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시문학사(詩文學社)에서 간행하였고, 1946년에 건설출판사(建設出版社)에서 재판하였다. 작자의 첫 시집으로 모두 5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8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의 맨 뒤에 박용철(朴龍喆)의 발문이 붙어 있다.
1부에는 「바다 1」 · 「바다 2」 · 「유리창 1」 · 「유리창 2」 · 「홍역(紅疫)」 등 16편, 2부에는 「향수(鄕愁)」 · 「카페 프란스」 · 「말 1」 · 「말 2」 및 ‘바다’를 제목으로 하는 작품 5편을 포함하여 39편, 3부에는 「홍시」 · 「삼월(三月) 삼질날」 · 「병(甁)」 · 「할아버지」 등 23편, 4부에는 「갈릴레아 바다」 · 「또 하나 다른 태양」 등 9편, 5부에는 산문 2편이 실려 있다.
1부와 4부의 작품은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후의 신앙시의 성격이 강하고, 2부의 시편들은 초기의 시로서 그 당시 시류와는 달리 애상(哀傷)에 빠지지 않았던 작품들이다. 3부 역시 초기의 시로서 동요류 및 민요풍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5부의 산문 2편은 소묘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박용철이 발문에서 말한 대로 정지용은 이 시집에서 사색과 감각의 오묘한 결합을 어느 정도 성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다 1」 · 「바다 2」 · 「홍역」 · 「유리창 1」 · 「해협(海峽)」 · 「향수」 등은 널리 알려진 대표작으로서 한국 현대시의 가장 빛나는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시집은 정지용 시의 특징이 집약되어 있는바,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향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말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관한 집착과 시어(詩語)의 다각적인 변용을 시도하고 있어서 당시는 물론 오늘날까지 현대시 작법의 귀감이 되고 있다.
시청각적 심상의 발랄함과 아울러 「유리창 1」에 보이듯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의 ‘외로움’과 ‘황홀함’의 동시적 의미와, 「홍역」에 나오는 “눈보라는 꿀벌떼처럼/닝닝거리고 설레는데”와 같은 충격적인 심상은 그대로 우리 시의 교과서적인 정통성을 함축하고 있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작품들 가운데 ‘바다’에 관한 시가 유독 많은 것도 한 가지 특징이다. 이것은 후일 두 번째 시집 『백록담(白鹿潭)』의 ‘산’의 시편과 대응을 이루면서 정지용의 시라는 커다란 산맥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