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이광정(李光庭)이 지은 전(傳). ≪눌은문집 訥隱文集≫ 제20권에 수록되어 있다. 그 분량은 약 1,500자에 이른다.
효자 정도창(鄭道昌)이 노비에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연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보고적 기록물로서의 전의 고유한 성격과 문학적 표현으로 소설적인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효자 도창의 아버지 정삼성(鄭三省)은 자기의 외거노비인 춘개(春介)의 비부(婢夫) 괴금(怪金)에게 살해되었다. 살해동기는 괴금의 딸인 애향(愛香)이 양반인 허국보(許國輔)의 첩이 되어 그와의 사이에 태어난 영립(榮立)의 신분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를 잃은 정효자에 의하여 괴금은 체포되고 구금되었다. 그러나 괴금의 상전인 김철(金轍)이 그를 도주시킨다. 그 뒤에 이들 일당은 정효자의 노력에 의하여 다시 체포된다. 그러나 선산 지방수령의 비호로 풀려난다. 그리고 도리어 정효자 일가가 무고에 의하여 내란혐의로 투옥되는 등의 고난을 겪는다.
범인 일당 및 그를 비호하는 세력과 정효자일가 사이에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당시의 정치권력(향촌지배세력)과 관계를 맺으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우여곡절을 보인다. 이와 같이, 두 힘이 팽팽한 대결을 펼쳐서 6년만에 그 결말은 쫓는 자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정효자전>은 양자간의 대결은 노비와 상전간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그 향방이 쉽게 가려질 듯하였다. 그러나 이들을 둘러싸고 제2, 제3의 비호세력이 얽혀 들면서 사건과 작품의 의미가 또한 사실기록 위주의 단순성과 보고성을 벗어나고 있다.
<정효자전>은 조선 후기의 양반지배층과 예속집단인 노비층 사이에 벌어지는 신분갈등과 양반관료 특히 향촌지배층간의 분열 대립상이 이에 중첩되는 방식으로의 복합성을 보인다. 그러므로써 그 사회적·역사적 의미와 함께 특유의 문학성을 지니게 된다.
이 작품의 문학성은 신분적 억압 현실을 벗어나고자 상전을 살해 도주한 노비 일당의 처지와 활약에 얽힌 사연보다는, 효자 정도창의 복수행각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는 편향된 시각을 견지한다. 그런 점에서 한계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
<정효자전>은 노비신분이라는 멍에를 자손에게만은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감행된 상전 살해, 유족의 범인 추적, 범인의 도망과 항거, 비호집단과 추적집단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힘겨루기,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복수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그 뜻을 감행해내는 정효자의 고난상 등의 여러 장면에 따른 세부정황을 박진감 있게 그렸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규범적 전(傳)의 상투성을 벗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성을 지닌 전’ 내지는 ‘송사소설(訟事小說)’로 평가받기도 한다.