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의 목판본이다.
고경명은 광주 목사 임훈(林薰)으로부터 무등산 등반을 함께 하자는 편지를 받고, 하루 먼저 증심사의 취백루(翠栢樓)를 방문한다. 취백루의 명칭은 김극기(金克己)의 시 "뜰 앞의 측백나무 푸르네[栢樹庭前翠]"에서 택한 것이라고 한다. 다음날 임훈과 함께 증심사를 출발해서 증각사(證覺寺) · 사인암(舍人巖) · 냉천정(冷泉亭) · 도솔사(兜率寺) · 입석암(立石菴) · 불가사의사(不可思議寺) · 원등사(元燈寺) · 천왕봉(天王峰) · 비로봉(毘盧峰) · 삼일암(三日菴) · 월대(月臺) 등의 아름다운 경치를 두루 본다. 이뿐만 아니라 하늘을 향해 뻗은 수십 척의 커다란 돌 속에 청동(靑銅)으로 만든 9층의 금탑(金塔) 아홉 개가 간직된 금탑사(金塔寺)도 본다.
은적사(隱迹寺) · 석문사(石門寺) · 금석사(錦石寺) · 대자사(大慈寺) · 소은굴(小隱窟) 등도 구경한다. 광석대(廣石臺) 앞에는 삼존석(三尊石)이 있는데, 그 높이가 위로 나무 끝까지 나와 아득히 올려다봐야 해 대(臺)의 웅장함을 더하여 주었다고 한다. 다시 문수암(文殊菴) · 자월암(慈月菴) · 풍혈대(風穴臺) · 장추대(藏秋臺) · 송하대(送下臺) · 방석보(方石洑)를 거쳐서 양산보(梁山甫)의 별장 소쇄원(瀟灑園)에 도착한다. 식영정(息影亭)에서 주연을 베풀며 유람을 마친다.
고경명은 무등산 유람이 마치 남가일몽(南柯一夢) 같다고 유람의 소회를 적고, 함께 유람한 임훈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며, 임훈과의 유람을 기억하기 위해 『유서석록(遊瑞石錄)』을 짓는다고 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무등산 유산기(遊山記) 중 정지유의 「유서석산기」와 함께 가장 빠른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무등산 유산기의 모범이다. 유람의 생동감을 위해 대화체를 활용해서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준다. 특히 이 『유서석록』의 표현적 특징은 설명 위주의 사실적 묘사와 자료 제공을 염두에 둔 기록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고경명은 자연경관보다는 사찰과 암자를 위주로 묘사하였는데, 이로부터 자연 속에서도 인간을 우선하며 자연과 인간을 합일시키고자 한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선인들의 행적이나 시문, 전설, 고사, 유래 등을 삽입하고 사적인 체험을 객관화하여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