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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장가사 / 정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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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
작품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속요(俗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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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속요(俗謠).
내용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속요(俗謠). ≪악장가사≫와 ≪시용향악보≫에 전한다. ≪고려사≫ 악지(樂志)에는 그 배경설화나 명칭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고려 속요라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형식적 장치와 주제 및 정조(情調)로 보아 속요와 동질적이므로 일반적으로 속요로 간주하고 있다.

이 작품이 언제, 어떠한 계기로 누구에 의해 지어졌는지에 대한 기록 역시 없다. 다만, 그 출전문헌의 성격으로 보아 고려 후기에 별곡이 생성된 이후부터 조선 전기까지 궁중의 악장으로 불리다가 문헌에 정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은 총 6연(聯)으로 되어 있다. 제1연은 3행(行), 나머지 2연부터 6연까지는 일률적으로 6행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제1연에서는 제1행을 한 번 반복하고, 2연 이하 끝 연까지는 제1행과 제3행을 각각 한 번씩 반복한 특이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제1연은 서사(序詞)로서 그 다음에 본사(本詞)가 나오기 전에 궁중악의 절차상 부가된 듯한 인상을 주는 점에서는 같은 속요인 <동동 動動>과 동일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그 형식이 다른 연과 이질적으로 되어 있는 점에서는 <동동>과 다르다. 이와 같이 이질적인 제1연의 서사를 제외하면, 제2연 이하의 나머지 연은 각 행이 3음보로 구조된 6행체 시가로서 정연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2연 이하의 모든 연은 반복어구를 제외하면 모두 4행체로 되어 있다.

맨 끝연이 예외이기는 하나 각 연의 맨 끝행은 동일한 어구로 반복되고 있어 후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맨 끝연은 <서경별곡>의 제2연과 완전히 일치하는 사설을 보이고 있다. 이 맨 끝연의 노랫말은 익재(益齋)이제현(李齊賢)의 소악부(小樂府)에 한역되어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은 별곡 형성의 과정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의 하나로 간주된다. 예컨대 민요형태인 4행체의 원가(原歌)를 단순한 반복에 의해 6행으로 늘여놓은 점을 들 수 있다.

또 매 연마다 후렴에 해당하는 구절이 있다든지, 이러한 후렴구가 보이지 않는 맨 끝연은 다른 작품에도 완전히 일치하는 사설이 나타난다든지 하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즉, 이 작품은 애초에 4행체의 민요였던 원가를 궁중의 새로운 악곡에 맞추어 조절하고 재창작한 흔적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는 당대의 민요가 궁중으로 상승하여 재편성된 가요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원작자는 민중계층일 것이고, 이것이 궁중의 악장으로 재창작되어 상승한 이후로는 가창자 및 향유자가 상층귀족 또는 주변 인물인 기녀와 악공으로 변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 ‘정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해서는 약간의 견해차가 있다. ‘정석’은 이 작품의 제1연에 보이는 ‘딩아 돌하’와 관련을 가지는 것이다.

‘정(鄭)’은 ‘딩’과, ‘석(石)’은 ‘돌’과 대응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면서, 그 의미를 추출함에 있어서는 얼마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즉, 징[鉦]과 돌[磬]이라는 금석악기(金石樂器)를 의인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또 그와 같은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 ‘딩·동’을 의성어로 나타낸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작중화자의 연모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름, 또는 생명신·우주신 등 신격화한 인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와는 달리 금석악기로서 8음의 악기를 집대성한 악기 자체를 가리킨다는 견해 등이 있다.

이 문제는 제1연이 이 작품에서 담당하는 기능을 살펴봄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사(本詞)에 해당하는 제2연 이하 제5연까지의 내용은 구운밤에서 싹이 나거나, 옥으로 된 연꽃에 꽃이 피거나, 무쇠 철릭이 다 헐어버리거나, 무쇠 소가 철초(鐵草)를 먹거나,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 구슬을 꿰었던 끈까지 끊어지거나 하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면 “有德(유덕)하신 님”과 여읠 수 있다는 사설로 구성되었다.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ᄂᆞᆫ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ᄂᆞᆫ

구은 밤 닷되를 심고이다.

그 바미 우미 도다 삭 나거시아

그 바미 우미 도다 삭 나거시아

有德ᄒᆞ신 님을 여ᄒᆡᄋᆞ와지이다 (제2연)

제2연을 들어보면 이와 같다. ‘바삭바삭한 잔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습니다’ 하고서,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거든 유덕하신 님과 여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말이 단순하고 유식한 문구는 없으나, 불가능한 것을 극단화해서 자신의 소망이 이토록 간절하다는 말을 역설로 드러냈다.

이 작품에 표출된 미의식은 유덕(有德)한 임과의 현실적 사랑의 욕망을 추구하고 있어 우아미를 심층에 깔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사랑을 영구화 내지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어 숭고미를 아울러 구현하고 있다.

즉, 구운 밤 닷 되가 모래밭에서 싹이 돋아 자랄 때까지(제2연), 옥으로 새긴 연꽃을 바위에 접붙여 그 꽃이 활짝 필 때까지(제3연), 무쇠로 마른 철릭(天翼 : 무관의 옷)을 철사로 박아 그 옷이 해질 때까지(제4연),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 쇠붙이나무[鐵樹]가 우거진 산에 방목하여 쇠붙이 풀[鐵草]을 다 먹을 때까지(제5연) 사랑의 영구 불변성과 무한대성을 추구함으로써 현세적이고 유한한 사랑을 초극하는 숭고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는 주술이나 종교와 같은 초월적인 존재의 힘에 근거하지 않고 순전히 인간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추구되고 있어 비극적인 일면을 아울러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노래의 선법(旋法)은 평조와 계면조로 모두 통용되고, 곡의 길이는 한 장단에 16박자로 된 아홉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문헌

『국문학의 탐구』(김학성, 성균관대학교출판부, 1987)
『한국고전시가(古典詩歌)의 연구』(김학성, 원광대학교출판국, 1980)
「정석가연구(鄭石歌硏究)」(이상보, 『한국언어문학』 1, 1963)
「정석(鄭石)에 대하여」(조종업, 『한국언어문학』 11, 1973)
「‘정석가(鄭石歌)’ 고(考)」(김상억, 『고려시대의 가요문학』, 새문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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