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에서는 우주의 본체를 범어 '아(अ)'로 삼는데, 이를 한자 '아자(阿字)'를 관하는 수행법으로 하여 널리 채택하고 있다.
아자체대설에 의하면 아자는 모든 말과 소리의 근본으로서 어떠한 소리, 어떠한 말이라도 아자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였다. 곧, ‘아’는 근본적인 것으로서 다른 원인에 의하여 생긴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 아자를 관하는 것을 중요한 수법의 하나로 삼고 있다.
아자관의 종류로는 소리와 글자와 실상을 관하는 방법이 있다. 소리를 관하는 방법으로는 숨을 내쉴 때마다 아자를 부르되, 소리마다 마음에 새겨 게을리하지 않으면, 망상이 스스로 쇠하여지고 진여(眞如)를 체득하게 된다고 한다.
아자를 글자로써 관하는 방법은 글씨를 쓰거나 자기의 마음에 지름 1척5촌의 달을 그리고, 그 안에 다시 8엽의 연꽃, 그 위에 다시 네모진 금빛 아자를 그려서 관하되 생각 가운데 다른 생각이 섞이지 않게 한다. 이렇게 하여 망념이 다하면 본각(本覺)의 심불(心佛)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실상을 관한다는 것은 아자본불생(阿字本不生:‘아’자는 본래부터 있음)의 참다운 이치를 관하여, 생멸변화하는 현상 속에서 무시무종(無始無終:시작도 끝도 없음)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 중기 이후 불교의식에서 진언(眞言)의 독송이 성행하게 됨에 따라 불상관(佛像觀)에 있어 밀교적 의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아자관도 함께 성행하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아자관의 방법은 먼저 마음을 맑게 하여 걸림이 없게 한 다음 행한다. 목 위에 큰 연꽃이 나타나고 연꽃은 아자로 변하고, 아자는 월륜(月輪)으로 변하며, 월륜은 훔(吘)자로 변하고, 훔자는 오고금강저(五鈷金剛杵)로 변하며, 금강저가 혀 위로 옮겨오면 설근(舌根)은 금강처럼 파괴되지 않는 혀로 변한다.
다음으로는 두 손이 변하여 아자가 되고 아자는 변하여 월륜이 되고 월륜은 변하여 훔자가 되고 훔자는 변하여 흰색의 오고금강저가 되고 금강저는 변하여 금강처럼 파괴되지 않는 손이 된다.
다음은 정수리 위를 관하여 옴자가 신금강(身金剛)이 된다고 상상하고, 입안을 관하여 아자가 어금강(語金剛)이 된다고 상상하며, 훔자는 심금강(心金剛)이 된다고 상상하면서 진언을 칭송하여야 원만한 아자관이 된다고 한다.
아자관은 『화엄경』·『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 등에서 이를 독송하면 20종의 공덕이 있다고 한 자문사상(字門思想)에서 기인하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인들에 의한 ‘아’음 숭배에서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조선 후기까지는 아자관을 많이 닦았으나 오늘날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