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에 이정구(李廷龜)가 지은 삼각산 기행문. 그의 저서 ≪월사집 月沙集≫ 권38 기(記) 하(下)에 실려 있다. 작자는 이 글을 쓴 동기에 대하여, 자신이 금강산을 유람하고 돌아온 뒤 항상 마음이 쓸쓸하고 즐겁지 않아, 이를 달래고자 삼각산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하고 있다.
1603년 9월 15일 그는 중흥사(重興寺)의 노승인 성민(性敏)이 보낸 사미승(沙彌僧) 천민(天敏)을 따라 삼각산에 올라 1박2일 동안의 유람을 한다. 이 글은 처음 작자가 만나기로 약속한 신자방(申子方), 적노(笛奴)인 억량(億良), 그리고 적공(笛工) 이용수(李龍壽) 등과의 만남을 계기로 이야기가 엮어져간다.
작자는 자제(子齊)와 함께 술통을 나귀에 싣고 동자 하나만을 데리고 길을 떠나 도중에 신자방을 만나 절의 정문에 도착하자 성민이 여러 중들을 거느리고 맞이한다. 1박을 승방(僧房)에서 지낸 뒤 이튿날 아침 일찍 산영루(山映樓) 옛터로 내려오자니 주변의 가을 정취를 물씬 맛보게 된다.
이들은 노구를 이끌고 아침밥을 먹고 나서 노적봉(露積峯)에 오른다. 이곳에서 서울의 뭇산들과 시내의 모습을 감상하고 나서 술과 노래로 여흥을 즐긴다. 하산하자 중간에서 기다렸던 악사(樂師) 이용수를 만나 거문고 소리를 듣고 고기도 잡아가며 풍류를 즐긴다.
거나하게 취하여 신선 같은 놀이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였을 때는 밤은 이미 깊어 있었다. 이 글은 등반의 거리가 매우 짧아 풍경이나 유적의 묘사가 거의 생략되어 있으나, 사대부들의 풍류가 십분 발휘된 산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느낌을 가지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