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경상북도 상주의 동학본부에서 김주희(金周熙)에 의하여 간행된 목판본 『용담유사( 龍潭遺詞)』 제23항에 수록되어 있다. 작자에 대해서는 당시 상주 동학교주로 있던 김주희가 지었다는 설도 있으나, 전래가사를 그대로 정착 또는 개작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상당히 긴 장편가사로 분량은 4음보 4행으로 총 349행이다. 가사의 전형적 율격양식을 대체로 준수하고 있으나, 군데군데 5음보 또는 6음보의 행(行)을 보이고 있어 얼마간의 변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3음절과 4음절(특히 4음절이 많음.)로 하나의 음보를 구성하는 기계적인 율격으로 되어 있어 이념적·교술적 가사의 전형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내용을 보면, 가사의 서사에서는 예로부터 성인이 이어 나서 도(道)다, 덕(德)이다 하여, 사람들을 깨우치지만 수심수덕(修心修德) 없는 사람들이 도의 이치를 어찌 알겠느냐고 하면서 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득적 어법을 사용하여 이념 전달을 위한 논의의 발판을 마련했다.
본사는 대부분 동학교의에 바탕을 둔 시대의 운수와 변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음을 편안히 하고 더긍로 다스리라는 내용이다. 본사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십이제국(十二諸國) 괴질운수(怪疾運數)/분분천하(紛紛天下) 요란시(擾亂時)에 안심수덕(安心修德) 제일(第一)일세/그런운수(運數) 모르고셔 안심수덕 못하오면/괴질운수 싸ᄌᆞᆸ혀셔 부지가경(不知何境) 다될테니/그아니 가련ᄒᆞᆫ가 ᄯᅢ 운수(運數) 그러하니/만코만은 뎌사ᄅᆞᆷ덜 교훈ᄉᆞᆲ혀 안심하소”.
시운(時運)은 괴질운수이니 안심수덕이 제일이라 하고, 무병지난(務兵之亂)이 지난 후에는 즐겁기 그지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 후천개벽의 이상적 세상은 “요순성세(堯舜聖世) 조을시구(鳥乙矢口)”에서 보듯 다소간 동양적 이상향으로 상징되어 있다. 결사는 특별한 전환이 없고 ‘안심수덕(安心修德)’을 강조하면서 맺고 있다.
진술양식은 작자가 독자에게 공개적·설득적인 목소리로 직접 말하는 주제양식으로 일관함으로써 동학의 이념이나 교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동학교의는 주자주의(朱子主義)를 긍정적으로 수용한 바탕 위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동학교의에 포용된 주자주의는, 그것이 천도를 핵으로 한 만민평등의 지상낙원을 구현하고자 하는 동학의 기본이념에 수렴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대부계층의 전통적인 주자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