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 필사본. 1895년이라는 매우 이른 시기에 『아라비안나이트(Arabian Night)』를 번역한 소설이다. 일본 메이지 시기 『아라비안나이트』의 대표적인 번역물에 대한 중역(重譯) 작품이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우애가 극진하고 재주가 비범한 형제 왕이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아내가 모두 간부(姦夫)와 내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두 형제는 실망하여 방랑길에 오른다. 아내의 부정한 행실을 방비하는 법으로, 왕비를 얻어서 하룻밤만 자고 그 이튿날 아침이면 왕비를 죽여 후환을 없애자고 한다. 동생인 안왕은 본국으로 돌아가 그 일을 시행하려다가 곧 후회하였고, 현숙한 왕비를 얻어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러나 형인 천축왕은 갈수록 포악해졌고, 사방에서 미인을 널리 구해다가 하룻밤을 지내고 죽이기를 반복하였다. 그때 대신의 딸 유옥역이 자원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옥역은 동생 채봉을 불러 채봉에게 대궐로 들어와 있다가, 새벽에 자기에게 와서 영결하는 차에 이야기를 하나 해 달라며 간청하라고 일러 준다. 그러면 자신은 끝없이 이야기를 계속하고, 밤마다 이와 같이 하여 날이 오래가면, 자연히 왕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 준다.
그리하여 채봉은 옥역이 꾸민 그대로 실행했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늙은 어부가 바다에서 고기 대신 구리 항아리를 낚아 올렸다. 그 속에서 몇백 년이나 갇혀 있던 거인 요괴가 나와서 오히려 바다에서 자신을 건져 준 어부를 죽이려 하였다. 이때 어부가 ‘모국왕과 김오반 의원(醫員)’ 이야기를 해 준다.
이러한 옥역의 계속되는 이야기 때문에 왕은 왕비를 죽이는 법을 여러 날 동안 제대로 행하지 못하였으니, 아예 이 법을 폐지한다고 명한다. 마침내 아름답고 총명한 옥역을 황후로 삼았다.
이 작품은 『아라비안나이트』의 번역물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유옥역전』이란 샤리아르(Sharryar)왕의 왕비로 들어간 셰에라자드(Scheherazade)의 우리나라식 이름 ‘유옥역’을 붙인 것이다. 유옥역에 대한 ‘전’이란 형식의 제목과 그 소설의 문체는 고전소설과 동일하다. 이 작품의 저본은 나가미네 히데키〔永峯秀樹〕의 『아라비아 모노가타리』와 이노우에 쓰토무〔井上勤〕의 『전세계일대기서(全世界一大奇書)』로 추정된다. 일본 메이지 시기 『아라비안나이트』의 대표적인 번역물 2종에 대한 중역으로 이 작품이 출현했다. 1890년대라는 이른 시기에, 한국에서도 일본어 번역본이 공존했고 활용되었던 상황을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