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제천 의병을 영솔한 이래 항일전에 투신한 유인석은 새로운 활동근거지 구축과 항일세력 규합을 위해 1907년 연해주로 망명했다.
망명 이후 그는 이상설(李相卨)·이범윤(李範允) 등과 함께 북상한 의병 등 연해주의 다양한 항일운동 세력을 통합해, 단일 군단에 의한 대규모 항일전을 구상하게 된다. 국내외 의병세력의 통합체로 1910년 6월에 결성된 십삼도의군(十三道義軍)은 그러한 노력의 결정체이다.
의병규칙은 십삼도의군의 결성을 준비하기 위해 항일전의 목적과 전략, 이념, 그리고 조직체계 등 의병 항전에서 요구되는 여러 영역에 걸친 강령을 규정한 것으로, 유인석의 항일투쟁 이념과 방법론이 집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의병규칙이 작성된 시기는 연해주 의병이 대규모 국내진공작전을 결행한 직후인 1908년 10월(음)이다. 그 때는 항일전의 방법 및 전략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모색되던 무렵이었다.
본문은 총 35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제1·2조에서는 일제 구축의 당위성과 그 가능성을 천명했다. 제3조 이하에서는 군중 기율, 대장·참모의 역할과 임무, 대장(隊長)-분대장-십장(什長) 편제, 상하 명령계통과 군중 사무의 원칙에서부터 군수물자의 관리, 십삼도 도총재(都總裁)를 정점으로 한 전국 의병의 통할 등을 규정하였다.
이 규칙은 그보다 조금 뒤에 작성된 의무유통(義務有統)과 함께 십삼도의군의 편성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므로 이 규칙은 십삼도의군의 조직과정과 편제, 나아가 그 성격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며, 한말 의병이 국외로 확대되는 생생한 증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사료적 가치가 크다.
『의암집(毅菴集)』 제36권에 그 전문이 수록되어 있고, 최근에 발굴된 김정규(金鼎奎)의 야사(野史)에도 그 원문이 부분적으로 첨삭된 상태로 전사(轉寫)되어 있어 사료의 신빙성을 더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