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활자본. ≪담헌서湛軒書≫ 내집(內集)에 보유(補遺:빠진 것을 채워 보탬)로 포함되어 있다. 구성은 약 1만 2,000자의 글로서 실옹(實翁)과 허자(虛子) 두 사람의 문답체로 되어 있다.
30년의 독서를 통하여 당시의 유학적 학문세계를 모두 체득한 조선의 학자 허자는 60일간의 북경방문에서 중국학자들과 사귀면서 실망하게 된다. 낙심하여 귀국길에 오른 허자가 남만주(南滿洲)의 명산 의무려산(醫巫閭山)에서 은둔하고 있는 실옹을 만나 학문을 토론한 형식으로 씌어진 글이다.
내용은 뚜렷한 구분은 없지만 저자의 자연관 등이 다양하게 나열되어 있다. 인간·금수·초목 등 세가지 생명체는 지(知)·각(覺)·혜(慧)의 있고 없음이 서로 달라서일 뿐이지 어느 것이 더 귀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여 인간중심주의를 배척한다.
또 땅덩이는 둥글기 때문에 지구 위의 정계(正界)와 도계(倒界)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서로 자기 사는 곳이 정계라 생각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는 무한한데 이 속에는 지구의 인간과 비슷한 지적존재(知的存在)도 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인과 우주인 어느 쪽이 더 귀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끝 부분에서, 만약 공자(孔子)가 중국 밖에서 살았다면 그곳을 중심으로 ≪춘추 春秋≫를 썼을 것이라면서 화이(華夷)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단정한다. 이 글에 흐르는 철저한 상대주의(相對主義)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주기론(主氣論)을 바탕으로 5행(五行) 대신 서양의 4원소설이 거론되고 있다. 지구는 하루 한 번씩 자전하여 낮과 밤이 생긴다는 지전설(地轉說)이 처음 동양에서 분명하게 주장된 것도 이 글에서였다. 그 밖에도 생명의 기원, 지진, 온천, 조석(潮汐), 기상현상 등에 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진행된다.
여기서 허자는 전통적인 조선의 학자를, 실옹은 특히 서양과학을 받아들인 새로운 학자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1766년(영조 42)초 60일간 북경을 방문하고 귀국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사상을 토대로 하여 이 글을 쓴 것은 분명하다. 특히 서양과학과 도교의 자연관이 중심사상을 이루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