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엄사(華嚴寺)의 중창주이다. 흥덕현(興德縣:지금의 전북특별자치도 고창) 출신. 출가하여 도학(道學)을 성취한 뒤 여러 명산을 편력하였다는 설과 인도에서 왔다는 설 등이 있다.
이름도 대체로 연기(緣起)라고 표기하고 있으나, 연기(烟氣) 또는 연기(烟起)로도 쓰고 있으며, 전하는 말로는 그가 연(鷰)을 타고 우리 나라에 왔다고 해서 연기(鷰起)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어머니와 함께 처음 지리산에 와서 화엄사를 중창하고 화엄학(華嚴學)을 널리 드러내어 퍼뜨렸다. 고려의 대각국사(大覺國師)는 화엄사에 들러, “일생을 바쳐 노력하여 화엄의 종풍(宗風)을 해동에 드날렸네.”라는 글을 남겼다.
특히, 최근에 경덕왕 때 제작된 『신라화엄경사경(新羅華嚴經寫經)』이 발견됨으로써 그의 사적이 확인되었다. 즉, 이 사경의 발문에 의하면, 그의 주재하에 754년(경덕왕 13) 8월에 사경을 조성하기 시작하여 그 이듬해 2월에 완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창건한 사찰로는 흥덕연기사(烟起寺), 나주운흥사(雲興寺), 지리산 천은사(泉隱寺)와 연곡사(鷰谷寺), 곤양서봉사(栖鳳寺), 산청대원사(大源寺) 등이 있다.
저술로는 『대승기신론주망소(大乘起信論珠網疏)』 3권(혹 4권)과 『대승기신론사번취묘(大乘起信論捨繁取妙)』 1권, 『화엄경개종결의(華嚴經開宗決疑)』 30권, 『화엄경요결(華嚴經要訣)』 13권(혹 6권), 『화엄진류환원락도(華嚴眞流還源樂圖)』 1권 등 5종이 있다.
이 저술들에 대해서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에서도 『대승기신론주망소』를 제외한 나머지 넷을 연기의 저술이라고 기록하고 있으나, 현재에는 모두 전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