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은전」은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중국 송나라 소주를 배경으로 하여 임호은이 네 명의 처와 두 명의 첩과 결연하는 과정 및 간신과 외적을 퇴치하는 군담을 담은 작품이다. 임호은이 6명의 여인과 결연하고 혼인하는 데 있어 크고 작은 갈등이 서사화된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충신과 간신의 갈등이 첨예화되며, 대외적으로는 오랑캐국과의 갈등이 표출된다. 전대에 창작된 소설들의 여러 모티프를 빌려 애정소설의 요소와 영웅소설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1책. 국문 필사본(筆寫本) 3종. 국문 활자본(活字本) 2종. 총 5종의 이본(異本)이 전한다. 목판본(木版本)은 전하지 않는다.
필사본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1권 1책(낙질(落帙)) 「림호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1권 1책(낙질) 「림호은전」, 2권 2책(완질(完帙)) 「림호은전」이 있다. 필사본 3종의 필사기를 통해, 이들 필사본은 1900년 전후에 필사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활자본은 1926년에 회동서관(匯東書館)에서 간행한 「림호은전」과 1952년 세창서관(世昌書館)에서 간행한 「적강칠션 림호은전」이 있다. 활자본 2종은 내용과 분량이 같다.
중국 송나라 때 소주 백학촌에 임준일이라는 명사(名士)가 서천 서역국(西天西域國) 영주산(瀛洲山) 지장암에서 온 화주승(化主僧)에게 시주(施主)하고 소원을 빌어, 만득자(晩得子) 임호은을 얻는다. 임호은은 천상의 두우성(斗牛星)이 죄를 짓고 인간 세계로 내려온 것이므로 영웅적 기상을 타고난 천하의 기남자(奇男子)이다. 임호은이 8세 때 송이주의 내란(內亂)으로 부모와 이별하게 되고 기녀(妓女) 소매와 그의 어머니 밑에서 양자로 길러진다.
3년 뒤 임호은은 부모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찾지 못하고 금화산 유수 선생의 제자가 된다. 병법(兵法)과 무예(武藝)를 익히고 3년 뒤 하산(下山)하여 하늘에서 정해준 배필[天定配匹]들과 차례로 가연(佳緣)을 맺는다. 먼저 귀졸(鬼卒)에게 부모를 잃은 장선옥을 구출한 뒤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영은사에 불공(佛供)드리러 온 이 승상의 딸 이정옥과도 결연을 언약(言約)한다. 또 황룡사로 가던 길에 기녀 미애를 만나 인연을 맺는다.
이때 국가에서 과거 시험을 열자, 임호은이 응시하여 문무(文武) 양과에 장원 급제한다. 이 승상이 임호은의 출신이 한미(寒微)하다는 이유로 조 상서의 아들 조봉빈을 사위로 택하자, 청혼하러 온 임호은이 조봉빈과 마찰을 빚는다. 임호은이 송이주의 난의 뒷수습을 공정하게 처리하여 천자(天子)와 신하들에게 인정받자, 이 승상이 임호은을 사위로 맞는다. 임호은은 이정옥과 혼인 후 기녀 미애도 집으로 데려온다.
한편, 임호은의 부모는 협서에서 장선옥을 만나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임호은이 자신을 양육해 주었던 소매 모녀도 집으로 데리고 온다. 임호은은 점을 통해 부모의 소식을 알고 협서로 간다. 가던 도중 유수 선생의 인도로 조 치사(致仕)의 딸 조윤옥과 인연을 맺는다. 협서에 이르러 부모와 만나고 장선옥과 혼인한다.
또한 임호은은 계모의 학대를 이기지 못하여 강물에 투신자살(投身自殺)하려는 계화를 구출하고 인연을 맺는다. 천자는 임호은을 위해 저택을 세워주고 임호은의 처첩(妻妾)으로 봉비(封妃)하고 그를 부마(駙馬)로 삼는다. 이에 따라 임호은은 정정공주와도 인연을 맺는다. 장선옥을 원부인으로, 이정옥을 차부인으로, 조윤옥을 삼부인으로, 정정공주를 사부인으로 봉한다. 소매와 미애도 각기 차례를 정하여 첩(妾)으로 삼는다.
임호은은 그의 공명(功名)을 시기하는 양처상 등의 간신에 의해 반역을 꾀했다는 누명을 쓰고 강릉 절도(絕島)에 유배(流配)된다. 이후 양처상이 호왕과 내통(內通)하여 중원(中原)을 침공하고, 천자는 호왕에게 잡힌다. 이때 유배지에 있던 임호은은 점괘(占卦)와 천문(天文)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곧장 금화산 유수 선생에게 달려가 갑주(甲胄)와 보검(寶劍), 용마(龍馬)를 얻어 송나라 진영으로 가서 간신들을 베고 천자를 구출한다. 또 오색신장과 함께 호왕을 물리친다.
임호은은 좌승상(左丞相) 겸 연왕에 봉해지고 헤어졌던 가족과 만난다. 이후 6명의 부인에게서 아들 아홉과 딸 다섯을 얻고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누린다. 어느 날 임호은이 망월루에서 여가를 즐길 때, 구름 사이에서 옥황상제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6명의 부인과 함께 승천(昇天)한다.
「임호은전」은 주인공의 이상적인 애정 생활과 무용담(武勇談)을 표현한 애정소설이자 이상소설(理想小說)이다.
이 작품은 1명의 남성과 6명의 여성이 결연하고 남주인공이 입공하여 왕의 작위를 받는 등의 내용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구운몽(九雲夢)」이나 「옥루몽(玉樓夢)」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 두 소설의 모본(母本)으로 보거나 모방작(模倣作)으로 보기도 하였으나, 그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단, 두 소설에 비해서 남성 주인공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어 봉건적(封建的) 성격이 두드러진다.
또한 「구운몽」, 「옥루몽」과 같은 몽자류(夢字類) 소설과는 다르게 적강화소(謫降話素)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지상에서의 행복이 극치(極致)를 이루고 천명(天命)에 의해 다시 승천하는 내용은 현실뿐 아니라 내세(來世)까지 보장받고 싶어 하는 민간 의식이 투영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외에도 남주인공이 기생(妓生)과 결연하는 내용이 「춘향전」과 유사하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1908년에 출판된 신소설(新小說) 「한월(恨月) 상(上)」은, 이 작품 전반부에 보이는 남주인공과 부모가 이별하는 대목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