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필사본. 낙질본. 하권만이 전한다. 앞부분에 “大韓隆熙 二年 戊申正月 初五日(대한융희 이년 무신정월 초오일)”이라 쓰여 있고, 말미에는 “戊申二月 十七日 畢書 冊主 崔(무신이월 십칠일 필서 책주 최)”라고 쓰여 있어 1908년에 필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의 내용은 남자 주인공 위수옥이 여섯 부인과 인연을 맺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하권은 위수옥이 원수가 되어 남만의 침범을 무찌르는 데서 시작한다. 남만을 무찌른 위수옥은 남경으로 가서 봉내연의 아버지를 만나고, 장손 소저의 행방을 찾는다.
천축국 무량도에 간 위수옥은 지장보살을 만나려고 연화대를 찾아간다. 지장보살은 위수옥의 아버지 위승상의 후대를 생각하고 위수옥을 데리고 천상에 올라간다. 이때 옥황상제가 인간 세계로 쫓은 성신들을 모아 베푸는 잔치에 참석하고 위수옥은 장손소저·백연홍·봉래선 등을 보게 된다. 장손소저와 손을 잡고 반가워 하다가 놀라 깨어 보니 꿈이었다.
한편, 지장보살의 제자 광덕이 된 장손 소저는 8년 전에 이별한 위수옥을 천상의 반도회에서 보게 된다. 광덕전에 돌아와 잔치를 베풀게 되고 지장보살 곁에 있던 위수옥도 참석한다. 소저가 위수옥과 수작하다가 지장보살의 노여움을 받아 쫓겨나니, 그때야 비로소 서로를 알아본다. 두 사람은 석두성 천관도사에 의하여 구출되어 천축국으로 돌아온다. 위수옥이 천축국 정양공주와 혼인하고 중국으로 돌아온다.
토번이 중국을 침략하여 황제가 피난을 가다가 위기에 처하는데 위수옥이 나타나 구해준다. 위수옥이 태자를 구하려다 위험에 빠지자 정양공주가 변복하고 가서 구출한다. 천축국에 군량과 군병을 청하고 토번을 물리친다. 위수옥이 황제의 딸인 형산공주, 봉래선과 백연홍, 천태산 마고선녀에 의탁하여 있던 옥진과 혼인힌다. 승상이 된 위수옥이 여섯 부인과 동락한다.
장손 소저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계모 증씨와 재회한다. 옥진이 위수옥에게 아버지의 생사가 궁금하다고 하니 위수옥이 토번에 가서 옥진의 아버지 우세남을 모셔오고, 우세남의 처 양씨도 익주자사 임현의 처 윤씨에게 구원받아 함께 돌아온다.
이 작품은 앞부분이 전하지 않아 전체 모습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남아 있는 부분만으로도 여러 면에서 「구운몽」과 비교할 수 있다. 두 작품에서 나타나는 유사점을 들어보면 불교적 색채가 짙다는 것, 한 남자와 여러 여자가 인연을 맺는 과정이 비슷하며 그들이 모두 천상계나 현세 초월의 공간에 속하여 있던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남주인공이 비몽사몽간에 생전에 속하여 있던 공간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등상강록」은 액자형식을 갖추지 않고 있으며 불교적 내세주의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운몽」과 다르다. 뿐만 아니라 성(聖)과 속(俗)의 공간 구분이 확연하지 않다는 점도 특이한 사항이다.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舊 金東旭 소장본)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