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필사본. 제1권만 전한다. 말미에는 책을 쓴 이유가 적혀 있는데, 이 기록에 따르면 63세 된 필사자가 독서를 좋아하는 소씨를 위하여 정해년에 써준 것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이창환의 충(忠)과 이명현의 효(孝)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가문소설인데, 제1권에서는 이명현의 효가 중심이다.
명나라 창업공신 이문충의 후예인 이문환·이창환·이명환은 형제인데, 이창환의 아들 명현만이 장원급제를 하여 가문을 빛낸다. 이창환이 국사를 도모하기 위하여 집을 떠나자, 명현은 아버지가 없는 동안 이문환과 이명환을 어버이같이 섬겨 효성이 지극하다.
그러나 어머니 유씨가 성품이 악하고 집안의 재물을 탐하여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래서 이문환이 정해준 며느리 위씨를 맞아들이는 데에도 반대할 뿐 아니라, 명현이 빙염을 소실로 삼는 것도 극구 반대한다.
명현은 빙염이 비록 자기 어버이를 알지 못하지만 성품이 인후하고 미색이 있어 어버이 몰래 소실로 맞아들이고, 이문환도 이미 그녀의 성품을 알고는 혼인을 승낙하게 된다.
그러자 유씨는 만씨와 창두 등을 시켜 빙염을 연못에 빠뜨려 죽인다. 빙염의 유모인 유랑이 이를 알고 빙염을 구하고, 이문환의 첫째 부인 설씨가 빙염을 보호하게 된다. 이 사건이 이문환에게 간접적으로 전해져 만씨와 창두는 처벌을 받고,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부인 설씨와 화씨의 진언으로 유씨는 보호를 받는다.
이때 이창환이 국사를 마치고 귀가하게 된다. 사건의 전모를 전해듣고 모든 계책이 부인 유씨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자, 크게 노하여 유씨를 처벌하고자 한다. 명현이 사건의 전말을 알면서도 지극한 효로써 어머니 유씨의 무죄를 주장하므로 유씨는 용서를 받는다. 유씨는 아들의 효성에 감동되어 자신의 지난 일을 뉘우치게 된다.
집안이 평정된 뒤, 빙염이 서각노의 딸임이 밝혀지고 부녀가 상봉한다.
이 작품은 제1권만 전하고 있어서 일단 결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권지일’만으로도 90장 이상의 적지 않은 분량이고, 사건의 무대가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한 가정, 즉 좁은 공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건전개는 어렵다고 하겠다.
악행을 일삼던 유씨가 개과천선을 하게 되고, 박해받던 빙염이 좋은 가문의 출신임이 밝혀져서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난다는 점도 그것에 대한 방증이 된다.
게다가 사건의 확대를 위하여 필요한 이명현의 잠재능력이나 새로운 인물등장 등의 화소가 없다. 이야기의 초점이 이명현에게 맞추어져 있다기보다 유씨와 빙염 사이, 즉 고부간의 갈등에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한 집안의 방계가족까지 등장하는 가문소설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면서 여성수난형 가정소설과도 연결되는 중간적 위치에 있다고 하겠다. 단국대학교 율곡도서관 나손문고(舊 金東旭 소장본)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