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본. 1932년경상북도 상주(尙州) 동학 본부에서 간행한 『용담유사(龍潭遺詞)』 권32에 수록되어 있다. 작자는 당시 동학 교주 김주희(金周熙)로 추정되나 확증은 없다.
이 가사는 「운산시호가」와 「송구영신가(送舊迎新歌)」 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산시호가」의 율조는 4·4조를 주조로 하며, 분량은 4음보 1행으로 총 287행이며 다소 변조가 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동학교가 유교적 이념과 함께 불교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사상 기반의 폭넓음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웅영웅 말하자면 석가여래 영웅이지 다른 영웅 못 보았네. 어찌하여 그러한고 웃지말고 들어보소. 하은주(夏殷周) 삼대(三代) 이후 천하분분(天下紛紛) 요란하여 전쟁불식(戰爭不息) 날로 하되, 석가여래 하날님의 뜻을 받아 대자대비 그 맘으로 제석천궁(帝釋天宮)·지장보살(地藏菩薩) 모시고서 은거산림(隱居山林) 몇천년에 극락세계 지났으니 그런 영웅 어디 있나.”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무력을 철저히 배격하고 혐오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상주 동학교도로 하여금 일체의 정치 권력에 대한 무저항과 비타협의 길로 일관할 수 있게 한 사상적 근원이 되고 있다.
또한, “개벽 후 누천년에 선천후천(先天後天) 운(運)이 역시 다했던가. 도로 선천(先天) 회복되어 임자위시(壬子爲始) 행하더니 순환지리(循環之理)·상생지덕(相生之德)·진장남(震長男)이 주장하기로 진위천근(震爲天根) 때를 따라 명명(明明)하신 하늘님이 진방성인(震方聖人) 내옵실제…….”라는 대목에서 드러나듯이, 역사의 현 단계를 선천 회복의 운으로 규정함으로써 순환사관(循環史觀)을 보여 주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송구영신가」 분량은 4음보 1행으로 총 99행이다. 송구영신이라는 시간의 변화를 개명(開明)이라는 세계의 변화와 관련시킨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먼저, 시경(時景)을 살펴보니 춘삼월이어서 시절가(時節歌)·시격가(時格歌)가 들려 온다고 하였다. 시격가를 듣고서 시운을 헤아려 보니 송구영신의 시운이고, 세상이 말하는 개명이라는 것도 이 시운에 합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사람들에게 시운을 파악해, 고해(苦海)에서 용담수(동학교를 지칭)로 송구영신하기를 권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