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은 전기공학의 한 분야로 통신공학을 포함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따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또 컴퓨터공학 중 하드웨어 부분을 전자공학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강전이라는 것은 전기를 에너지로 다루는 것을 말하고 약전이라는 것은 전기를 신호 또는 정보로 다루는 것을 말한다.
전자공학은 약전에 해당되는 것으로 통신뿐만 아니라 기기의 제어를 위한 신호, 소리나 영상 신호 등 다양한 형태의 신호를 다룬다. 1952년에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에서는 전자공학(electronics)을 ‘정보를 처리하거나 그것을 필요로 하는 장소에 보내어 그곳에서 기기(機器)를 제어하거나 사람의 감각이나 두뇌를 보완해 주는 과학기술’로 정의했다.
전기 신호를 다루기 위해 전자공학은 반도체의 원리를 이용하는 소자와 그 소자를 이용한 회로를 주로 사용한다. 전자공학의 주 대상은 전자 회로라고 단순히 표현할 수 있지만 적용 범위는 가전제품에서부터 우주선에 이를 정도로 넓다.
인류가 전기를 발견한 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지만 전기를 신호로 사용하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전기를 신호로 다룬 최초의 것은 모스 부호로 대표되는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모스의 전신 이전에 발명된 다섯 개의 바늘을 사용하는 전기 통신기를 최초라고 할 수도 있다.
전신은 알파벳을 길고 짧은 전기 신호로 바꾸어 보내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알 수 있는 기호가 아니었고, 따라서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면 보내거나 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후 목소리를 직접 보낼 수 있는 전화가 발명되어 벨(Alexander Graham Bell)에 의해 상용화되었다.
통신선 없이 통신을 할 수 있는 무선 통신이 발명되고 마르코니(Guglielmo Giovanni Maria Marconi)에 의해 실용화 되면서 전기를 통해 정보를 보내려는 시도가 하나씩 이루어져 갔지만 전자공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무선 전신은 1904년 플레밍(John Ambrose Fleming)이 발명한 이극진공관과 1907년 드 포리스트(Lee de Forest)가 발명한 삼극진공관을 사용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전기를 동력이 아닌 정보 전달에 이용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진공관을 계기로 전자공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전기를 이용한 통신은 큰 인기를 얻었고, 특히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빠르게 늘어났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진공관 교환기로는 통화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진공관은 전력 소비도 많고, 뜨거운데다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깨지기 쉬웠고, 공간을 많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전화회사인 AT&T의 연구소에서는 진공관을 대체할 수 있는 보다 전기 소비가 적은 소자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1948년 쇼클리(William Bradford Shockley), 브래튼(Walter Houser Brattain), 바딘(John Barden)에 의해 개발된 것이 반도체를 이용한 트랜지스터(transistor)였다.
트랜지스터는 진공 속에서의 전자의 움직임을 이용한 진공관과는 달리 고체로 된 반도체 내부의 양자물리적 현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 분야를 ‘고체물리(Solid State Physics)’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의 SONY(당시의 회사 이름은 東京通信工業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회사가 아니었다.)가 휴대용 라디오를 출시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에 비해 소비 전력이 적을 뿐만 아니라, 발열도 훨씬 적고, 크기도 작고, 잘 깨어지지도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공관을 빠른 속도로 대체해 가기 시작했다.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새로운 회로는 통신에 사용하는 기기에만 머물지 않고 레이더(radar), 텔레비전(television), 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개발되면서 전자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전자공학은 자동제어를 비롯한 많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내면서 통신공학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1887년 고종황제 때로 미국의 에디슨 전기회사에서 경복궁 내에 발전기와 백열등을 설치한 것에서 출발한다. 전화도 같은 시기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전등보다 전화가 먼저 들어왔지만, 시험적 성격이었고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전화는 그 후의 일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기 산업도 일본인 기술자들이 주도했고 조선인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고급 기술인 경우는 더 제한이 심해서 1924년 일제가 서울에 경성제국대학(京城帝國大學)을 설립할 때 이공학부를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륙 침략을 위한 전쟁 준비를 하면서 필요성의 증대로 1938년에 이공학부를 설치했다. 그때 이공학부에 속해있던 전기공학과 내에 통신공학을 주로 하는 약전전공분반을 둔 것이 국내에서 정규 대학에 통신공학전공이 생긴 시초이다.
광복 이후 경성제국대학이 서울대학교에 편입되면서 1946년 서울대학교에 전기공학과와 별도로 전기통신공학과가 개설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공학 전공 학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는 트랜지스터가 발명되기 전이었고 학과의 체계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지도 않았으므로 지금 생각하는 전자공학과는 차이가 있다.
1948년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었고 1950년대부터는 미국 주둔군, 해외 유학생 등을 통하여 새로운 기술들이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1959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통신공학과가 그 명칭을 전자공학과로 바꾸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공학과가 되었다. 그리고 전국의 대학에 전자공학과 또는 전자통신공학과 설치 선풍이 일게 되면서 전자공학과는 계속 증가했다. 2014년 기준 전기 관련 학과의 수는 4년제 대학이 265개(전자공학과 169개), 전문대학이 228개(전자공학과 106개)이다.
중화학공업이 중심이었던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전자공학, 통신공학이 급격히 발전하게 되었고 1982년 유선 전화의 자동 교환기인 TDX(Time Division Exchanger)와 1996년 디지털 이동 통신 기술인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등의 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세계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전자 기술은 한 단계 도약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기업이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 자신감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우리나라가 통신을 중심으로 한 전자 기술, 반도체 기술, 액정 표시 기술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전자공학은 전기공학의 한 분야이지만 상당히 넓은 기술 분야를 가지고 있다. 전자공학 내의 분야도 다양하고 상호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분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자공학의 독자적인 영역에는 다음과 같은 분야들이 있는데, 설명의 편의를 위해 대학의 교과 과정을 준용하여 분류하였다.
(1) 반도체 및 전자물리 분야
전자회로에 사용되는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LED, 센서 등 반도체를 이용한 소자와 최근에 발전한 나노 기술을 응용한 소자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전자기학(電磁氣學, electro-magnetics),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 전자물성학, 고체물리학(固體物理學, solid state physics) 등이 기초 과목이다. 이 분야는 물리학의 한 분야로 분류되기도 한다.
(2) 회로 및 VLSI
전자 소자를 이용한 회로 구성을 연구하는 분야이며, 전자기기의 소형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술인 고밀도 집적회로(VLSI) 설계,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 등이 이 영역에 속한다. 전기회로, 전자회로 등이 기초 과목이다.
(3) 정보 통신 시스템 분야
데이터를 전선, 무선 또는 광통신 등을 통해 전송하거나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전기회로, 전자회로가 기초 과목이며, 신호처리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JPEG, MPEG(MP3)와 같은 데이터 압축 기술도 이 분야에 속하는데, 통신공학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4) 광학 분야
빛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로 광통신, 빛을 이용한 소자(예를 들어 DVD를 읽고 쓰는 소자)를 연구한다. 조명을 위한 광원은 전자공학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LED는 반도체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지므로 반도체 및 전자물리 분야에 속한다. 마이크로파 등의 초고주파 분야도 광학 분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통신공학의 범주에 넣기도 하고 별도의 분야로 분류하기도 한다.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이 기초 과목이다.
(5) 기타
이 밖에도 자동제어, 전력전자, 전자기장 응용, 초고주파공학, 컴퓨터 공학 등 많은 분야가 있는데, 자동제어, 전력전자 등은 ‘좁은 의미의 전기공학’과 겹치는 영역이며, 컴퓨터 분야는 컴퓨터공학의 두 영역 중 하드웨어 부분과 겹치는 분야이다. 의용전자공학(醫用工學, medical electronics)은 전자공학의 범주에 넣는 것이 보통이지만, 고전압과 고자기장을 사용하므로 전기공학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전자공학 기술 중에는 세계적으로 앞서있는 분야가 많이 있다. 특히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thin film transistor liquid cristal display)와 휴대전화는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수출에서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후발 국가들의 거센 도전과 함께 임금 상승과 취약한 기술 생태계, 지나친 대기업 의존도 등의 문제 또한 직면해 있다.
전자공학은 최근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한 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전기전자기기는 편리함 때문에 빠르게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전자파 유해성이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현재도 사회의 각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전자파 방해(Electro-Magnetic Interference)는 이미 전기공학 또는 전자공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인데, 전자파(송전선의 전자파도 포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하며, 전자파의 발생을 줄이거나 막을 수 있는 ‘환경전자공학’ 또는 ‘전기환경공학’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