 4도8도(四都八道)에 반포함으로써 형옥(刑獄)의 처리에 참고하자고 건의하였다. 이어 7월 좌의정 이병모(李秉謨)가 그에 대한 찬성의 의견을 밝힘으로써 정조의 최종 결재를 받았다.
이렇게 하여 이 책의 대강이 이루어졌으며, 1799년 그 내용을 교정하자는 의호의 건의에 대해 해당 낭관(郎官) 및 율관(律官)의 도움을 받아 시행하라는 명령이 내려짐으로써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1801년(순조 1)에 정조대에 편찬된 서적들을 정리할 때 간행하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결국 활자로 간행한다는 편찬 초기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부의 필사본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 책은 크게 사건이 연도별로 배열된 것과 지역별 배열이 우선된 것 두 종류가 전해지고 있다. 연도별로 배열한 것이 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것을 먼저 설명한다.
앞부분에 「서례(敍例)」라 하여 형정(刑政)에 대한 간단한 일반론과 편찬의 동기, 기술 방식 등을 밝혀 놓았다. 두 번째로 이 책 편찬의 계기가 된 홍인호 등의 계사 등을 수록하였는데, 이 부분이 실려 있지 않은 필사본도 있다.
다음에는 「응행격식(應行格式)」이라 하여 1 · 2차의 검시(檢屍), 혐의자에 대한 심문, 임금에 대한 보고서의 작성, 판결문 작성 등을 비롯한 제반 절차의 격식을 『무원록(無寃錄)』 · 『대전통편』 · 『각사등록(各司謄錄)』 등에서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수록하였다.
그 뒤에 전체 목록을 두어 각 권에 수록된 기록의 해당 연도를 표시하였다. 그리고 각 권의 앞에도 범인의 이름을 딴 사건별 목록을 두었다. 수시로 실무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록을 자세하게 만들어 놓았다.
각 사건의 기록은 임금의 결재가 내려진 시기를 기준으로 연도별로 모아 놓았다. 그리고 같은 연도 안에서는 먼저 서울과 4도(四都)의 것을 수록하고, 다음에 경기 · 관동 · 호서 · 호남 · 해서 · 관서 · 관북의 순서로 수록하였다. 또 같은 지역 내에는 서울의 경우에는 4부(四部), 지방의 경우에는 각각 주 · 부 · 군 · 현의 순서로 해당 읍별로 늘어놓았다.
각 사건은 어느 지역의 누구 옥사라는 것을 밝혀 표제를 달았다. 각 사건에 대해서는 먼저 사건의 정황과 경과, 치사(致死) 등의 결과에 대한 직접적 원인, 옥사가 성립된 일시 및 과정을 기록해 사건의 개요를 밝혀 놓았다. 대부분 그 안에 상처(傷處) · 실인(實因) 등의 작은 표제를 붙여 내용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 뒤에 각 관서의 처리 과정, 중앙에 대한 보고 사항, 형조 등의 보고 및 판단 등의 내용을 기재하고 나서 임금의 결재 내용을 ‘판(判)’이라는 표제 아래 수록하였다. 임금의 판부가 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므로 다른 내용은 작은 글씨로 기재하였다.
대개의 옥사가 몇 개월, 심하게는 몇 해에 걸쳐서 진행되었으므로 해당 지방관과 형조, 임금 사이에 오고 간 보고와 건의, 판부 및 전교(傳敎)가 여러 차례 실려 있는 경우도 있다. 간혹 대신과 중신(重臣)에게 의견을 묻는 수의(收議)를 한 경우에는 역시 각 도나 형조의 보고를 기록한 형식에 따라 신하들의 의견을 기록하였다. 한 사건에 여럿이 처형되거나 여러 차례에 걸쳐 사문(査問)이 이루어진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 기록하지 않고 참고할 부분을 기재하는데 그치기도 하였다.
정조가 세손으로 있으면서 대리청정하던 해인 1775년(영조 51)부터 1799년까지는 모두 1,850여건의 심리 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 대부분이 살인 사건이나 치사 사건이며, 어보(御寶) 등을 위조한 사건과 전패(殿牌)를 훼손한 사건이 간간이 끼어 있을 뿐이다.
사건을 지역별로 먼저 나누어 배열한 책이 담고 있는 사건들은 위의 책과 동일하면서도 편집 방식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각 책의 첫 장에 대상 죄인의 숫자와, 살옥(殺獄)과 잡범별로 처리의 내용에 대한 숫자가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각 권마다 죄인의 이름이 목록으로 작성되었고 각 죄인에 대한 처리 결과를 붉은 글씨로 표기하였다.
본문은 각 사건별로 범죄 행위의 주체가 객체에게 행한 행위, 그리고 그 행위의 결과와 그에 대한 원인을 밝힌 제목을 붙이고 처리 과정에 대해 간단히 기술하였다. 그런 다음, 판부(判付)라는 표제 밑에 임금의 지시를 적었는데 판부의 내용은 위 책의 ‘판’과 동일하지만 사건의 정황이나 각 관서의 조처는 극도로 축약되어 있다.
1 · 2책에 서울, 3 · 4책에 경기, 5 · 6책에 관동, 7 · 8책에 관서, 9 · 10책에 호남, 11 · 12책에 호서, 13 · 14책에 영남, 15 · 16책에 해서, 17 · 18책에 관북의 사건을 실었다.
이 책은 책의 성격상 정제된 체제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기록된 판례집으로서, 일차적으로 전통시대의 형사 사건의 내용과 그에 대한 처리 과정, 그리고 공정한 옥사 처리를 위해 쏟았던 관심이 어떠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또한, 18세기 말 각종 범죄에 반영된 서울과 지방의 사회상의 일단을 생생히 전하고 있어 당시의 사회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한편, 사건에 따라 경제적 배경이 중요한 요인이 된 경우도 많아서 조선 후기의 경제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규장각도서 · 장서각도서 등에 있다. 1968년 법제처에서 연도별로 사건을 수록한 규장각의 필사본을 이해에 편하도록 구두점을 찍고 이두(吏讀)의 해설 등을 덧붙여 2책의 활자본으로 간행하였다. 민족문화추진회(한국고전번역원)에서 1998년부터 2006년에 걸쳐 국역서 6권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